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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장 : 애정만리(愛情萬里) - 4
- 사랑은 바람 속을 달리고.
시간이 멈추었다.
호흡을 죽이려 했지만, 살며시 마주 댄 입술 사이로 거친 숨소리
가 터져나왔다. 풀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옷이 벗어지는 사르륵
소리가 기묘환 조화를 이루며, 산의 공기를 셀래이게 한다.
지붕으로 새는 달빛에 그녀의 가슴이 은은하게 빛을 발했고, 한손
으로 잡기에 벅찬 감동이 사공운의 아랫배에 뻐근한 힘을 가해왔다.
거의 육년만에 다시느끼는 그녀의 향기는 사공운을 완전히 취하게
만들었다. 용설아의 얼굴이 환하게 다가설 때, 사공운이 그녀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고백한다.
“아영, 당신을 사랑하오. 내가 세상에 모든 기억을 다 잊어도 마지
막에 기억하는 것은 당신의 이름일 것이요. 당신의 호위무사로 살아
갈때, 나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오.”
용설아의 눈이 떠졌다. 그녀의 눈에 가득한 사랑과 감격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공운이 알 수 있었다. 주르르 흐르는 물기를
사공운의 혀가 조금씩 간질이고 간다. 용설아의 팔이 힘들 들어가고
, 풀을 배고 누운 용설아의 하늘에 사공운의 모습이 가득 들어 서
며, 둘은 조금씩 거칠게 상대를 다룬다.
이각이 지나는 동안 둘은 서로를 느끼고 탐했으며, 이젠 참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긴장과 배설의 욕구가 작은 둥지를 가득 채울때,
사공운의 남성이 용설아를 헤집고 들어왔다.
서로에게 능숙하고 서로 길들여져 있었던 육체는, 처음의 어색함
을 빠르게 지워 나갔으며, 육년의 세월을 한번에 일축해버렸다. 이미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 지 미리 알고 나아갔으며, 그녀는 상대를
가장 편안하게 받아 드리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용설아가 부르르 진저리를 치며 두 손으로 사공운을 강하게 끌어
않았다. 거칠은 숨소리에 달이 민망한 듯 구름 사이로 숨을 죽였고,
이각의 시간이 지나갈 때 마지막 힘을 다한 사공운의 검이, 세상
을 일검에 관통하고 들어가서 그 황훌한 감촉에 진저리를 쳤다.
한꺼번에 힘을 받은 용설아가 지친 듯 천천히 힘을 잃으며 맥없이
누워 버렸고, 그녀의 얼굴에 떠 오른 부끄러움과 행복감은 사공운의
가슴을 가득 채워 왔다.
나무 위에 올라가 하늘을 보고 있던 진충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달처럼 걸렸다. 소리가 안 들려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행복하시겠습니다. 주군’
지금만큼은 사공운이 부럽고 또 부러운 진충이었다.
“달도 밝다. 내일은 어찌 되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그의 중얼거리는 소리는 나무 가지 사이에 걸렸다가, 멀리 가지
못하고 잔잔히 흩어져 버렸다.
염상은 다리를 후들거리며 서 있는 단황을 어이없는 눈으로 보았
다. 그가 담소봉을 찾았을 때, 무엇인가 큰 결심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 것은 아니지만, 설마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공자님.”
염상이 어이 없는 얼굴로 담황을 부르자 그는 맥 없이 웃으며 염
상을 보았다. 그러나 그 웃음속엔 어떤 후회나 미련은 없어 보였다.
“염상 염치 없지만 나를 할아버님께 데려 가 다오.”
염상은 기가막힌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업히 십시오.”
염상이 자신의 등을 대고 앚자, 담황은 좀 쑥 스러운 표정을 지으
며 그의 등에 업혔다. 갑자기 모든 힘을 잃은 그는 사실 서 있을
힘도 없었다.
내공이 빠져 나가면서 몸무게마저 줄었는가? 너무 가벼운 담황을
등에 업고 담황은 울컥하는 분노를 느꼈다. 누구를 향한 분노는
아니었다.
“참으로 잘 하셨습니다. 이러다 죽으면 누가 불쌍하다고 눈물이라
도 흘려 준다고 합니까?”
염상이 어눌한 목소리로 말하자 담황은 피식 웃었다.
“누구의 눈물을 바란 것은 아닐쎄.”
“그 여자가 그렇게 좋습니까?”
“처음일세, 누군가를 사랑한 것은.”
“참으로 잘 나셨소. 하필이면 임자 있는 여자를 좋아하다니, 대체
사영환과 용낭자의 관계는 무엇이었소?”
“둘은 부부였었네.”
앞으로 달려 가던 염상은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염상
은 참으로 어이없는 대답에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남 좋은 일, 시켜서 둘 다 죽게 만들었으니 참으로 멋진 일이요.”
염상의 말에 담황은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그냥 놔 둘수는 없었네. 나도 할아버님이 그렇게 빨리 폐관 수련
을 마치고 나오실 줄은 생각지 못했어.”
“참으로 개 같은 운명이요. 주공이나 그들이나.”
“염상 자네답지 않게 오늘 입이 걸할세.”
“그럼 이 상황에서 좋은 말이 나오리라 생각하는 거요.”
염상이 울컥하며 신경질 적으로 대답했다.
담황은 쓰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염상은 빠른 신법으
로 이미 봉성을 벗어나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가던 염상이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신 것입니까? 봉 아가씨에게 내공을 물
러 준 것은 알겠는데, 그 댓가가 무엇입니까?”
“빙혼관일세.”
“빙혼관?”
“만약을 위해서 일세, 그리고 내가 그 무공을 지니고 있는한 다시
어떤 상황으로 내 몰릴지 알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주어 버렸네.
이제 용 소공녀가 다시 잡혀 와도 그녀가 실혼인으로 변할 일은
없을 것일세.”
“여동생을 백발음마 따위가 유린해도 좋단 말입니까?”
“빙혼관으로 인해 빙녀가 되는 것 보다 낫지 않겠나. 그리고 봉이
는 여장부일세, 어차피 한 남자의 아내로 살기엔 그 지닌 야망과
제주가 너무 커, 내가 좀 도와 주었을 뿐이네.”
“참으로 잘하셨오이다.”
염상은 냉랭하게 한 마디 하고는, 묵묵히 신법을 전개해 달리고
또 달려갔다. 한 동안 달리던 염상이 가볍게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내가 왜 이공자를 좋아 하는지 하십니까?”
염상의 말투가 조금 정중해졌다.
담황은 염상의 등에서 얼굴을 조금 들고 웃었다.
“갑자기 정중하다니 거 듣기 이상하네, 하지만 궁금하군 왜인가?”
“봉성에서 유일하게 인간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뭐 솔직히 좀
멍청하긴 하지만, 주군으로 모시며 그런대로 놀기 좋은 사람이죠.”
담황은 웃었다. 그는 참으로 유쾌한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을 보지 못했지만 염상은 등에서 전해 오는 느낌으로 그 웃음의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뭐, 사람은 좀 멍청해야 정이 가는 것이라 했네.”
“수하에게 욕을 먹어서 참으로 좋겠소.”
“후후”
“웃지 마시오. 성질 나는데.”
“자네, 말이 또 격해졌군.”
염상은 대꾸 하지 않고 힘껏 달렸다. 등 뒤에 있던 담황이 고개를
들어 다시 말을 하려다가, 자신의 얼굴에 날아와 부디치는 물방울에
그만 말을 멈추고 말았다.
‘우는가? 염상.’
담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난 참 자네가 부러웠네.”
“내가 말이입니까?”
염상의 말이 다시 정중해졌다. 말 끝이 조금 떨리는 듯 했다.
“그래, 자네는 키도 크고 아주 미남이 아니었나.”
“하필이면 그게 부러웠습니까? 그럼 처음 나를 호위무사로 지정한
것은.”
“뭐 그런 셈이지, 나는 키가 작고 볼품 없으니, 자네처럼 제법 그
럴듯한 인간을 데리고 다니면서 대리 만족, 뭐 그런거 말일세......”
“......”
“왜, 말이 없나? 혹시 너무 감격한 거 아닌가?”
“지금 열받아서 내 던지고 혼자 달아날까 고민하는 중이니 말시키
지 마시오. 그렇지 않아도 신법을 펼치며 말하는게 얼마나 힘든데.”
“하하하”
담황이 유쾌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사실 난 자네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나 보네. 그래서 가끔 자
네로 하여금 내 대신 행동하게 하면서 대리 만족을 하곤 하였지. 또
내 행세를 하는 자네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보며, 마음껏 비웃었다네
. 아주 유쾌하게.”
염상은 대꾸를 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달릴 뿐이었다. 한 동안 달
리고 있을때 담황이 다시 말했다.
“자네는 화가 나지 않나.”
“나는 말입니다. 주공.”
“말하게.”
담황은 정말 궁금한 표정이었다.
“변태랑은 말하기 싫단 말이오.”
담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새벽의 이슬이 마르기도 전에 사공운은 용설아와 진충을 데리고
나섰다. 이제부터는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담사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일단 진 밖으로 나와서 자리를 뜨려 했던 사공운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한쪽 숲을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사공운의
표정을 읽은 진충은 얼른 용설아의 앞을 가로막고 검을 뽑아 들었다.
숲을 노려보는 사공운의 이마에 식은 땀이 번졌다.
‘진을 벗어나면서도 상대를 느끼지 못했다. 나를 여기까지 추적해
온 추적술도 놀랍지만, 무공 또한 상상이상이다. 대체 누굴까?’
사공운은 상대의 놀라운 실력에 긴장하며, 상대가 누구일지 생각
해 보았다. 상대의 은밀한 무공과 자신을 추적해온 추적술, 그리고
배교의 환진을 지나치지 않은 점으로보아 단순한 복마금강동인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공운의 기세를 느꼈음인가? 숲에서 한명의 노인이 걸어 나왔다.
호호 백발의 노인은 키가 겨우 사척 오촌이 조금 넘는 난장이었고,
바싹 마른 체형에 눈처럼 흰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치렁한 노인
이었다.
유난히 돋보이는 매부리코에 째진 눈은 마치 고양이 눈 같았다.
입고 있는 옷마저 흰색이라 마치 한 마리의 흰 고양이처럼 보이기
도 하는 노인이었다. 나타난 노인은 사공운을 보면서 아주 흥미롭
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를 이렇게까지 고생시킬 수 있는 자가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
는데, 과연 유령대제의 전인 답구나, 거기다가 배교의 환진이라니
나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쇠를 긁는 소리가 듣기 거북했지만, 사공운은 그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정보 중 상대와 비슷한 인상의
인물을 찾아 내었고, 만약 상대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라면 상황
은 절망적이었다.
눈 앞의 상대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지금 상대의 주인이 문제였
다.
“설묘, 당신은 설묘 노인이 아니오.”
“호호호, 과연 유령대제의 전인 답구나. 맞다 맞어 내가 바로 설묘
지.”
사공운의 안색은 더 없이 창백해졌다. 그의 짐작이 옳았다. 달갑
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는 삼공과 함께 담사우의 심복 중 심북으로
듣기에는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지닌 음양인이라고 했다.
설묘가 자신을 시인하자, 용설아와 진충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
버렸다. 사공운은 자신도 무르게 사방을 둘러 보았고, 그 모습을 본
설묘가 기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호호, 걱정마라 주공께서는 아직 이 근처로 오시지 않았다. 아직
조금의 시간은 있으니, 그 동안 최선을 다해 발 버둥쳐 보거라.”
설묘가 자신있게 말하고, 붉고 긴 혀를 날름거리며 사공운에게 다
가섰다. 사공운은 조금 안심하며 유령신검을 뽑아 들고, 그를 마중
하였으며, 용설아와 진충은 뒤로 멀찍이 물러섰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즐독!!!!!!!!!!!!!1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도망
ㅈㄷㄱ~~~~~~~`````````````````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ㅈㄷㄳ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