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지에 아스라이 매달렸던 까치밥도 어느새 동이 나고 밤새 함박눈이 쏟아져서 단군 할아버지의 무명 두루마기처럼 아이들의 남루와 헐벗은 나뭇가지를 덮으면 손꼽아 기다리던 설날은 흰 화선지 한 장 크기로 문득 밝아오는 것이다 고드름이 뚝뚝 떨어지는 설날 아침이 되면 세배돈 몇 닢 쥔 고사리 손은 겨울 바람에 시리지만 잣눈이 내린 밭두렁 위의 까치처럼 한 살 더 먹은 설날의 아이들은 까치걸음으로 눈밭을 내달리며 이까짓 추위 쯤 하며 아주 씩씩해지는 것이다 부럼 깨무는 보름이 오면 가지에 돌을 끼워서 대추나무 시집도 보내고 동무들과 연날리기를 하면 단군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옷고름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연 꼬리를 이마에 손을 대고 바라보는 마늘쪽 같은 아이들의 작았던 키도 쑥쑥 자라나는 것이다 인터넷 바다에서 온갖 정보를 체크하고 바라보는 한강의 하늘에는 그 옛날 설날 아침 무명 두루마기를 입은 단군 할아버지가 깜냥껏 그려보라고 건네준 흰 화선지 한 장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그 위에 크레용으로 그렸던 거짓말 같은 아이들의 미래가 정말 펼쳐지는 것이다 ...
첫댓글 좋은 시.
고향 생각하며,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