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에 나라밖 소식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게 있으니
프랑스에서 빈대 때문에 학교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네 생활환경 속에 빈대 벼룩이 흔했잖아요?
옷 안에 DDT를 마구 뿌렸던 기억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계림유사>라는 책 속에서 '갈보'를 읽으며 그것이 ‘빈대’를 일컫는 우리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갈보가
“기생충의 일종으로 매미목 빈댓과에 속한 곤충으로 몸은 둥글납작하며, 몸 빛깔은 적갈색이고,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고려시대부터 개경에서 주로 쓰던 방언에 갈보라는 말이 많이 쓰였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자로는 ‘갈보(蝎甫)’라고 썼답니다.
이렇게 한자만 보면 나무좀에 해당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순우리말로 ‘빈대’를 이르는 말이었네요.
6.25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특히 외국인 남자들에게 몸을 팔며 천하게 노는 여자를 '똥갈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갈보는 ‘갈 + 보’의 형식으로 보기도 합니다.
여기서 ‘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울보, 먹보, 털보, 곰보, 째보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을 지칭할 때,
앞에 특징에 해당하는 단어를 놓고 ‘보’를 붙여서 사람을 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갈’을 ‘갈다’의 어간으로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즉 “남자를 자주 갈다(交替)”에서 어근 ‘갈’이 유래했고,
여기에 ‘사람을 의미하는 ’보‘를 붙인 것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는 억측에 가깝습니다.
고려시대부터 꾸준히 사용하던 단어로 ’간보‘가 유래하기 때문이지요.
<조선어사전>에서는 ’갈보‘와 ’간나희‘가 같은 말이라고 하였는데,
이 또한 비슷한 음을 가지고 유추한 것에 불과합니다.
'똥갈보' 대신 부르던 것 중에 '양갈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양’은 서양을 의미합니다.
‘양’이 서양을 의미하는 경우는 우리말에 많이 나타납니다.
우선 양옥집이라고 할 때 초가집과 구분하여 서양식을 주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외에도 양배추, 양말, 양재기, 양식, 양담배, 양파, 양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지요.
이것 또한 ‘양키’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서양(西洋)을 줄여서 사용한 것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즉 접두사로 서양을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갈보라고 하면 서양인에게 몸을 파는 빈대라고 보면 되겠지요.
우리말에는 여성을 비하할 때 ‘깔, 깔치, 깔다구’ 등의 비속어를 사용합니다.
‘똥까이’라고 하기도 합니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그로 인하여 ‘갈’이 여성을 비하하는 어근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갈’이 보이기도 하지만
‘갈보’라는 말은 고려시대 중부지방에서 흔히 사용하던 단어로 ‘빈대’를 지칭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계림유사>에서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론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언어(어휘)를 연구함에는 많은 자료와 근거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예문을 통해 올바른 근거를 마련하여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한국어에서 ‘갈’이나 ‘보’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갈보’에 대한 <계림유사>의 풀이가 모두 학문에 기여함을 인정해야지요.
우리 글자가 없던 시대에 중국어를 통하여 우리말 발음을 기록한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을 인정하고,
필사한 것에 따른 오류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지만
<계림유사>가 우리말의 어원을 잘 표현하고 있음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577돌 한글날을 보내면서 사회 각계에서 바르고 깨끗한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자는 성명을 냈습니다만
가장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괴담 악담 욕설을 쏟아내던 정당의 발표였습니다.
그래도 옳은 말이긴 해서 넘어가기로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