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웰빙, 웰니스,
한국서 잘못 쓰이고 있다
우리말 놔두고 꼭 서툰영어 써야하나?
요즘 한국 신문이나 TV를 보면 '리베이트'란 말이 자주 나온다. 노조 간부가 기업체에 공사계약을 주고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사건, 그리고 무슨 개발사업 관련 공사의 일부를 하청주기로 하고 아무개가 업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사건을 보도하면서, 부정하게 받은 돈이란 뜻으로 "리베이트"를 쓰고 있다.
그러나 리베이트는 기업이 판촉 방법의 하나로 상품 대금으로 받은 돈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되돌려주거나, 국가가 세금을 너무 많이 걷었다고 생각될 때 그 일부를 납세자에게 되돌려주는 것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일부 한국 언론 매체들은 특혜를 주고 그에 대해 뇌물 성격의 돈을 받는 것을 "리베이트"라고 잘못 쓰고 있다.
그냥 우리말로 "뇌물"이라고 하면 될 것을, 또는 딱히 뇌물이라고 하기는 좀 곤란하면 "뇌물성 돈"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영어 단어를 빌려오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기왕에 영어 단어를 쓰려면 뇌물성 돈은 kickback(킥백)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kickback은 누구한테 돈을 벌게 해주고 그 대가로 받는 부정한 돈, 그러니까 bribe(브라이브/뇌물)과 거의 같은 뜻이다. 요컨대 rebate는 준 돈의 일부를 "정당하게" 되돌려 받는 것이고,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부정하게" 받는 돈은 kickback이라 한다. 그러므로 한국 언론이 쓰는 '리베이트'는 '킥백'이라고 고쳐 쓰든지 아예 우리말로 '뇌물성 돈'이라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미국에 유학 온 한국 대학생이 미국 학생에게 When I was in Korea I ate well-being food and went to health every day.라고 말했다. 이것은 물론 "한국에 있을 때 나는 매일 '웰빙' 음식을 먹고 매일 '헬쓰'에 갔다"를 영어로 직역한 말인데, 이 말을 들은 미국 학생은 What is well-being food and what's health? (웰빙 음식은 무엇이며, 헬쓰는 또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국 학생은 미국 사람이 웰빙과 헬쓰도 모르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필자가 상상해본 것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well-being을 본래 뜻과는 상당히 다르게 쓰고 있고, 또 health는 health club(헬쓰 클럽 즉 돈 내고 운동하는 곳)에서 club은 싹뚝 잘라내고 health(건강)만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health club도 미국에서는 대개 gym(짐)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gym은 gymnasium(짐네이지엄) 즉 운동 기구를 갖추어놓고 운동하도록 만든 장소를 가리킨다. gym은 또 gymnastics(짐내스틱스/체육, 체조)의 준말로도 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화이팅(fighting), 완 샷(one shot), 디시(DC), 아프터 써비스(after service) 같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이른바 Konglish(콩글리쉬/한국식 영어)를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한국서는 여전히 이런 말들이 계속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요즘은 "웰빙" "웰니스" "리베이트" 등의 영어가 이 단어들의 원래 뜻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게 한국에서 쓰여지고 있다.
well-being(웰비잉)은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고생하지 않고 "잘 사는 것"을 뜻하는 단어에 불과한데, 한국에서는 영양가는 높으나 먹어도 살은 찌지 않는 음식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 형용사로 애용되는 것 같더니, 요즘은 "웰빙 관광"이니, "웰빙 패션"이니 하고 아무데나 웰빙을 갖다 붙인다. 물론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엔 웰니스(wellness)까지 나왔다. wellness는 well-being과 같은 말이지만 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 즉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을 가리키는 말인데, 한국서는 엉뚱하게도 "일하며 즐기고 즐기면서 일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웰니스 족(族)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고 어느 한국 신문 기사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wellness가 "건강" 이외의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것을 들은 일이 없다.
요즘 미국에서는 wellness clinic이라는게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혹시 그 것을 보고 wellness란 단어를 누가 수입해다 쓰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필자가 알기로는 wellness clinic은 주로 부유층 사람들에게 종합 건강검진, 질병 예방과 치료를 해주는 써비스 좋고 비싼 특화 병원 같은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는 정통적인 의학 기술뿐만 아니라 침술 같은 대체 의학도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현상을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왜 정확하지도 않은 영어 단어를 굳이 쓰는지 모르겠다. 예컨대 영어 원어민과 대화할 때 리베이트란 단어를 한국에서 쓰고있는 식으로 쓴다고 생각해 보라. 영어 원어민은 '킥백'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전국민을 상대로 쓰는 언론 언어, 좀 신중하게 쓰면 좋겠다.
워싱턴에서 조 화 유
첫댓글 잘 알겠습니다. 핸드 폰 좋지 않습니까?ㅎㅎㅎ
하하. 여기선 핸드폰 이라면 잘못 알아 듣습니다.보통 쎌(셀률라)폰 이라고 하지요.
전문가로서의 합당한 고민을 하는 분이네요,,,,할수 있는 한 따라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확실히 글은 글쟁이가 써야 머리에 팍 들어 옵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오늘밤에 써서 내일 아침까지 보내야 할 글이 전에 물었던 웰빙에 관한 것인데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