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의 후손이 뻔하게… 용서할 수 없어’ 매국노 조롱 이벤트를 여는 한국의 MZ 세대 / 8월 15일(토) / 중앙일보 일본어판
15일에 열리는 ‘매국노 조롱 축제’에서 판매되는 ‘이완용 간땀 스퀴즈’ [사진 X]
제81주년 광복절(해방 기념일)을 앞두고, 연예계·산업계·공공 부문 전반에 이른바 ‘역사적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여배우 하연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파 논쟁이 떠오른 뒤, 최근 인천시가 광복절 현수막에 태극기를 뒤집어 그렸다는 지적을 받아 이를 철거하는 사태도 있었다. 뉴발란스도 태극기를 잘못 표현한 제품을 판매하고 사과한 뒤 판매를 중단했다. 스타벅스는 ‘탱크(전차) 데이’ 논란의 여파로 27년 차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앞선 세대에 비해 역사 문제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고 평가받아 온 20·30대 세대가 이러한 논쟁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배우 하연의 논쟁 당시, SNS 등에서는 “친일파의 후손이 지금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기업과 공공기관의 역사 인식 부족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었다. 한신대 사회학과 윤상철 교수는 “20·30대는 역사 문제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특권·책임·공정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하며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공정’이라는 틀 안에서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광복절에 '매국노 조롱 축제'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광복절 당일에 MZ 세대가 친일파와 매국 행위를 당당히 비웃는 이색 팝업 이벤트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역사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이순신 애단(愛団)×세종대왕 애단(愛団)’은 15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okba 카페에서 ‘제1회 친일파 절단 카페‑매국노 조롱 축제’를 개최한다. 을사늑약 체결을 주도한 이완용을 목표로 만든 ‘이완용 간땀 스퀴즈’ 등 독자적으로 제작한 굿즈도 판매된다. ‘815 라떼’와 ‘와군 블러드 레드’ 등으로 명명된 음료도 선보인다. 이 외에도 친일파 제거능력검정시험, 일장기 깨기 체험, 한국사 능력 검정 1급 취득자는 무료로 촬영할 수 있는 포토부스 등 참여형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사에서도 역사적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에 ‘세종대왕 생일 카페’와 ‘이순신 생일 카페’를 기획한 운영진이 뜻이 맞아, 세종실록 전문 강사에게까지 자문을 구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행사를 기획한 30대 직장인 김하운 씨는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광복절 공식 행사와 달리, 개인이 친일파를 자유롭게 풍자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고 말하며 “역사를 어렵고 무겁게 소비하지 않도록 일부러 B급 코드를 빌려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름만 알았던 을사오적과 정미칠적의 각각의 친일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점도 의미 깊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정태헌 명예교수는 “무거운 역사를 유쾌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20·30대 세대가 익숙해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며 “놀이 요소를 활용해도 역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