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긴 추석 연휴 잘 보내고 첫 출근이어선지 눈 뜨자마자 출근하기가 싫어졌다. 이래서 연휴가 너무 길어도 문제다.
잘 놀았으니 에너지 재충전해서 신나게 일하면 좋으련만 사람 마음이 늘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어제는 첫날이어서 일하기 싫고 오늘은 하늘이 너무 맑아서 일하기가 싫었다.
그러나 일하기 싫었던 마음도 잠시,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는 마음으로 모든 걸 잊고 일에 매달렸다.
이 노동의 댓가로 밥도 나오고 술도 나오니 가능한 즐겁게 일하려고 한다.
한편 금요일인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또 연휴라고 생각하니 어제의 연휴병이 하루만에 사라졌다. 3일 일하고 일주일이 간 셈이다.
나같은 월급쟁이한테 연휴만큼 달콤한 것이 또 있을까? 나는 이것을 기분 뿅가게 만드는 연휴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달콤한 연휴가 모두에게 좋기만 할까. 연휴가 너무 싫다는 내 친구 이야기다.
20대 중반에 만났으니 그와의 우정도 4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렇다고 죽고 못사는 절친까지는 아니었다.
가방끈 짧은 공돌이 출신의 삼류 노동자인 나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니며 순탄한 길을 걸은 그와는 많은 면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도 희한하게 대화가 통해서 가늘고 길게 유지된 우정이었다.
나는 크게 애쓰지 않아도 술술 풀리는 그가 부러웠고, 그는 잡초처럼 살면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내가 부럽다고 했다.
그는 결혼도 고모가 중매한 참한 아가씨와 서너 달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나는 결혼을 처갓집 식구들의 결사 반대를 뚫고 힘들게 했다.
그는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안정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명퇴를 했는데 재취업을 하지 않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퇴직금을 몽땅 투자한 업장은 개업발인지 서너 달 넘게 성황을 이루다가 몇 달 후에 코로나가 터졌다.
네 명 이상 만나지 마라. 밤 9시 이후 영업하지 마라 등 온갖 정부 지침이 더욱 영업을 힘들게 했다.
건물주가 착해서 월세를 절반으로 깎아줬지만 영업 손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집을 담보로 은행돈을 빌리고 힘겹게 버틴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형제들이 자금을 보태고 지원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처럼 배후가 빈약했으면 벌써 쪽박을 찼을 것이다. 워낙 성실한 친구라 이제는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응원을 보냈다.
지난 연휴 마지막 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자 그에게 부재중 전화와 함께 문자가 와 있었다. 지금 한가하니 함 들르라는 문자였다.
그가 직장을 다닐 때는 퇴근 후에 가끔 만나기도 했는데 자영업을 하면서는 내가 찾아 가지 않으면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무척 수척해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긴 연휴가 너무 원망스럽단다. 친구 가게는 사무실이 밀집된 곳이라 주말보다 주중 매출이 90%다.
주말도 견디기 힘든데 연휴까지 겹치면 영업 손실이 더욱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 한글날 연휴가 또 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생계형 노동자인 나는 연휴가 좋은데 그 친구에게는 연휴가 영업 훼방꾼인 셈이다.
이렇듯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휴일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자영업도 위치에 따라서 오히려 연휴에 영업이 더 잘 되고 호황을 누리는 업장도 있다.
그 친구 하는 말이 자기가 직장 다닐 때는 그렇게 월급날이 늦게 오더니 업주를 해보니 완전 반대란다.
월세 내는 날과 종업원 월급날은 왜 그리 금방 돌아오냐면서 쓸쓸하게 웃었다. 그는 옛날에 연휴를 기다렸던 직장 생활이 좋았다고 했다.
나는 차마 친구 앞에서 연휴가 좋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세상 사는 일이 이렇다.
내게는 즐거운 날이 누구에게는 원망스라운 날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긴 여러 사람에게 고통을 줬던 코로나 때도 호황을 누렸던 업종이 있지 않았던가.
오늘 점심 시간에 하늘을 보니 하늘에서 파란 물이 쏟아질 듯이 맑고 투명하다.
오래 쳐다보면 눈물이 고이는 가을 하늘은 나를 살게 하는 비타민이기도 하다. 가을은 여름이 타다 남은 재라고 했던가.
무더운 여름을 잘 견딘 덕에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도 경험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퇴근하면 자유롭지만 친구는 그때부터 더욱 바빠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금 한가해질 때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참이다.
"우리 이렇게 멋진 가을날을 해마다 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자."
어느 날이든 고맙지 않은 날이 있으랴만 유독 가을이면 더 살고 싶어진다. 오늘이 그렇다.
첫댓글 얼마전 지리산 여행에서 숙박시설들이 폐가처럼 되어있어
물었더니 코로나에 못견디고 넘어간거라고ㅠ.ㅠ
세상 모든것은 양면이라
음지있음 양지도 있는것이죠
늘 노는 백조도 연휴 좋아요 ㅎㅎ
지리산뿐 아니라 동해안 관광지에도 코로나 때문에 폐허가 된 건물이 여럿 보이더군요.
제가 음지에서 고사리만 먹고 살아선지 나이들수록 파란 하늘이 사무치게 좋답니다.
정아님, 모쪼록 백조의 우아한 날개처럼 빛나는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ㅎ
가방끈 긴사람보다 글을 더잘쓰세요
로사리님 댓글 보면 남들이 웃어요.
안 그래도 톡수방 번개 때 뵐 수 있으려나 했는데 저와 날짜가 어긋나서 아쉽답니다.
담에 만날 날이 있겠지요,
님도 복받으시길요.ㅎ
대기업 명,퇴자들이 자영업에 많이 뛰어 들죠.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직장 다니는 친구가 당연히 부럽겠죠.
많이 위로 해 주세요.
공휴일이 왜 이리도 많은지..ㅎ
마음 찡한 글 잘 읽었어요.
이번 주 연휴뿅 잘 보내시구요.^^
김포인 선배님은 현역이시라 공감을 하시나 봅니다.
아마도 날마다 연휴인 노는 사람은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겁니다.
저도 연휴가 자주 있어 좋긴 하나 사장님한테 미안하기도 하데요.
김포인 선배 말씀처럼 친구가 저를 부러워한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운아에 속하지요.
열심히 일만 하면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니까요.
늘 좋은 날 되세요.ㅎ
눈이 시릴만큼 파란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자면 이유없는 눈물이
날 때가 있지요 .
파란 저하늘에 차마 부치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구겨진 편지 한 통을 꺼내어
수취인없고 우표도 없는 편지를
부쳐볼까 생각 중 입니다.
현덕님 명절 잘 보냈지요?
길고 긴 연휴가 빠르게 지나갔네요
인생은 각자도생 자신의 몫 만큼
살다가 가는 것이겠지요
열심히 살아봅시다 ~^^ ㅎ
보쳉 누이가 여까지 다녀가셨군요.
오늘 유독 하늘이 파랗고 맑아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요 위의 부고 소식 때문인지 보쳉님 댓글이 시처럼 읽혀집니다.
가을이면 가슴 한쪽에 잠자고 있던 사연도 산들 바람에 깨어나 추억에 잠기게 한다지요.
모쪼록 보챙님도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 연휴에 남산으로 가을 맞으러 갑니다.ㅎ
제가 다녔던 단골집들도
코로나로 못버티고 폐업
하는곳도 많더군요.
그리고 지금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최저임금 오르고
코로나 후유증에 불경기에
죽을맛으로 버티는 사람 부지기.수 일것 같습니다.
자영업자도 중소기업들도
고금리 이자로 삼중고로 힘든
시절 같습니다. 요새 봉급생활자가 제일 속편한
세월 됐습니다.
제가 바로 그 속 편한 봉급 생활자입니다.^^
코로나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고 일상을 바꿔 놨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제일 고통 받는 시기가 요즘입니다.
나아지겠지 희망을 가져 보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너무 아득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느냐는 마음으로 우리 열심히 살아 보자구요.ㅎ
전 요즘 가을 제대로 즐깁니다
점심시간이면 교정 엠프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들으면 단풍 물 길어 올리는 나무들 사이로 걷는 기분 너무 센치 해서 좋아요~
이번 가을은 몽땅 제 것 같습니다
ㅎㅎ
참으로 멋진 운선님이세요.
나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감성 만큼은 딱 스무 살입니다.
여름이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다소 늦게 온 가을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음악에 취해 단풍 물 드는 교정을 아까워서 어찌 서둘러 걸을 수 있을까요.
가을이 몇 개인지는 몰라도 먼저 갖은 사람이 임자,,ㅎ
두 아들이
상대 된 상황
연휴병
연휴뿅에 놓여 있는지라
짚신장수와 나막신장수의
어미마음으로
여름이 타나 남은
재 위를 맨발로 걷습니다ㆍ
과학적 근거에 의하면
가을 하늘이 높아 보이는 것은
기온이 내려가 우리네 심장이
작아지기 때문에
하늘이 높아 보이는 거래요
참고로
요즘은 빨래 널어 놓으면
꼬실꼬실한 게
가을 냄새가 나요
그래서
수건에다 코를 대고
뿅뿅 ㅎㅎㅎㅎ
멋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댓글입니다.
두 아드님이 윤슬님께 짚신장수 마음도 주고 나막신장수 마음도 생기게 하니 어찌 귀한 아들이 아니겠는지요.
하여, 님은 밤톨처럼 야물딱진 자식들 농사 잘 지은 분이십니다.
저는 가을이면 고추잠자리 따라 날고 싶어서 심장이 작아집니다.
한편 빨래 널기도 좋지만 요즘이 고추 말리기에도 좋은 계절이라지요.^^
술 땡기게 하는 댓글이나 곧 자야해서 참을랍니다.
초저녁에 댓글 좀 다시지 않구요.ㅎ
가을하늘이 그다지도 좋았나봅니다
나는 때지난 코로나라는 고놈이 찾아와서 딱 죽을맛입니다
의사왈
60세 이상은 비싼 코로나약도 무료라나요
근디유
그 비싼약이 어찌나 입안이 쓴지
옛말 틀린게 없나봐요
몸에 좋은약은 엄청 쓰다라는말
에공
내일은 체감온도가 0도로 떨어진다니 감기조심하세요
석우님 오셨군요.
어제보다는 못하지만 가을빛이 오늘도 만만치 않게 좋습니다.
약한 감기 기운으로 콧물만 자꾸 흘러도 일상이 번거로운데 코로나가 찾아왔으니 그 불편함이 오죽 할런지요.
코로나도 감기처럼 순하게 지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심한 사람은 엄청 고생을 한다고 하더이다.
모쪼록 고약한 코로나 빨리 떨쳐내시고 이 좋은 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ㅎ
이런걸 가지고 인생사 세옹지마라 하는거지요 자영업 하시는 친구 걱정이 많겠네요 어서 매상 팍팍 올라서 돈세다 밤새는나날 되시길 바래봅니다
장앵란님께서 제 글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셨습니다.
늘 새옹지마를 새기며 사는 일상입니다.
저도 친구에게 곧 좋은 날 올거라고 늘 응원하지요.
장앵란님도 항상 건강한 날들 되셨으면 합니다.ㅎ
오래 보면 눈물이 고이는 가을 하늘.
가을 하늘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시는 유현덕 님의 감성이 매우 돋보이십니다.
어떤 일에서나 빛과 그림자는 존재하기 마련인가 봅니다.
오늘 아침은 쌀쌀 하게 느껴지네요. ^^~
네, 수피님 말씀처럼 어느 일에나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알면서도 돌아서면 잊기에 늘 마음가짐을 경계하면서 삽니다.
오늘 아침 날씨를 보면 올 가을은 늦게 왔다가 빨리 갈 것처럼 보입니다.
수피님, 이 좋은 가을이 가기 전에 우리 실컷 사랑해주자구요.ㅎ
네 생생한 현실이 됩니다. 자주 글 올려주세요
네, 열심히 사시는 자연이다님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쓰도록 하겠습니다.ㅎ
어느 날이든 고맙지 않은 날이 없다는
문장이 참 좋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여행길이 즐겁기만 한 데
또 어떤이는 한숨이 길어지기도 하는군요.
연휴 행복하게 보내시길요.
눈이 부시게 좋은 날이시니 제라님도 이 가을을 제대로 즐기고 계십니다.
좋은 줄 몰랐던 것들이 떠나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달을 때가 있지요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행복이 온전히 제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살아 있는 날들이 마냥 고마운 이유이기도 하구요.
제라님도 알찬 연휴 보내시기 바랄게요.ㅎ
연휴가 길면 학원은 비수기 에다 코로나 시국에 운좋게 아슬아슬 하게 넘겼던 학원이 생각나네요
기가막혀서 펑펑 울기도 했던 코로나 시국에 학원
그많던 수강생들이 거리두기와 시간당 인원제한에 거기에 휴강 까지 ㅡㅡㅡ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친구분을 생각하는 현덕님의 마음이 참으로 맑고 애틋 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구석 공감이 안되는부분이 없네요
잘 읽었습니다
늘 빠르게 읽혀지는 글 ..
엄지 엄지 척 입니다 ^^*
가슴 찡한 사연에 공감합니다.
리즈향님께 그런 아픈 시절이 있었군요.
어느덧 오래전 시절처럼 느껴지지만 코로나가 참 많은 사람에게 시련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잘 이겨내시고 장미꽃처럼 늘 밝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런 시절 무사히 견뎌냈기에 요즘의 일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리즈향님도 풍성한 가을로 여기저기 가득하시길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로움님 다녀가셨군요.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열심히 사시는 재간둥이 로움님을 늘 응원하네요.
안부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토요일 밤 되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