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9코스의 종점인 위태를 지나 10코스 궁항까지 걸으려는 계획으로 그곳에 민박을 예약했었다. 그런데 태풍의 북상으로 내일부터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어 있어 오늘 걷기를 마쳐야 했다. 그래서 아내는 9(덕산-위태), 10코스(위태-하동호)를 마치자고 한다. 나는 일단 궁항까지 걷고 거기서 철수할지 하동호까지 걸을지를 결정하자고 했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을 했다. 덕산슈퍼에서 김밥을 샀다. 덕천강을 따라가다 덕산시장에서 화장실에 가고 CU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로 인해서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다.
덕천강을 건너 맞은편 제방을 따라 하류쪽으로 걸었다. 강은 폭이 상당히 넓고 온갖 야생화들이 강둑을 장식하고 있었다. 정원을 잘 꾸며 놓은 집들도 있었다. 계속 걸어 중태마을 안내소에서 9코스 스탬프를 찍었다. 월요일이라 휴무였다. 그곳에서 밀감을 먹고 목도 축였다.
길가에는 끝없이 감나무가 있었다. 아내는 감이 주황색으로 익었을 때 어제 오는 길을 드라이브해보자고 한다. 꾸준히 포장길 오르막길이 계속되었다. 계속 집들이 나타나고 제칠일안식일교회도 있었다.
9코스의 고점 중태재를 지나자 내리막 숲길이 나왔다. 가다보니 뱀이 나와있다 돌 사이로 숨어들어 간다. 아내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롱스패츠를 착용하고 걷는다. 나는 발에 열이 차고 오른쪽 것이 흘러내려서 차용하지 않았다.
계속 내리막길이 계속되나 위태마을에 이르렀다. 정말 작은 마을이라 식당도 매점도 없었다. 상촌제라는 작은 저수지 앞 버스정류장에서 김밥 절반을 먹었다.
이제부터 10코스다.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10코스는 궁항 마을까지 두번의 고개를 넘어야 하고 거기서 다시 한 고개(양이터재)를 넘어야 한다.
궁항마을까지 내려오는 사면에는 대나무군락지가 있었다. 그 사이로 조성된 길을 걸으니 햇빛이 많이 차단되어 어둡고 곧게 뻗은 대니무들이 밀집대형으로 서서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떨어진 댓잎이 길을 푹신하게 덮고 있다. 담양에 대나무가 많다고 알았는데 이곳에도 대나무 군락지가 많았다.
궁항마을에서 하동호는 약 7km 남았는데 아내는 갈만하다고 한다. 조금 올라가다 김밥 나머지를 먹고 발도 좀 쉬었다. 계속 걸어 올라가다 부서진 자전거가 길가에 있기에 다가가 보니 설치예술 작품이었다. 계속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니 양이터재가 나온다.
10코스의 마지막 고점이다. 그곳에서부터는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는 길이다. 이 구간에도 대나무 군락지가 여러번 나타났다.
하동호가 보이자 곧 나본마을 스탬프함이 나온다. 그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하동호를 싸고 도는 마지막 길을 걸었다. 호수에 수몰된 나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수량은 많지 않았다. 댐 둑에서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종점에 이르러 조금 더 가니 비바체리조트 앞 버스정류장이다. 그곳에서 역시 덕산에서 둘레길을 걸어 왔다는 부산 중년여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시간이 1시간 3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곳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로 택시를 불렀다. 요금이 약 21,000원 정도라고 하여 1인당 7천원씩 부담하기로 하고 불렀다.
하동으로 가면서 부산과 남원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구례행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하여 가속하였다. 그래도 조금 못 미치자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지나갈 정류장에 내려주고 버스가 지나가면 손을 들어 승차하라고 일러주었다. 과연 구례행 버스가 곧 왔다.
버스에서 구례발, 남원행 버스를 알아보니 구례행 버스가 도착하기(오후 5시 32분 예정) 몇분전(5시 30분)에 남원행버스가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 버스를 놓치면 구례구역에서 6시 30분 이후에 ktx와 무궁화호를 탈 수 있었다. 구례 터미널에 버스가 도착하여 서둘러 내리자 남원행 버스가 막 출발하고 있다. 손을 들어 세우고 승차했다.
정말 무슨 007작전 같았다. 버스에서 남원호텔에 예약을 하고 교통편을 문의했다. 남원 터미널에 도착하니 남원호텔행 101번 막차시간(19:42)까지 약 1시간 30분이 남았다. 둘레길 출발전에 들렀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CU에서 음료 등을 산 다음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버스를 탔다. 남원호텔에 도착하여 내 차가 있음을 확인하고 체크인했다. 씻고 나니 살 것 같다. 이번 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아내는 다음에 하게 될 나머지 코스도 하루에 두코스씩 걸어서 일찍 마치자는 말도 한다. 자신감을 얻은 모양이다.
첫댓글 두분의 걸음이 아름답습니다
남궁종 님,
감사합니다.
걷기의 계절에 힘찬 발걸음 하시기를 바랍니다.
블로그에 더 많은 사진이 있었네요
두 분 여행이 너무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여행후기가 생생하게 느껴져서 마치 저도 지리산 둘레길을 함께 걷는 느낌입니다..
류비셰프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걸음하시기를 바랍니다.
머나 먼 지리산둘레길의 절반을 두 분이 함께 하신 모습 연재 후기 아름답습니다.
3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800 km)을 두 분이 걸으셨듯이..한뫼님 부부의 그 걷기 철학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엥베실님 감사합니다.
지금은 인천월미공원-아라뱃길-한강대교-광화문 66km(아내는 정서진까지 20km) 걷기대회 참가차 이동 중입니다.
@한뫼 그렇군요.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인천에는 그 반대로 정서진이 있지요. 인천녹색종주길을 걷다보면 문학산 정상에서 정서진 기념탑이 훤히 내려다 보이더군요. 걷기대회 무사히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두분의 지리산둘레길 걷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즐감하고갑니다
물안개님 감사합니다.
좋은 계절에 행복한 걷기 하시기를 바랍니다.
와우... 마지막 여정이 영화찍는 것 같습니다....ㅎㅎ
8일동안 10개 코스 걸으시느라 고생하시었습니다
제가 제주를 여행하느라 댓글이 늦은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여정도 계속 즐겁게 걸으시고 저는 또 응원하겠습니다.
지방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풍철 지리산둘레길에 부풀어 있습니다.
덕산에서 하동호까지의 둘레길은
차분히 음미하면서 걷는다면
참 재미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으며
중태, 위태 이름만 들어도 겁이 나는 마을과
그 마을의 뒷 배경이 되는 주산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비포장 국도(59번도로)를 거치기도 하고
조그만 연못을 감싸안은 대숲길도 고즈넉하지요
양씨와 이씨가 많이 살았다는 양이터재와
지리산 삼신봉 길목인 하동호의 본촌 마을에서
지루하게 걸었던 댐까지의 추억도 새롭습니다
선생님의 후기를 보면서
늘 즐겁고 행복했던 길들이 떠올라 감사함을 전합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한 걸음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