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산 산행기(482미터)
깊어가는 늦가을의 주말에 고성산 낙엽밟기 산행을 하게 되어서 교정의 새로 지은 세심관앞에 30여명이 모였는데 우리들의 학창시절에 낙락장송으로
우람하게 버티고 서서 반겨주고 여름에는 큰 그늘이 되어 주던 우람한고목의 플라타나스나무가 베어지고 없으니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황량한 느낌까지
들었는데 곳곳에 고운 자태의 샛노란 옷을 입은 은행나무가 반겨주니 모교가 또 다른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심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계곡의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후 능선에 올라서니 지난달에 중소도시로서는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전국체전을 치루어서 위상을 빛낸 김천시가지와 금릉평야와 함께 단풍으로 물든 황악산의 늠름하게 버티고 선 웅장한 자태가 나타나고 송정을 비롯한
모교는 숲에 쌓인채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산악회원들의 건강한 웃음소리와 대화속에 그리고 늦가을
고성산록의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와 함께 산행을 하니 단풍색깔이 진하지 않아도 좋고 그저 고향의 구수한 흙냄새와 상큼한 공기가 따뜻한 모태의
품안인듯 따사롭고 향기로왔으며 억새가 나부끼는 시원한 은빛 바람도 이마의 땀을 씻어주기에 그지 없었다.
우리들의
학창시절 조종옥선생님을 닮은듯한 듬직한 체구의 김태섭사업이사(체육 담당)를 선두로 하여 지리산산행을 마다 하고 모교에 온 김석삼대구산악회장과
2613동기들의 교황적 영구회장인 홍성규선배님을 비롯한 김용환,이동기선배님들,산악회 카페에 좋은 글을 올려서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영훈안심동장과
순이님부부,그리고 문경에서 도자기 민간대사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는 최홍수교감부부와 무엇보다도 전가족이 모두 산행에 참가한 조정면동문가족이 제일
돋보였다.
고성산 정상에 오른후 헬기장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얼마전에 옛 봉수대터에 준공한
팔각정(고성정)에 가보았는데 높이가 8.63미터요, 지붕의 폭은 9.52미터의 아담한 정자로서 표석에 음각된 글에 하였으되 "고성산 옛산성
봉수대는 천년세월 이 고장의 보루더니 고.성.정 우뚝 솓아 성공 혁신도시로 만년 대계 웅비할 역사의 증언 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며
봉수대터답게 사방의 전망이 빼어난 곳이었다.
동쪽으로는 감천의 물줄기가 푸른 날개를 편것같아 보이고 남쪽으로는
양천,구성일대의 능선이, 서쪽으로는 황악산,덕대산일대의 지맥이 내려와 뼏쳐있으며, 북쪽으로는 혁신도시로 웅비하고 있는 김천시가지가 펼쳐졌는데
깨끗하고 정돈된 시내가 부푼 꿈을 안고 있는 희망의 도시이자 선진도시와 같았다.
하산은 야영장(채석장)을 거쳐서
모교뒤로 와서 교주이신 최송설당여사가 잠드신 유택에 들러서 두번 절하며 인사를 드렸는데 한양의 누룩골에서 영친왕의 보모로서도 활동하신
여장부이시자 뛰어난 선각자적 정신을 가지고 계셨던 최송설당은 자식이 없었고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해서 전국 각처의 사찰에 많은 시주를 하였고
현재도 금강산 유점사와 증산의 청암사에 그의 시주를 기리는 대형 암벽 각자가 남아있기도 하며 원래는 많은 재산을 친일파가 주지로 있는 합천
해인사에 시주하려고 하기도 하였으나 일제의 압제하에 고통받고 있을때에 민족지도자의 양성에 목말라하던 민족주의자이자 애국자였던 만해 한용운,백산
이인,몽양 여운형선생등의 "수많은 아들들의 어머니가 되어 달라"는 권유에 흔쾌히 동의하여 현재 가치로 수백억원의 정재를 풀어서 송설학원을
이루시고 "영원히 사학하여 민족정신을 함양하라"는 유훈을 남기시고 영면하신 산소는 잠이 드셨지, 돌아가신 것이 아니요, 년년세세 무궁토록 꽃다운
이름과 방향이 영원히 이어지리니.
학창시절에 뛰어놀았던 왕릉같은 묘소는 지금도 금잔듸에 입혀서 안온한 유택이 되어
있으며 여사님의 기일에는 지금도 전교생들의 참배행렬이 이어진다고 하니 어찌 좋은 전통이 아니리요?
안타깝게도
6.25 한국전쟁시에 파괴된 묘소밑의 정걸재는 만해 한용운선생의 조언을 받아서 당시 경복궁 근정전을 지은 목수가 서울에서 내려와서 못을 하나도
치지 아니하고 궁전 양식으로 지은 건물로서 본관 2층 적벽돌 교사 건축비와 맞먹는 비용이 들었다고 하는데 정걸재는 지금까지 남아 있었으면
영남지역 목조 건물의 진수가 되었을 터인데 동족 상잔의 와중에 없어지고 옆의 관리인이 거처하는 취백헌만 남아서 아쉬움을 주고 있었다.
그후 송정 잔듸밭에서 박종근교감선생님의 모교 근황을 설명들은후 회식을 하였는데 준비한 돼지고기 수육이 연하고
고소하였으며 김치도 맛깔스러워서 접시에 담기에 바빴는데 준비에 수고한 김종웅재무이사와 박용국총무이사는 양주를 권하기에 여념이 없으며
김정우산악회장은 섹스폰으로 흥취를 돋우었다.
이어진 부곡동의 소리바다노래방에서의 여흥후 회장님댁에서의 모임까지
이어졌으며 발렌타인 30년산이 연신 나오고 호주가인 홍성규선배님은 지기를 만난듯이 흡족해 하였으며 또 김천이 배출한 시조시인인 정완영어른과
객주등의 작가인 김주영소설가등이 참석한 포항의 모임에 갔다가 늦게 백세주등 한보따리의 선물과 오늘이 빼빼로데이라고 과자까지 준비해 온 운치있고
다정다감한 민경탁시인(필명:빛솔)이 방문을 해서 호탕한 환담이 늦게까지 이어졌는데, 산행이 즐겁고, 사람 만나는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줄을....
세계 어떤 곳도 우리처럼 반나절만에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수 있는 산을 가진 도시가 드물다고 하는데 고성산은
김천시민들의 허파(폐)로서 시민의 건강을 계속 지켜줄 산이 될것이니 아름다운 산이 아니고 무엇이리오?
송설 산악회 부회장 이 영 규 드림 ('06.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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