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마다 새순이 돋아오르는 계절이 되면 차 애호가들은 입안에 슬며시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곡우를 전후로 나올 새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작년에 구입해 두었던 묵은차의 눅눅함이 괜시리 애물단지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새차를 기다리면서 묵은 차의 마지막 향기를 음미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은근한 불에 말리듯 덖어주기
묵은 차의 눅눅함을 빼고 향을 살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한번 덖어주는 것이다.
중국 문인들의 유행과 멋을 설명한 명(明)나라 때의 『고반여사(考槃餘事)』에는 차를 만든 다음에도 하지와 추분, 동지 등 다섯 번에 걸쳐 다시 차를 불에 쪼여 보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래된 차를 덖을 때는 바닥이 두껍고 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 두꺼운 솥뚜껑이나 후라이팬을 이용해 은근한 불에 말리듯 덖어야 한다. 눅눅한 기운이 사라지고 향긋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한지를 깔고 1시간 정도 식힌 후 차통에 다시 담으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가루가 섞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루는 쉽게 타기 때문에 자칫하면 차에 탄내가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걱을 사용하면 가루가 더욱 쉽게 나기 때문에 더더욱 유의해야 한다.
목련·매화로 꽃차 만들기
묵은 차를 이용해 봄을 음미할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은 요즘 지천으로 피고 있는 목련이나 매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목련이나 매화에 묵은 차를 싸서 3일 정도 두면 꽃향기가 배어있는 녹차로 변신한다. 차를 내린 물에 매화를 띄우는 방법도 꽃차를 즐기는 또 하나의 노하우이다.
차밥·녹차무침으로 새봄의 향기를
햇차를 활용하기에는 아까운 차밥 또한 묵은 차로 즐길 수 있는 호사로움이다.
밥물을 넣을 때 그냥 물 대신 차를 우려낸 물을 넣으면 차 향기가 가득한 차밥을 즐길 수 있다. 밥솥에 물을 넣은 다음 녹차잎은 버리지 말고 녹차무침을 만들어보자. 녹차의 향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무침법은 소금만을 이용하는 것. 기호에 따라서는 참기름이나 고추장을 가미할 수도 있다.
고기 재우거나 목욕할 때도 또 쇠고기가 돼지고기를 재울 때 차를 함께 넣으면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할 수 있으며, 묵은 차를 담은 헝겊주머니를 욕조에 담아 찻물목욕을 하는 것 또한 묵은 차로 누릴 수 있는 ‘초봄의 호사(豪奢)’라 할 수 있겠다.
첫댓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