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그 중에도 몇몇 운동은 수준급이다. 예를 들어 스키나 스케이트 그리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어릴 적부터 테니스를 조금 하였고 특히 볼링은 어느 정도 자신 있게 치기도 한다. 국민학교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도 이미 어린 나이였던 그 당시 검은띠를 맬 정도였고 여느 그 당시 아이들과 같이 한 겨울날 눈밭에서 눈과 얼음 범벅이 되어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온종일 뒹굴며 축구도 해보았다.
그러나 들으시기에 좀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탁구나 당구 같은 것은 아주 나쁜 짓이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지금도 탁구라켓을 잡으면 공이 어디로 튀어갈지 모를 정도이다. 왜냐하면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에 출석했던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어릴 적인 그리고 중학생이던 그 당시, 1960∼70년대에는 교회 다니는 학생들이 탁구장이나 당구장 출입을 하면 하나님 앞에 범죄하는 것이라고 배워왔기에 탁구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는 성경적이든 그렇지 못하였던 간에 한국 교회에서 보편적으로 가르치던 소위 믿음의 틀을 벗어나지 아니하고 그 속에서 지나왔다.
그러한 내가 느닷없이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벨기에(Belgium)에서의 사역을 잠시 중단하고 영국으로 가서 선교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곳에서 배우게 된 포켓볼(Pocketball, 흔히 그곳에선 Snooker라고 한다)에 아주 깊이 심취하게 되어버렸다.
영국 Gloucester에 있는 Redcliffe College에 머물면서 거기서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러온 친구들과 포켓볼을 치기 시작하였다. 특히 영국학생들과 브라질에서 온 학생들이 아주 잘 쳤었는데 그들에게 포켓볼을 배우기 시작하여 얼마나 열심히 쳤던지 몇 주가 안 지나서 그곳의 고수들을 차례차례 다 꺾고 왕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Bournemouth로 사역을 위하여 내려와서는 국제학생들이 매주 한차례 모여서 교제를 나누는 Light House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당할 자가 없을 만큼의 고수 노릇을 톡톡히 했고 가끔씩 Research를 위해 들렀던 런던의 LBC(London Bible College)에서 역시 포켓볼의 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왠일인지 그렇게 포켓볼이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아마 정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동적이며 다이나믹한 파괴력과 정확한 결론을 맛볼 수 있는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얼마전엔 남동해안의 진하라는 바닷가 휴양지에서 아는 분이 당구장을 경영하는데 그곳에 다니러 갔다가 며칠을 새벽 두어시까지 포켓볼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에 다니러 가서도 아내의 모교회(부산 부전교회)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도 정신 없이 즐거워할 만큼 나는 포켓볼의 Mania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실 내가 포켓볼을 이토록 좋아하는 데는 그 어떤 다른 이유보다도 아주 깊은 영적인(Spiritual) 까닭이 있다.
영국에서였다. 아마 1997년이었을 것이다. 영국과 브라질 학생들(네또, 루이스…)과 우간다에서 온 카누티와 함께 아이스크림 사주기 포켓볼을 열심히 치고있을 때였다. 그 이전까지 그렇게도 열심히 포켓볼을 쳤었고 때론 학교 기숙사의 가장 늦은 탁상스탠드가 꺼질 때까지(사실 내 것이 가장 늦은 것이었다) 우리는 포켓볼을 쳤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쳤었는데 왠일인가! 이 날, 그들과 포켓볼을 치면서 내 차례가 되어서 다양한 포지션에 있는 공들을 열심히 포켓 속에다 집어넣으며 하나 둘 남은 공들을 마지막으로 집어넣기 위해 자세를 낮추어 Queue를 공에다 정확히 갖다 대는 순간 너무나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전에 전혀 느껴보지도 못했던 그러한 신선하고도 강렬한 충격 말이다.
Queue Ball(White Ball)을 가지고 내 공을 정확한 각도로 조준해서 빈틈없이 적당한 힘으로 아주 정확히 밀어서 치면 그 공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가 원했던 포켓 속으로 너무나도 정확하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아무리 어려운 각도라도 정확하게만 하면 못 들어갈 공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떤 영적 자각이 왔느냐 하면 저렇게 아무것도 아닌 공들도 정확한 각도로만 치면 정확히 포켓 속으로 들어가는데 분명히 살아 계신 하나님 앞에서 내가 그분의 말씀대로 정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살기만 한다면, 그리고 그분의 말씀대로 그분께 아뢰며 구하기만 한다면 약속을 철저히 지키시는 그분께선 이미 약속하신 대로 그분의 뜻을 이루시며 우리의 기도에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응답하시고야 말리라는 생각이 나의 전신을 휘감고 말았다.
얼마나 놀라운 은총의 물결 속에 깊이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포켓볼의 공도 저렇게 정확한데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께서 일까 보냐!…… 다만 하나님 앞에서 그분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정확한 각도를 맞추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었다.
그 후 나는 포켓볼을 칠 때마다 참으로 이전과는 달리 하나님의 은혜의 감격 속에 남다른 믿음의 확신을 깨달아 누리면서 신령한 믿음으로 치게 된 것이다. 포켓볼에서 요청되어지는 정확한 각도, 힘… 처럼 우리의 하나님 앞에서의 삶 속에서 요청되어지는 것은 분명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이리라….
정확한 각도로 정확히 쳤는데 공이 포켓 속으로 안 들어갈 리가 없다. 이보다 더욱 정확히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았는데 우리의 기도가 안 이루어질 리가 없고 우리의 삶 속에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 나타날 리가 없는 것이다.
나는 아주 단순히 바로 이것이 신앙이요 능력이요 영적 전쟁에서의 승리라고 믿는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나게 하는 통로…, 포켓으로 공을 집어 넣게 되는 통로…, 그것은 바로 우리의 하나님 앞에서의 정확한 믿음의 각도인 것이며 정확한 순종인 것이다. 다시 말씀 드려서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에 대한 정확한 순종 말이다.
그러함으로 우리를 깨끗하게 하여 하나님 앞에 내어놓기만 하면, 그저 하나님께서 쓰시도록 깨끗한 그릇으로, 도구로, 의의 병기로 우리를 하나님 앞에 가져다 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망치가 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망치를 사용해 못을 박듯이,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분의 손으로 잡고 사용하셔서 그분의 뜻을 이루는 것이다. 다만 거룩하신 그분 손에 들려지게 되는 것이 우리의 영광인 것이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레위기 11:45 )
"기록하였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1:16)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에베소서 6:11)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들에 대한 우리의 겸손하고도 정직한 순종이 하나님을 움직이며 그분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불러 모으신 그리스도의 군사된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는 정확한 각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