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현직 해군 고위 관계자들의 인사비리 의혹을 제기한 문건이 군 내부에서 떠돌아 큰 파문이 일었다. 과거에 비해 장성 진급이 객관적 기준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진다지만 인사철만 되면 진급비리와 관련한 숱한 소문과 괴담들이 여전히 군 안팎을 휘감는다. ‘별’을 달기 위해 부인들의 눈물겨운 방법들이 동원되는가 하면 돈봉투가 오가는 경우도 흔하다.
지방 제거 수술에서부터 수천·수억 원 돈봉투까지
대한민국 국군 대령은 이 땅의 소위 ‘위기의 남성’이라는 세대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대개 40대 후반~50대 초반 연령인 그들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사회의 중간급 임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령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도박이며, 정글 속에 내던져진 생존경쟁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왕 대령까지 올라왔으니 ‘별’에 욕심을 전혀 안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욕심만으로는 안 되기에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묵묵히 지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냥 손을 놓고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눈물겨운 ‘별바라기’는 지금도 계속된다.
육군본부의 A대령은 지난해 가을 대전의 모 대학원 등록을 다 마쳤으나, 정작 수업은 듣지도 못한 채 등록금만 날려야 했다. 갑작스레 부서 이동이 있은 탓이었다. 새 업무 파악에도 바빴지만, 그보다 새롭게 바뀐 상급자가 영외 개별활동을 탐탁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신경이 쓰였다.
사실 A대령은 이미 중위 시절 체계분석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바 있지만 이번에는 국제정세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중동 문제 등의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 장성 진급에도 혹 도움이 될 듯해서였다.
학업을 포기한 대신 그는 최근 밤마다 어김없이 5km씩 구보를 한다. 지난 연말 축구 시합에서 다친 발목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해가 바뀌면서 다시 구보를 시작했다. 곧 다가올 설날에 또 축구 시합이 있기 때문이다. 중령 진급 이후 체력훈련을 다소 소홀히 한 탓에 그의 축구 실력은 별로 신통치 않다. 축구광인 상급자의 흘려 들어도 괜찮을 농 섞인 책망도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군부대 주변에서는 뒤늦게 ‘석사 학위 따기’에 나선 영관급 장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서울·대전 등의 야간 대학원에는 장교들이 가득했다. 육군본부의 한 영관급 장교는 “장성 진급에 반드시 석사 학위 간판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있으면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르기는 몰라도 대령 정도 되면 70~80% 이상은 모두 석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성 진급 “석사는 필수, 박사는 선택”
한 예비역 장성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부터라고 생각되는데 ‘스타’가 되려면 다들 갖고 있는 석사 학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야간대학에 이름만 걸어 놓고 수업은커녕 논문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졸업장만 따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말로 돈으로 학위를 사는 셈이었다”고 귀띰했다.
그렇지만 최근 석사 학위가 장성 진급의 자격요건처럼 인식되는 경향은 여전한 듯하다. 서울 육군 모부대에 근무하는 B대령은 “뒤늦게 책보따리 들고 다니며 수업을 들으려니 부대 눈치도 보이고 학비도 만만치 않고 정말 죽을 맛”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는 “예전에는 석사 학위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날 문득 주변 동기들을 살펴보니 학위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덧붙였다.
육군본부에서 최근 강원도 모 부대의 연대장으로 전출된 C대령에게도 고민이 하나 생겼다. 새 부대 적응과 함께 각 참모들과 대대장들의 눈치를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이 대대장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는 최근 참여정부 출범으로 공무원 조직에 이어 군에도 도입된 다면평가제 때문이다. C대령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상급자뿐만 아니라 이제 하급자에게도 받아야 한다. 그는 “솔직히 하급자에게 받는 평가가 더 신경 쓰인다”며 입맛을 다셨다. 합리적인 인사문화를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군 조직의 특수성으로 볼 때 지휘관이 하급자의 표정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지난 DJ정권 시절 한때 영내에서 조깅 붐이 인 적이 있다. ‘똥배’ 나온 지휘관의 자격 여부가 불거지면서 체력 테스트가 강화된 탓이다. B대령은 “사실 장성 진급 대상자에게 아주 높은 수준의 체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실제 체력 테스트에서 부적합한 판정을 받고 탈락하는 경우가 생긴 이후부터는 동기들 간의 인사가 ‘배 좀 들어갔어?’였다. 급기야 어떤 장성의 경우는 부인의 권유로 지방 제거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을 아내에게 들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건강 검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C대령은 “2년 전 대령 진급을 앞둔 동기 한 명이 건강 검진에서 간기능에 크게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받고는 인진쑥이니 헛개나무니 하는 간에 좋다는 약이란 약은 다 구입하며 법석을 떨더라”고 전했다. 그는 “진급을 앞두고 실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보기 위해 따로 영외 일반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고, 술·담배를 갑자기 끊고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육군 모 대령의 경우 자신의 간기능 수치가 정상인 보다 높게 나타나자 후배 군의관에게 “정상 수치에 가깝게 낮춰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는 얘기가 군부대 주변에서 떠돌 정도였다.
뚱뚱한 지휘관 눈총, 지방 제거 수술도
허약하면 진급하지 못한다. 국방부는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적군 체력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측정에 참가한 모 부대 영관급 장교들.
이번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영관급 장교들은 “진급을 위한 목적으로 상급자에게 아부·청탁·뇌물 공세를 펴거나 아내를 파출부로 동원하는 등의 모습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어설픈 ‘반칙’행위는 오히려 자신에게 치명적 결격사유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책잡히지 않는 극도의 몸조심 경향이 더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대령의 부인은 “남편의 이미지를 위해 어쩌다 부대 상·하급자를 만나면 무조건 밝게 인사하고 최대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나는 일반 병사들에게도 단 한 번도 말을 낮춘 적이 없다. 괜히 좋지 못한 소문으로 책잡히지 않는 것이 남편을 돕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영관급 장교의 부인들은 한결같이 친절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수고하십니다” 일색이었다.
한때 남편의 계급이 부인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얘기도 회자된 바 있다. 이에 대해 A대령은 “내가 육군본부에 근무한 지 1년 8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내 아내는 직속상관이나 그의 부인 얼굴도 모른다”고 전했다. 육군본부의 다른 한 대령은 “최근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는다기보다 오히려 집안에서 얌전히 지내 주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내조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얼마 전 한 중령의 아내가 인터넷 채팅 등으로 바람이 나서 가정불화가 심각하다는 소문이 영내에 퍼졌고, 결국 그 중령은 진급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아내의 도움보다 집안에 대한 불미스러운 소문이 나지 않도록 ‘자나깨나 아내 조심’이라는 경향이 더 강조된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강원도 춘천의 육군 모 부대에서 근무하는 D대령은 “군단 참모로 전출온 모 대령의 경우 자신의 신상기록 카드에는 분명히 불교 신자라고 적어 놓고도 부대 전출 이후 부인과 함께 열심히 교회를 다니며 군단장 내외에게 바짝 밀착하는 경우를 보고 주변에서 수군거림이 많았다.
한 동료가 비아냥조로 ‘원래 불교 신자 아니었나? 왜 갑자기 기독교로 바뀌었느냐’고 넌지시 묻자 그는 ‘집안의 부모님이 원래 불교를 믿는 것이었고, 기독교 신자인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게 된 것’이라고 애써 변명하더라고 한다. 사실 남이야 교회에 다니든 절에 다니든 상관할 바 아닌데, 이 또한 진급에 대한 경쟁심리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친목 모임이나 스터디 그룹 등이 진급을 위한 주변관리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육군의 모 대령은 “지난해 국제정세에 관심을 갖는 동기들을 중심으로 상·하급자를 포함한 7명 정도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만나 서로 토론도 하고 책도 읽고 학계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도 듣고 하는 순수한 스터디 그룹이었는데, 인원이 차츰 늘어나면서 외부 시선이 곱지 못했다. 무슨 사조직으로 비친 것 같다. 이런 부담 탓에 지난 연말 이후 모임이 유야무야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동기 모임, 스터디 모임 서너 개 쫓아다니기도
또 다른 한 대령은 “사조직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군대 역시 사회의 한 부분인데 상식적으로 동기 모임, 특정 부대 출신 모임, 고향 및 학교 동문 모임 등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외부의 오해가 두려워 소규모로 드러나지 않게 순수한 친목 모임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중에는 선천적으로 조직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친구들은 서너 개의 모임에 부지런히 쫓아다니기도 하고, 자신이 총무 등을 자처하면서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간혹 진급과 관련해 주변의 오해를 사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위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장성 진급은 모든 장교의 꿈이다. 현재 국내 장성은 모두 44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육군의 경우 320명 정도의 별자리를 놓고 육사·3사·학군 출신 등의 야심 있는 영관급 장교들이 경쟁하고 있다. 자리가 한정돼 있으니 자연히 경쟁률이 치솟게 마련이고, 정당하게 진급할 자신이 없으면 무리수를 감행하는 이들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반칙 플레이가 실제 승패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게 되면 우수한 영관급 장교들도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요량으로 여기에 동참하게 된다. 흔히 ‘인사치레’라는 표현의 관례화된 청탁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육사 26기 출신의 한 예비역 대령 E씨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군 인사 청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솔직히 지금껏 단 한 번도 진급 청탁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우리 때만 해도 육사를 졸업하고 큰 사고가 없으면 대령 진급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격차는 중령 이후부터 뚜렷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나의 경우 소위 잘 나가는 동기들에 비해 중령 진급이 한 차례 늦었고, 대령 진급이 또 한 차례 늦어지면서 ‘장성 진급은 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2차에서도 탈락하면서 미련 없이 옷을 벗었다. 2차 심사 때 한 동기생이 ‘내가 자리를 주선할 테니 ○○○ 선배를 한번 만나자’고 했지만 내 체질이 아닌 것 같아 거절했다. 와이프한테 몇 달간 잔소리를 들은 것 말고는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군 인사에는 나름대로 하나의 룰이 있었다. 즉, 후배 또는 하급자가 진급에 도움을 주십사 하고 청탁해올 경우, 상급자는 자신의 역량껏 힘을 한번 써 본 뒤 다행히 잘 되면 서로 기분 좋은 것이고, 안 됐을 경우 그 돈은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최소한의 군 선배로서의 자존심과 양식은 지켰던 셈이다. 탈락한 후배도 선배에게 미안해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룰마저 깨지는 것 같다. 아예 자신이 먼저 나서서 청탁을 주선하거나, 제대로 힘을 써 보지도 않고 돈만 챙기려 드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경우를 보면 대개 진급에서 탈락한 사람이 선배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데서 불거진 것이 많지 않은가.”
얼마 전 발각된 한 청탁 사례는 E씨의 이런 얘기를 단적으로 뒷받침한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 당시 육군본부 감찰차감 유 모 준장은 육군훈련소 시설대장 김모 중령의 요청으로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기술행정사관 출신이던 김중령은 역시 비육사 출신인 유준장에게 자신의 대령 진급을 청탁하고는 가지고 온 가방을 그의 차 트렁크에 실었다. 거기에는 1만원짜리 100장 묶음 50다발이 들어 있었다.
“청탁받더라도 진급 실패하면 돌려주는 것이 룰”
그러나 김중령은 그해 9월의 정기 인사에서 탈락했다. 막상 유준장이 진급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지난해 3월 옷을 벗게 된 김중령은 화가 나서 “자신있는 것처럼 말하길래 5,000만원까지 갖다 바쳤는데 진급도 안 됐을 뿐더러 돈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주변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불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육군 중앙수사단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유준장은 김중령에게 받은 5,000만원을 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개인 용도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에서 은밀히 진행되어온 인사 청탁의 뿌리가 언제부터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아예 창군 이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다수 군 관계자들은 지난 5·6공에서 군 인사를 좌지우지했던 하나회가 몰락한 시점인 문민정부 출범이 기폭제가 되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예비역대령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하나회 제거 이후 저마다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야심으로 새로운 사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자기 사람 만들려는 ‘위’의 욕심과 힘 있는 줄을 잡고자 하는 ‘아래’의 절박함이 어우러지면서 온갖 청탁과 수수가 난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식으로 뒷돈을 챙긴 인사들이 실제 군 요직과 국방장관 등을 독점하면서 뇌물 관행은 하나의 군문화로 정착되었고, 여기에 호남 군맥이 실권을 잡으면서 지역평준화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차별이 더 심화되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 현역 영관급 장교들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소위 문민 통치자들이 군을 지난 10년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육군본부의 F중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정권의 군 인사 비리를 철저히 파헤쳐 다시는 그와 같은 비리가 저절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G대령은 “지난 정권 당시 우리 사이에는 ‘오적’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국방관련 부서 고위직의 C·H씨, 육군 장성 출신의 K씨 등이 공통적으로 오르내렸고, 이외에도 L 전 소장, K 전 대장 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들은 호남 군맥의 상징적 존재들로서 지난 5년간 군 인사를 마음껏 좌지우지한 악명 높은 인사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정치적 군인들이 심어 놓은 군맥이 여전히 현재의 한국군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거침없이 토해냈다.
G대령은 “당시 대표적 호남 인맥인 K장군이 사석에서 ‘이제 더 이상 군내 호남 차별은 없다. 우리는 계속 간다. 향후 몇 년 간은 끄덕없다’는 말을 아예 노골적으로 했다더라. 이에 대해 우리 주변에서는 ‘전도 유망한 영남 출신 장교들은 미리 다 솎아내고 호남 출신들만 엄청나게 심었으니 당연히 몇 년은 가겠지’ 하는 비아냥이 터져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F중령은 “지난 DJ정권 때 부부가 모두 호남이면 성골, 부부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호남이면 진골이라는 말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호남 출신 육사 장교들은 숨만 쉬고 있어도 대령, 입만 벙긋하면 장성이라는 말이 나왔겠느냐”고 전했다.
DJ정권 때 군 인사 좌우한 ‘오적’ 지금도 회자
이에 대해 호남 출신의 한 예비역 중령 H씨는 “지난 정권에서 호남 출신 장교들이 대령이나 장성 진급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지난 30년간 영남 정권에 의해 소외되어온 호남 출신들의 한풀이 차원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여전히 영남 출신들은 아직 대한민국 군에서 자신이 성골이라는 우월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최근 이원형 전 국방품질관리소장의 비리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도 그가 무기 도입을 총괄하는 국방부 획득실장에 공모하자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영남 출신 영관급 장교들이 청와대에 이씨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제보한 것이라는 추정이 군내에는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다.
이런 사정은 비단 육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예비역 공군 대령은 “지난 DJ정권에서의 호남 지역 출신 진급이 너무 두드러지자 일선 장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며 “누가 봐도 장군감이라고 인정했던 우수 영관급 장교가 대령 진급에서 물을 먹는가 하면, 객관적으로 근무 성적 등 자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봤던 호남 출신의 중령이 대령으로 승진하는 등의 인사가 자꾸 발생하자 현역 장교들은 그 울분을 영외 술자리에서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한 예비역 공군 장성께서 당시 공군 참모총장에게 공정한 인사를 하지 않으면 공군이 망한다는 진정서까지 보낸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해군 내부에서 진급 청탁자들의 실명이 직접 거론된 괴문건이 나돌아 한때 국방부가 발칵 뒤집힌 적도 있다. ‘해군의 심각한 인사 비리 실태’라는 제목의 이 괴문건에서도 호남 출신 인사들에 대한 진급 특혜 의혹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국방부에서는 “군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비리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군 내부에서 떠도는 소문을 모은 수준에 불과하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한 해군 예비역 대령은 “솔직히 3군 가운데 해군이 진급 비리가 가장 심하다는 불명예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당시 문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일부의 경우 실명까지 제시됐다면 그보다 더 충분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잘못은 무조건 덮으려고 드는 군의 무사안일주의가 더 큰 화를 키웠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B대령은 “지금까지 내부 제보나 수사에 의해 밝혀진 진급 청탁 비리에 대해서는 군 수뇌부가 자체적으로 조용히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관행이 청탁 비리의 만성화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0년 M중령의 경우가 그 대표적 사례”라고 예를 들었다.
“돈은 돌려주고 왜 금반지는 안 돌려주나”
국방부는 공정한 진급과 인사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2002년부터는 육군 진급 심사 과정이 사상 최초로 전산화되어 공정성과 투명성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 6월 당시 육본 고등검찰부는 인사참모부 소속 M중령과 K중령을 진급 청탁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들의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당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전역했고, 그것으로 수사는 끝이었다.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당시 M중령이 수사 과정에서 “너무 깊게 파고들면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다 폭로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 당시 그가 언급한 폭로성 내용의 한 부분에는 호남 군맥의 실세 K장군도 포함되었다는 것. 이에 수사팀은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고, 당시 인사부서 책임자들은 문책은커녕 오히려 타 부대 지휘관으로 영전한 것으로 전한다.
인사 청탁 비리에는 ‘사모님’의 역할도 단단히 한몫 한다. DJ정권 당시 한 장성의 부인은 아예 남편을 제쳐두고 본인이 장군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 기질이 대단했던 것으로 소문나기도 했다. 괄괄한 성격의 그 부인은 지난 정권에서 정치권 실세에게 진급 뇌물을 직접 건넸으나 막상 진급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이 실세 집에 달려가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일은 해군에서도 있었다. 한 영관급 장교의 부인은 당시 해군 고위장성 부인에게 인사청탁을 하며 돈을 건넸으나 막상 남편이 진급에서 탈락하자 돈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이 부인은 다짜고짜 고위장성 집으로 찾아가 “왜 돈만 주고 금반지는 안 돌려주느냐”고 거세게 항의해 망신살을 뻗치게 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2002년 육군 모 부대 사단장의 한 부인은 부하 장교의 부인에게 현금과 상품권 등 500여 만원을 남편 몰래 챙긴 것이 들통나 결국 남편이 보직해임된 적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장교들은 군내 청탁문화의 만연화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G대령은 “지금껏 이 자리에 오면서 단 한 번도 청탁 인사 같은 것 해본 적도 없고 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내 주변에서도 그런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 이런 문제가 보도를 통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일부 극소수의 부적합한 인사들이 실력으로 안 되는 것을 돈으로라도 어떻게 해보겠다는 욕심에서 빚어진 것 같다.
빙산의 일각 때문에 마치 군 전체의 인사가 비리로 얼룩진 것인 양 비쳐지는 것이 무척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사 출신인 G대령은 최근 비리 인사 중 부쩍 비육사 출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 강조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수가 많은 육사 출신들에 비해 비육사 출신들은 그 계보가 더욱 선명하고, 결속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육사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3사와 학군 출신들의 진급 전쟁은 더욱 눈물겹다. 얼마 전 결국 옷을 벗어야 했던 3사 출신의 예비역 육군 중령 H씨가 그런 경우다.
전북 고창 출신의 H씨는 성실성을 인정받아 중령까지의 진급은 무난했다. 1997년 DJ정권이 탄생하자 그도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해 한때는 장성의 꿈을 키운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령 진급부터는 그 스스로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1998년과 99년 두 차례 대령 진급 심사에서 거푸 떨어졌다.
특히 1999년에는 동기생의 권유로 3사 출신의 대령 선배를 만나 청탁도 해 봤다. 그는 “아마도 내 봉투가 좀 얇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2000년 진급 심사 때는 아내는 물론 고향의 동생 등 온 가족이 그의 진급을 위해 뛰었다. 특히 시골에서 부모님을 모시면서 ‘형의 장군 진급’만을 유일한 삶의 희망으로 여겨온 동생의 눈물겨운 노력에 대해 H씨는 지금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생은 “군인보다 정치권 실세에게 줄을 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고향 선후배 인맥을 모두 활용해 가까스로 동교동계의 한 실세 국회의원에게 선이 닿았다. 그는 2,000만원의 돈 봉투를 건넸고, 그 주변 비서진과 소개해준 주변 인물들에게도 10돈짜리 황금돼지와 지역의 특산물을 열심히 날랐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탈락이었다. 그는 후에 “두 장으로는 도저히 안 되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완전 자유경쟁 제도 도입해야” 한목소리
지난 2001년 10월 학군 출신의 한 장성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육사 출신이 독점한 한국 군 진급 인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한 차례 군을 요동치게 한 적이 있다. 당시 언론들도 앞다투어 육사에 지나치게 편중된 군 고위직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한 시사 월간지는 ‘대위에서 소령, 소령에서 중령 진급의 경우 육사 출신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거의 전원이 진급하는 반면 소령 진급의 경우 학군은 약 4대 1, 3사는 약 6대 1의 경쟁을, 중령 진급의 경우 학군은 약 6대 1, 3사는 약 16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또 ‘대령 진급의 경우 육사는 5.5대 1인 데 반해 학군은 22.4대 1, 3사는 41.1대 1이며, 장성 진급때는 (육사 11.4대 1, 학군 49대 1, 3사 28.4대 1)로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차원양 예비역 소장 역시 “육사 출신이 진급심사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진급 관리 핵심 네 개 직위(참모총장, 인사참모부장, 진급처장, 진급계장)를 모두 육사 출신이 차지한 상황에서는 공정한 인사 행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육사 출신 장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G대령은 “진급 심사는 특정 출신에 상관 없이 동등하게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오히려 지금의 실링 제도(일정 비율에 의한 자리 배분)는 육사 출신에게 역차별을 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링 제도에 의해 현재 대령 진급에는 육사 대 비육사의 비율이 6대 4로 나눠지고 있다. 비육사 출신 가운데서도 크게 3사 출신이 약 3, 학군 출신이 1의 비율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장성 진급은 약 7대 3 정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육사 출신의 F중령은 “현재의 제도대로라면 육사 출신은 아무리 그 자질이 뛰어나더라도 대령 진급 때 5명 중 1명만 진급하고 나머지 4명은 무조건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육사 37기 출신의 D대령은 “이제 우리 군도 완전 자유경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육사 출신 탈락자 4명이 다른 출신의 진급자보다 더 우수한 장교인데도 단지 육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탈락해야 한다면 사기가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학군이나 3사출신들도 개인적 자질과 상관 없이 항상 40%만 진급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육사에 대한 반감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다. 출신을 무시한 철저한 완전 자유경쟁의 심사를 하면 이처럼 모두 불만족스러워하는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 출신의 한 중령은 “실링 제도를 없애고 무한 자유경쟁으로 하자는 주장에 우리는 물론 학군 출신들도 찬성한다. 그러나 3사 출신들이 여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3사 출신의 한 예비역 중령은 “자유경쟁이라는 말은 그럴 듯하지만 이는 공정한 룰과 심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현재대로 육사 출신 위주의 심판들과 감독관만 있는 경기장에서 공정한 게임이 될 리 없다. 당분간은 실링 제도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했다.
학군 출신의 한 영관급 장교는 “우리도 미국의 장교 제도를 교훈 삼아야 한다. 미국의 장교는 육사(웨스트포인트) 출신들과 학군 출신 등 다양한 출신의 장교들이 모여 자유경쟁을 하고 있다. 당연히 웨스트포인트에 대한 혜택은 없다. 그 출신들은 국가가 인정하는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지, 직업군인으로서의 진급을 노리고 특혜의식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육사 출신 영관급 장교들의 하소연
육사 대 비육사 출신들의 알력의 골은 의외로 깊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역시 인사 문제에 있었다. D대령은 이에 대해 “어찌 보면 육사 내부의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기부터 육사 졸업생이 250명에서 300명으로 늘었다. 또 당시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청운의 꿈을 안고 육사에 몰릴 만큼 인기도 절정이던 때 아니었나? 나름대로는 서울대의 유혹도 물리치고 장성의 꿈을 안고 육사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대령은커녕 중령 진급도 어려운 판이다. 우리 또래 육사 출신들이 현재 겪는 자괴감은 아마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육사 38기 출신의 한 중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연말 동기 모임 분위기를 전하자면 조금 과장해 가히 폭발 직전이었다. 특히 우리가 입학할 당시에는 임관 후 5년 간의 의무복무만 마치면 사무관급 공무원으로 특채 제도가 입시 요강에 명시되어 있었기에 정원을 대폭 늘려 380명을 뽑았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그 혜택을 받게 될 무렵인 지난 6공때 그 제도가 폐지돼 버렸다. 당시 국가를 상대로 소원을 제기하려다, 그래도 우리가 국가를 위해 충성하자고 모인 군인들인데 그것만은 참자고 해서 모두 참았다. 그렇지만 충성도 기본적인 생활은 되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 이런 식이니 요즘 우수한 젊은이들이 육사에 지원하겠는가.”
육사 출신들의 경우 최근에는 한 기수에서 장성 진급자가 30~35명 선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한 기수의 졸업 인원이 25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약 8대 1의 경쟁률이 된다. 비육사 출신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경쟁률이다. 그러나 한 육사 출신 장교의 항변은 또 다르다.
그는 “육사는 처음부터 장군을 바라보고 전문 직업군인의 교육을 받는 경우다. 반면 학군이나 3사는 그 출발이 다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초급장교의 양성을 위한 측면이 많았다. 그 중 우수한 자질을 갖춘 장교들이 장기복무를 희망하고 그 중에서 중령·대령으로 진급하는 것이다. 단기복무자까지 모두 포함해 단순히 숫자 비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흔히 육군의 경우 진급 심사에는 참모총장-육본 인사참모부장(소장)-진급처장(준장)이 핵심 라인을 형성한다. 물론 국방부 장관의 입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장성 진급에서 최종 재가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게 되지만 국방장관과 육참총장의 역할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과거에는 국방장관이나 참모총장이 인사참모에게 ‘○○○ 대령, 요즘 어때? 일 잘해?’라고 한 마디만 관심을 표하면 그 사람은 장성 진급한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특별히 신경 쓴다는 뜻이니까”라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 조영길 장관과 남재준 총장이 군 인사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가히 결벽증에 가깝다는 것이 군 주변 관계자들의 평이다.
육군본부의 한 대령은 “남총장은 청탁에는 거의 병적이라고 할 정도로 예민하다. 솔직히 일 잘 하는 하급자를 아끼는 마음에서 상급자가 ‘아무개 대령 좀 주목해 달라’는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말조차 들리면 그 대령은 바로 진급에서 탈락시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너무 지나치게 예민한 탓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라고 밝혔다.
D대령은 “남총장의 인사정책은 가히 파격적이라고 들었다. 아예 인사참모부의 핵심 자리에 가급적 인사 직능 분야를 배제하고 작전·통신·보급 등 기타 보직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킨다고 한다. 또한 청탁자는 절대 군에 남을 수 없도록 아예 청탁자 명단 공개방침을 천명했고, 각종 인사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분위기 탓인지 일단 지난해 참여정부의 첫 인사 문제는 상당히 매끄럽게 넘어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군도 고령화 시대?
대다수의 군 관계자들은 참여정부 첫해 검찰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처럼 이제 군의 완전한 독립도 이뤄지기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군 사기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인사 문제가 합리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육사 출신이든 비육사 출신이든 가릴 것 없이 그들은 “30년 군사정권 통치의 피해자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D대령은 “최근 중령으로 전역한 한 동기가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는 육사까지 졸업하고도 오죽 못났으면 대령도 못 달았느냐는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도저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최근 전역했거나 전역을 결심한 영관급 장교들 가운데 이민을 떠나고자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육사 21기 출신의 예비역 육군 중장 K씨는 “중령은 대대장이다. 대대장은 병사들과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최일선에 나서야 하는 마지막 고급 지휘관이다. 우리 때만 해도 대대장은 30대 중반이 대부분이었고 좀 빠르면 30대 초반에 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중령들은 4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40대가 넘어서면 지휘관이 아무리 몸을 잘 만들어도 20대 초반의 펄펄 뛰는 병사들과 함께 뛰기 어렵다. 오죽하면 최근 병영에 회자되는 말 중에 ‘대대장은 지휘봉이 아니라 지팡이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겠는가”라고 군의 고령화 현상을 우려했다.
3사 출신으로 2년 전 중령으로 예편한 50대 초반의 P씨는 “지금껏 살아온 인생 중에서 군생활을 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감군, 감축, 말로만 떠들지 말고 영관급 장교들이 사회에 나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토양에 신경 써야 한다. 한때는 예비역 중령이나 대령 예편이면 그래도 절반 정도는 취업도 가능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4분의 1도 안 된다. 그나마 예비역 대령이거나 육사 학군 출신은 좀 나은 편이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이 시기에 나는 사회에서 완전히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자조했다.
그는 “이런 절박한 사정이 있기에 어떻게든 군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빚을 내가면서까지 청탁도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더욱 합리적이고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 제도에 대한 의견 개진도 활발했다. 그 중에서도 한 육군 대령의 대안 제시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향후 완전 자유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 그와 동시에 소위 시절부터 아예 성적이나 근무평점을 공개해 모든 장교들이 공개된 가운데 경쟁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한 마디로 성적표를 매년 지급하고, 그 순위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질이 떨어지는 장교가 청탁 잘 해서 갑자기 진급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고 ‘장군이 될 사람’ ‘조기 전역이 불가피한 사람’ 등의 구분도 뚜렷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질이 떨어짐에도 정년까지 자리 보전하고 남아 청탁으로 진급하고자 하는 사람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한다. 또한 미안한 말로, 안 될 사람은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봄으로써 무분별한 경쟁과 인사적체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별만 달면 당장 36가지가 달라진다
한 예비역 장성은 “장군, 장군, 말로만 듣다 막상 별을 달고 나니 세상이 달라지더라”고 밝혔다. 대령에서 준장으로의 진급은 비록 한 계급 지위 상승에 불과하고 연봉 차이도 8만~9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세상이 달라질 만큼’ 그 예우와 격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대개 장성이 될 경우 크게 달라지는 것은 36가지 정도라고 한다.
장성 한 명을 예우하기 위해 드는 1년 예산도 억대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성으로 진급하면 국방대학원에서 2주간 예비교육을 받는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군 장성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교육받는다.
일단 ‘스타’가 되면 진급 신고도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한다. 이 자리에서 신임 장성은 대통령에게 호국·통일·번영을 상징하는 ‘삼정도’와 지휘봉을 하사받는다.
예우도 하루아침에 바뀐다. 지휘관의 경우 진급과 동시에 비서실장격인 부관이 배치된다. 집무실과 공관에도 각각 당번병과 공관병 1명씩을 두게 된다. 개인 차량이 지급되기 때문에 운전병도 따로 배치된다. 장성이 되면 당장 2,000cc급 고급 승용차가 지급된다. 물론 지프는 별도로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의 부인은 “고급 승용차보다 그 차에 부착된, 빨간 바탕에 흰 별이 새겨진 성판을 보고 감격해서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장성으로 진급하면 그가 움직이는 곳은 어디든 항상 성판과 같은 모양의 장성기가 따라다닌다.
복장도 달라진다. 모자의 테두리 수식은 무궁화 꽃 봉오리가 활짝 핀 것으로 바뀐다. 겨울 예복과 여름 예복 역시 별도 지급된다. 구두도 지퍼가 달린 근무화와 단화가 별도 지급된다.
허리띠는 가죽을 사용한다. 장성이 참석하는 의장 행사에서는 예우곡인 ‘장성 행진곡’과 함께 13발의 예포가 발사된다.
이후 별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예포는 두 발씩 추가된다. 또한 미 콜트사의 38구경 권총이 지급된다. 대개의 경우 식당과 목욕탕은 장성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남성대 등 군 소유 골프장 등에서 우대받는 것은 물론이다. 활동비 등 각종 수당도 지급되고 퇴역 후에도 연구비 명목의 품위유지비를 받는다. 장성은 죽어서도 그 집안의 명예로 남는다. 족보에는 ‘장성’으로 기록되고, 죽은 뒤에는 국립묘지에 묻힌다. 국립묘지에는 장성 묘역이 따로 있다.
첫댓글제가 군대 있을 당시 군인들 사이에 떠돌던 말이 있습니다. "장교들의 대부분은 대령 달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은 이후, 별을 달기 전에는 뇌물 바치기 바빠서 대령들은 거지가 되고, 별을 달은 이후 다시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했습니다. 또한, 별을 달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육사출이었음.
자주국방 의지가 전혀 없는 기회주의자만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 해체는 저 역시 찬성입니다. 숭미 앞잡이인 육사를 해체한 후 새로운 교육자를 앞세워 제대로된 자주정신을 가르치는 군사학교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게 해야 다른 나라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주국방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양심적 장교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분들의 소원대로 군비리를 뿌리뽑지 않으면 자주국군을 설사 이룰지라도 지금까지 각종 스캔들과 부패에 시달리는 북한군, 중국군, 러시아군 등등의 신세가 될 것입니다. 군의 양심을 지키는 수사와 반성을 기대합니다. 어쨌든 국민의 군대이니까요.
첫댓글 제가 군대 있을 당시 군인들 사이에 떠돌던 말이 있습니다. "장교들의 대부분은 대령 달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은 이후, 별을 달기 전에는 뇌물 바치기 바빠서 대령들은 거지가 되고, 별을 달은 이후 다시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했습니다. 또한, 별을 달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육사출이었음.
지금의 육사를 아예 헤체해야 합니다. 장교들의 실력을 보고 뽑는 새 사관학교를 만들어야 지금의 군비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좋은 예로, 미국 사관학교처럼 국가에 충성하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만을 장교로 만드는 절차를 신설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자주국방 의지가 전혀 없는 기회주의자만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 해체는 저 역시 찬성입니다. 숭미 앞잡이인 육사를 해체한 후 새로운 교육자를 앞세워 제대로된 자주정신을 가르치는 군사학교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게 해야 다른 나라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주국방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양심적 장교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분들의 소원대로 군비리를 뿌리뽑지 않으면 자주국군을 설사 이룰지라도 지금까지 각종 스캔들과 부패에 시달리는 북한군, 중국군, 러시아군 등등의 신세가 될 것입니다. 군의 양심을 지키는 수사와 반성을 기대합니다. 어쨌든 국민의 군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