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공일오비(015B)의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한 소절이다. 연애를 오래 하다 보면 정말 노래 가사처럼 처음의 설렘은 사라지고 형식적 만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그럴 때 매일 만나는 장소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집을 찾아 보는 것도 사랑을 키워가는 좋은 방법. 첫 번째 데이트 코스는 물론 오래된 연인, 부부까지 대한민국 모든 연인들의 사랑을 업그레이드하는 서울 시내 데이트 맛집 4곳을 소개한다.
담백한 인도네시아 볶음밥 - 발리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 2001년 문을 연 정통 인도네시아 음식점이다.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메뉴와 실내 분위기, 종업원들의 친절함이 어우러져 자카르타 도심의 정갈한 레스토랑을 찾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추천 메뉴 사테(Satay)는 한국의 꼬치구이와 흡사하다. 사테와 함께 가장 인기가 좋은 나시고랭(Nasi Goreng)은 나시(밥)와 고랭(볶다)의 합성어로 볶음밥이라는 뜻이다. 고슬고슬한 밥알이 은은한 향과 함께 담백한 맛을 낸다. 혹시라도 기름진 느낌이 든다면 크루푹(Krupuk)이란 쌀과자를 한 조각 씹어보자. 입 안이 개운해짐과 동시에 볶음밥의 향미가 한결 또렷해진다. 볶음밥에 들어가는 고기는 취향에 따라 양고기, 닭고기, 쇠고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인 주방장이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음식에 주스까지 곁들이면 더욱 흡족한 식사가 될 듯. 타마린드.릿지.두리안.아보카도 주스 등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공급받는 발리만의 고유 메뉴니 놓치지 말 것.
나시고랭(1인분) 9000원, 사테(5꼬치) 9000원, 02-749-5271.
서울 복판의 남 프랑스 - 라 시갈 몽마르트르
이태원 지하철역 앞에 자리한 프랑스풍 팝 레스토랑. 대로변의 야외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건물 안쪽을 맑고 온화한 분위기로 꾸며 프랑스 남부지방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넓은 홀과 야외 테라스는 몽마르트르의 낭만적인 도회풍 감각이 엿보인다.
메뉴에서도 지중해에 접한 남부 프랑스의 풍요로움과 파리풍 도시 스타일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추천 메뉴로는 풍성한 해산물 요리와 세련된 장식을 자랑하는 스테이크. 허브와 신선한 야채를 얹어 찜을 한 해산물 요리는 소박한 차림에 비해 화려한 맛을 자랑하고, 스테이크는 풍부한 질감이 일품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지중해적인 메뉴는 마르세유풍의 부야베스다. 농어와 연어, 돔, 삼치 등 5~6가지의 계절 생선에 홍합과 오징어 등이 함께 어우러진 은은하면서도 깊은 국물, 향긋한 샤프란과 마늘이 들어가 더욱 그윽한 향을 간직하고 있다.
홍합요리 1만5000원, 생선요리 2만5000원. 02-796-1244.
풍성한 이탈리아식 해물 잔치 - 노리타
이대 뒷골목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노리타. 이탈리아 어느 소도시의 파스타점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이며 소박한 분위기, 퓨전보다는 정통에 가까운 성실한 맛, 비싼 듯하지만 그런대로 부담 없는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분위기와 음식에 어울리는 음악 선곡이 이곳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약간 소란한 듯하면서도 정겨운 주방의 모습이 트인 주방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크림소스 해물 스파게티는 이 집의 최고 인기 메뉴. 꽃게와 홍합.모시조개.바지락.오징어 등 신선한 해산물을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내고, 그 위에 흰포도주를 가미한 크림소스를 부어 특제 소스를 만든다. 금방 삶은 파스타 면 위에 해물 가득한 소스를 부어 재빨리 볶아낸다. 신선한 해물의 향긋한 바다 내음과 감미로운 크림 소스의 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스파게티 9000~1만4000원, 피자 9000원~1만1000원. 02-312-4443.
인도 궁중요리 그대로 - 인디아게이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인도음식 전문점. 많은 아시안 레스토랑이 지나치게 민속적 분위기를 강조해 낯설게 느껴지는 반면 인디아게이트는 정갈하고 깔끔한 단골 레스토랑 같은 모습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이곳 음식이다. 인도 궁중요리 장인(丈人)의 자부심이 담긴 인도요리를 선보인다. 궁중요리 장인급 주방장이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국내에 인디아게이트뿐. 주방장 라제시(45)는 실제로 인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궁중요리의 명인(名人)으로, 5대째 궁중요리의 가업을 잇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요리를 담당했던 궁중요리사 출신. 이처럼 명가의 솜씨가 배어있는 요리는 인도 고유의 난과 차왈, 탄두리 화덕에서 구워내는 8가지의 즉석 탄두리 요리와 30여 가지의 전통적 커리 요리, 후식으로 내는 라씨 음료 등 100여 가지에 이른다.
탄두리 킹 오브 카밥(한 마리) 2만1500원, 커리 요리 1만3500~2만800원 (부가세 10% 별도). 02-511-1138.
***글을 쓴 김순경씨는…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닌 음식 칼럼니스트. 저서로 '김순경의 별미집 2004' '한국의 음식명가' 등이 있으며 만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데이트 맛집(랜덤하우스중앙)'이 9월 초에 발간될 예정이다
첫댓글 틈날때 한번 가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