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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등을 밀며-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 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 핵심정리
▶주제 : 아버지의 가난과 그 고통스런 삶에 대한 깨달음
▶구성 :
1~3행 : 아들을 목욕탕에 한 번도 데려가지 않은 아버지
4~9행 : 일곱 살 때까지 여탕에 갔다가 곤욕을 치름
10~12행 :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부러워함
13~18행 : 아버지가 쓰러져 실려 간 뒤 병원에서 등에 찍힌 지게 자국을 봄
19~24행 : 등의 지게 자국을 본 후 아버지의 삶의 역정을 이해하게 됨
●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화자의 아버지는 등짝에 시커멓게 죽은 지게 자국을 가지고 평생을 등짐 노동자로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의 등에 있는 지게 자국을 자식에게는 보이기 싫어 목욕탕에 아들을 한 번도 데려가지 않았다. 화자의 소원은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것이었다. 화자는 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다른 부자(父子)들을 보면서 몹시 부러워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등에 낙인처럼 찍힌 지게자국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평생 나를 목욕탕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를 나는 원망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쓰러져 입원한 아버지를 병원 욕실에서 씻겨 드리다가 아버지의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