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글쓰기 기술』은 출판사 관계자의 서평 제의를 받고 만난 책이다. 서평 제의의 쪽지에 대해 나는 이런 답변을 보냈다.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이라니…….
좋은 책인 듯하네요.
책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 터라 관심이 생기고요.
책을 보내주신다면 좋은 인연이 되도록
열심히 읽고 정성껏 서평을 쓰겠습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답글 그대로였다. 교단에서 퇴직을 할 때 100일 전후의 일기를 정리해서 책을 한 권 낸 적은 있지만, 그것은 문학적인 결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문학도였고, 교단에서도 문학을 가르쳤으니 문학적인 글을 쓰고 싶었고, 그 작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서 받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책을 내는 저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편집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였다. 출판사에서는 저자의 원고를 살피는 전문가가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에디터라고 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았다. 이 책에는 책을 내려는 초보 저자가 필요한 준비 과정이나 마음가짐이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예비 저자들은 에디터가 하는 일과 저자의 책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갖가지 애환을 통해 어떻게 책을 써야 하는지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는지를 이해하면서 더 진지한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리라고 본다.
둘째, 동료 에디터들과 애환을 나누면서 격려하는 책이다. 저자는 예상되는 독자를 미래의 저자나 초보 저자를 생각하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저자가 에디터로서 13년간 종사하는 동안 겪은 애환들은 다른 에디터들도 치른 일일 것이다. 동료 에디터들이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같은 고생을 한 저자에게 동지애를 느끼면서 자신이 겪었던 노고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깨달음을 통해 더욱 훌륭한 에디터가 되겠다는 자각을 느낄 듯하다.
셋째, 책에 대한 많은 상식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의도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출판사 에디터가 하는 일을 예비 저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저자는 어떤 자세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지 들려주는 것일 것이다. 그것에 대한 정보는 매우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제목이 얼마나 중요하고, 목차에도 규칙이 있으며, 계약서의 문항은 어떤 뜻이고, 인세는 어떻게 결정이 되며, 광고는 어떻게 하고, 책이 판매되면 출판사의 순이익은 어느 정도인지 등 기대했던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만들어지는 수많은 채널’을 소개하면서 블로그, 포스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퍼블리, 스토리 펀딩, 팟캐스트의 개념과 활용 및 효과를 설명한 부분(53~73쪽)이다. 블로그나 포스트는 알고 있었다. 나머지는 들어는 보았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확실하게 파악하게 된 것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넷째, 농사와 책이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퇴직 이후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농사에서 중요한 것은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름주기, 파종, 농약 치기, 가지치기, 추수 등이 모두 시기가 있다. 일주일 늦게 씨를 뿌렸다면 일주일 늦게 거두는 것이 아니라 그해 수확을 망칠 수 있는 것이 농사다. 출판 역시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판사마다 그달에 펴낼 적정량의 책이 있다고 한다. 출판사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정한 만큼의 책을 펴내야 하는데, 원고 기일을 지키지 않는 등의 저자 실수로 일주일이 늦춰지면, 책이 일주일 뒤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른 책을 발간하게 되어서 그 책에 집중하다 보면 한 달 이상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농사에서 수확의 시기가 있듯이 책에도 펴내야 할 적기가 있다는 것이다. 학습참고서라면 학생들이 참고서를 사는 3월 이전에 펴내야 할 것이고, 여행에 관한 책이라면 계절에 맞게 펴내야 할 것이다. 농토가 있다고 아무것이나 막 심는 것이 아니고, 그 지역의 기후, 판매의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하듯이 책 역시 예상 독자의 분석과 판매의 적기 등을 헤아려서 출판을 한다고 한다. 농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듯이, 책은 저자나 에디터 또는 출판사의 정성을 느끼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 농사와 책뿐일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섯째, 아쉽게 느낀 점이 있기도 하다. 나는 한 권의 책을 펴낸 경험이 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작은 출판사였는데, 그곳은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책이 나온 뒤에 검색을 하니 표지와 제목과 목차 정도만 있을 뿐, 책의 설명이 전혀 없었다. 10여 년 동안 리뷰를 써온 나로서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사장님에게 독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좀 더 상세한 소개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물으니 자신은 인터넷 서점 담당자에게 책에 대한 소개를 모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권(어쩌면 수백 권)의 책이 나올 텐데, 인터넷 서점 담당자가 그 많은 책들의 소개를 모두 해주겠는가? 인터넷 서점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니, 책을 소개할 내용을 출판사에서 작성해주면 그대로 올려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다른 책을 참고해서 내 책을 소개하는 문안을 보냈고, 그대로 인터넷서점들에 적용이 되었다.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는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어느 한 곳에만 올리면 다른 서점들도 다 그렇게 실리는 체제라고 한다. 책의 소개에는 인터넷서점 측은 거의 관여하지 않고 출판사에서 작성한 원고 그대로 적용해준다고 하고…….
이런 것은 출판사 에디터로서는 기본적인 상식이고 저자도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이기에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서점들에 실린 책 소개를 보면 너무 부실한 것들이 자주 보인다. 이것은 인터넷 서점에서의 홍보를 간과하는 출판사가 아직도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여섯째, 이 책의 단점이라기보다 옥에 티를 덧붙이겠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는데, 저자는 13년 차 북 에디터이다. 책을 만드는 것은 물론 원고의 교정에는 고수를 넘어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문외한인 내 눈에도 어색한 문장이 이 책에서 두세 곳이 보였는데, 생각나는 곳 한곳만 올린다.
‘이번 챕터에서 많은 쓴 단어 중 중복(重複)이 있습니다.(158:14)’
‘많은’을 ‘많이’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저자나 책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저자와 같이 책을 만들고 교정을 보는 것에 대해서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도 이런 실수를 하는데, 나와 같은 초보 저자들은 오죽하겠는가? 더욱 신중하고 세심하게 살펴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끝으로 이 책의 진짜 단점을 적겠다. 저자는 ‘기획부터 출간까지 예비 저자가 궁금해하는 책 쓰기의 모든 것’을 들려줌으로써 예비 저자들의 책 쓰기를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을 느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예비 저자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정보가 알기 쉽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펴냈으니 예비 저자에서는 벗어나서 초보 저자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렵게 생각되었다. 내가 앞서 펴낸 책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약간 다듬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책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것이 무엇인가, 라고 생각했다. 내 책을 만든 출판사 에디터는 이것저것을 내게 물으면서 많은 것을 지적해서 상당 부분을 보완해야 했다. 만약에 이 책의 저자가 내가 보낸 원고를 보았다면 얼마나 한심했을까? 이래서야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을까, 그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책의 독자가 된 예비 저자들이 이 책을 읽고 ‘용기백배’가 아니라, ‘의기소침’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주제넘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런 예비 저자라면 차라리 책을 안 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용기 있는 남자가 미녀를 얻고, 용기 있는 여자가 호남을 차지한다고 했다. 용기 있는 예비 저자가 되어야 책을 낼 자격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단점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항목은 단점이라기보다 용기 있는 저자로 이끄는 담금질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앞에서 언급을 했다. 책을 내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예비 저자들에게는 필독서일 것이고, 출판사의 동료 에디터들에게는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으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더욱 전문성을 키우는 책이 되리라고 본다. 문체가 정겹고 읽기에 지루하지 않으니, 예비 저자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라도 책에 대한 여러 상식을 알게 해주는 것은 물론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서 배울 수 있으니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첫댓글 좋은 책 정보 감사합니다~~
출판사의 북에디터가 하는 일을 통해서
책이 잘 나오기 위해서 저자가 준비해야 할 일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 예비 저자나 초보 저자들에게 주는 팁도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