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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가 망하자, 당나라가 중국을 통일하였습니다. "수나라는 고구려를 치다가 멸망당했소. 그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오." 당나라는 고구려와 화친 정책을 폈습니다. 때문에 당나라와 고구려는 별 충돌이 없이 지내었습니다. 그러나 당나라 태종은 국력이 강해지자 다시 고구려를 노리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에 고구려에는 연개소문이 정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장성을 쌓아라!" 연개소문은 북쪽 국경을 튼튼히 하기 위하여 장성을 쌓도록 하고, 왕을 죽이고 보장왕을 세웠으며, 신라의 당항성을 공격하였습니다. 신라는 고구려의 압력이 두려워서 당나라에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고구려를 칠 아주 좋은 구실이다.' 당 태종은 마침내 고구려 정복의 길에 나섰습니다. 당 태종은 보기 드문 영웅 호걸이었습니다. 그는 당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공이 컸고, 형인 건성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전날 수 양제가 고구려에게 당한 수모를 씻고, 전왕을 죽인 연개소문을 잡아 벌주겠노라!' 당 태종은 대군을 모았습니다. 처음의 싸움은 보장왕 4년 여름에 요동성을 중심으로 건안성, 개모성, 비사성, 신성 등지에서 벌어졌습니다. 당 태종은 한 달 이상 싸워서 간신히 요동성을 함락시켰습니다. "이제 안시성만 빼앗으면 된다!" 당 태종은 의기양양했습니다. 고구려에서는 안시성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고혜진, 고연수 등을 원군으로 보내었습니다. 하지만, 두 장수는 당나라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안시성의 성주는 양만춘이었습니다. 당 태종은 직접 이끌고 온 대군으로 안시성을 맹렬히 공격했습니다. "우리는 고구려인이다!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한다." 양만춘은 고구려 군사와 성 안의 백성들을 격려하며 용감히 싸웠습니다. 적은 하루에도 6, 7차례나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그래도 안시성 백성들은 양만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당나라 군사들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하루는 당나라 군사들이 안시성 옆에 높은 돈대를 쌓아 놓고 성 안을 엿보려고 하였습니다. "누가 저 돈대를 허물겠는가?" 양만춘이 물어 보았습니다. "제가 나가서 허물어뜨리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백성들은 너도 나도 나섰습니다. 그 날 밤 백성들은 몰래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그것을 허물어뜨렸습니다. 당 태종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 이번에는 흙산을 쌓아라." 적은 매일 50만 명을 60일 동안이나 동원하여 성 옆에 흙으로 산을 높이 쌓았습니다. 당나라 군사들이 그 꼭대기에 올라가서 성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양만춘이 백성들에게 외쳤습니다. "저 흙산을 무너뜨릴 사람은 나서시오!" 백성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왔습니다. 아이들도 나서고, 노인들도 나섰습니다. 고구려 백성들은 밤에 몰래 성문을 열고 나가서 흙산을 마구 파헤쳤습니다. 당 태종은 그 사실도 모르고 날이 밝으면 그 위로 올라가 성안에 화살을 퍼부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자, 당 태종은 군사들을 이끌고 성 옆으로 갔습니다. "흙산이 어디로 도망갔는고?" "저기에 마구 파헤쳐져 없어졌습니다. 고구려 백성들이 밤 사이에 허물어뜨렸나 봅니다." "이런 두더지 같은 놈들!" 당 태종은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습니다. "안시성은 독 안에 든 쥐다.! 더 버텨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 어서 양만춘은 나와서 항복하라." 당 태종은 황제의 위신도 잊은 채 분통이 터지는 목소리를 질러대었습니다. 그 때, 화살 한 개가 날아와 당 태종의 갑옷에 맞았습니다. "이 활의 맛을 정통으로 보기 전에 군사를 물려 돌아가시오!" 양만춘은 활을 들고 서서 당 태종에게 외쳤습니다. 당 태종은 간담이 서늘하였습니다. 진지로 돌아온 당 태종은 속이 부글부글 꿇었습니다. 아무리 공격해도 안시성은 끈질기게 대항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보급로가 끊겼다 하옵니다!" 부하가 와서 보고했습니다. "무엇이?" 당 태종은 깜짝 놀랐습니다. "고구려 군사가 뒤를 막고 보급로를 끊었다 하옵니다." "이거 야단났구나! 우리의 뒤를 고구려 군사들이 공격하면 큰일이다." 당 태종은 하는 수 없이 군사를 되돌릴 결심을 하였습니다. 당 태종은 위엄을 잃지 않으려고 안시성 가까이로 가서 외쳤습니다. "성주 양만춘은 고구려의 명장이오!" 양만춘을 칭찬하는 말이 당 태종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런 뒤, 당 태종은 군사들에게 후퇴의 명령을 내렸습니다. 양만춘은 성 위에 올라서서 당 태종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무 염려하지 말고 잘 가시오!" 당 태종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천천히 군사들을 돌려 후퇴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적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고구려 군사들이 사방에서 벌떼처럼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양만춘에게 속았구나!" 당 태종은 그제야 양만춘이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준 까닭을 알았습니다. 당나라 군사들은 고구려 군사들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무수히 쓰러졌습니다. "끝까지 뒤를 쫓아라!" 고구려 군사들은 계속 맹렬히 적을 추격했습니다. 당 태종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저희 나라로 쫓겨 갔습니다. 안시성의 성주는 이 싸움이 벌어지기 전만 해도 이름 없는 장수였습니다. "양만춘 만세!" "고구려 만세!" 안시성의 백성과 고구려인들은 당 태종을 통쾌하게 무찌른 양만춘을 영웅으로 떠받들었습니다. 그 뒤에도 당나라는 고구려를 2차에 걸쳐 침입했으나, 그때마다 용감한 고구려 군사들에게 패하였습니다. 전후 세차례에 걸친 전쟁으로 당나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보장왕 8년에 침략자인 당 태종도 죽고 말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