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상품이길래 예전에 써뒀던 글을 뒤져 올립니다(얍삽 ㅡㅡ;).
혹시 뽑히면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보내주셔요~
1
저는 78년생이고 97학번입니다.
그래서 전, 데모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신간은 빠짐없이 보던 저는
어느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시대 베스트셀러를 낸다는 작가들은 모두
80년대 이전의 세대라는 것을요.
그들에겐 한번의 예외도 없이
군사정권과, 독재정권과 맞서 투쟁한 흔적이
그들의 창작물에 그대로 전해져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부담스러웠습니다.
다만 가능하면 객관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만을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몰두해 있었답니다.
오늘...황석영님의 작품을 보며
서서히 그분들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느낍니다.
2
전 지극히 현실주의자로서
사회주의 사상이나 운동에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이 서서히 뒤집혀지기 시작한것은
사회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나봅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1년이 지나서야
전 사회학이 제도를 배우는것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배우는 학문인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서야 알레르기가 일어나던 맑스가 읽혀지고
헤게모니나 투쟁, 혁명, 이데아 등의 용어가
편견없이 다가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사회주의는 무엇보다도
불평등할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속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려던 진지한 사람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산물이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현실화에서 빗나가긴 했지만....
캠퍼스에서 읽던 맑스와 레닌은 큰 줄기를 따라
오늘날의 수많은 위대한 학자들을 길러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해준것은 바로
이들의 사회주의였던 것입니다.
3
많은 책들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것은
책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얘기해주는것 만큼
작가 자신에 대해 얘기해 준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윤대녕님의 작품을 스터디하면서 깨닫게 된 그 사실은
여전히 제게 불고의 진리로 남아있습니다.
전 황석영님을 잘 모릅니다.
도서관에서 일할때 유독 그의 <장길산>이라는 10권의 책이
한권도 남김없이 너덜너덜해져서
제본까지 여러번 해야했던걸 기억할 뿐입니다.
그게 제가 알고있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전 <오래된 정원>이란 제목을 지나칠수 없었습니다.
왜 그랬던지는 몰랐죠.
지금 생각해보면 전 어떤 떨림같은걸 느꼈었나 봅니다.
홀린듯이 책을 집어들고 책방을 나설때
이미 제게 어떤 예감같은 것이 있었나 봅니다.
전 황석영님의 이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시대 지성인들의 아픔을 바로 보게되었습니다.
이제껏 읽어왔던 수많은 작가들...
공지영님..신경숙님..은희경님...이윤기님...등등의 삶에
그들이 살던 시대의 우울함이, 그리고 그들의 투쟁들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윤대녕님이 존재의 문제에 목숨을 걸었듯이
그들에겐 시대와의 화해가 목숨을 걸만한 문제임을
이제 알겠습니다.
4
하지만..
아직도 전 그들의 <오래된 정원>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운동을 해야할까요..........
전 그시대의 아픔과 황석영님의 생의 아픔을 알지 못하지만
그분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한땐 용서할수 없었던 시대의 아픔과 화해하려는
수많은 작가님들을 존경합니다.
더이상 전 그분들의 작품을
함부로 읽고 던져내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이젠
그들의, 그리고 저의 <오래된 정원>을 찾아야겠습니다..
p.s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된 정원이라는 것은
수없는 사람들이 제도와 투쟁하며 만들어낸
마치 같은길을 수없이 밟아 만들어진 산길같은 것이 아닐까요..
나도 내 노선을 찾아야겠죠? 지금은 "아줌마"지만..ㅋㅋㅋ
카페 게시글
구 내가 읽은 책
황석영 <오래된 정원>
du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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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2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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