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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하능혹 가는 여정..
비엔티엔에서 보낸 지난 며칠동안은 답답했던 게 사실이었다.. 푹푹 찌는 한낮의 열기와 한밤에 굉음을 내며 달리는 젊은이들의 오토바이 소음 그리고 먼지와 매연이 섞인 탁한 공기, 비싼 물가, 뚝뚝이를 대표로 하는 바가지, 일명 삥등에 의해 자꾸만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건 아침저녁으로 메콩강을 달리며 달리기를 한것과 마치 내집처럼 드나들었던 오늘하루님과 월든님이 계신 집으로 쳐들어가 커피며 밥이며 고기를 뺏어먹고 설겆이도 안하고 나온것 그리고 심심할 틈도 없이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맥주와 맛난 음식을 직접 해먹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파티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던 주위분들 덕분에 버틸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이상하게도 내마음 한구석에서 자꾸만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뭐랄까 이를테면 욕심같은게 느껴졌다.. 돈이 아니라 배고픔이 아니라 물질같은게 아닌 여행에 대한 갈증.... 여행의 목마름에 지친 우리들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단비를 찾아 길을 나선다.. 나는 목마름과 더불어 진짜를 찾기 위해서..
오전 9시 30분쯤 숙소를 나와서 본격적인 여행길에 나선다.. 4일밤을 머물게 허락해 주신 철수형의 안내를 받고 큰길에서 썽태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또다른 만남을 위한 이별의 시간을 가진다.. 여행의 고수들 답게 이별하는 순간에도 웃음이 넘쳐난다.. 예뻐보인다.. 이별의 순간이 이렇게 예쁘게 보일수 있다는게..
난 이럴려면 멀었다.. 난 아직 누군가를 쉽게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질 않다.. 그래서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내 마음은 온통상처투성이다.. 안그럴려고 하지만 천성이라 어쩔수 없다..
그래서 안녕이라는게 내겐 참 어렵다....

하능혹에 가기 위한 두번째 관문.. 선착장까지 데려다 줄 썽태우를 잡는 것.. 협상의 달인이신 하루님과 월든님 덕분에 한사람당 만킵씩 총 오만킵을 깎고 썽태우에 올라탔다.. 그러니까 두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 거리를 2만킵으로 갈수 있는것이다.. 이것만 보고도 도심의 툭툭이 가격이 얼마나 비싼건지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하고 또 깎아야 한다!! , 깎아내야 한다!!..
서로간에 만족할만한 협상을 하고나서 머나먼 여정을 향해서 출발.. 가방이 상대적으로 컸던 나는 제일 뒷자리에 앉게 되었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우리 옛적 버스 안내양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아주머니의 앉아 있는 자세가 웃겨서 나도 같은 자세로 취한 후에 사진을 찍어서 아주머니께 보여 드렸다.. 그랬더니 박장대소..!
한국에서 가져온지 유통기한이 보름이 지난 초코파이를 하나 꺼내어 아주머니께 드렸다.. 손에서 만지작 거리시다가 가방에 넣으신다.. 집에 있는 아이에게 줄 모양새다.. 나 어릴적 엄마가 생각났다.. 자장면을 먹을때였던가.. "엄마는 분명 말씀하셨다.. 엄마는 그런거 원래 안좋아해서 안먹는다고, 너나 많이 먹으라고.."....
시간이 어느덧 흘러 이렇게 나는 엄마의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 "엄마, 그때 정말 자장면이 싫었어요? 라고.. 엄마의 대답은 뭐였을까.... 그때처럼 지금도 똑같이 "나는 자장면이 싫어.." 였을까.. 정말 그랬을까..
초코파이를 맛있게 드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난 알았다.. 대답을 들을수는 없지만 엄마의 진짜 대답이 무엇인지를....

두시간 정도 달린 후에 도착한 어느 마을에서 식사와 커피 한잔씩 하고나서 또다시 썽태우를 탔다.. 선착장까지 갈수 있는 그 끝까지 데려다 주는..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온통 육지만 보였던 라오스에서 바다로 보여짐직한 넓은 호수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장관 그 자체였다.. 비엔티엔에서의 온갖 부정적인것으로부터 벗어난 한편의 반전영화라 할까.. 3시에 출발하는 배에 승선한다..

달리는 배안에서 손을 물에 담가본다.. 따뜻하지도 그렇다고 기분나쁠만큼 차갑지도 않은.. 몸에 닿으면 참 좋을듯한만큼 데워져 있다..

텔레비젼에서였는지 책에서였는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물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랬더니 하는 말.. "두사람이 같은곳을 바라보며 웃을수 있는 것" 이라고..
이 두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을수 있는..
한평생 숨쉬며 살아가는동안 나는 과연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을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날수 있을까.. 진짜를 만날수 있을까....

건기라서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물속에 잠겨있는 걸림돌을 밖에서 바라보면서 운전자에게 지시를 내린다.. "오른쪽으로 돌려, 왼쪽으로 돌려, 속도를 내어 달려, 속도를 줄여" 라고 하면서.. 이 얼마나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장면인가!!.. 배에 실려있는 사람과 짐들이 하나가 되는..
그립다.. 이런 사람들이.. 서로 믿고 서로 의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는..

물속에 잠긴지 얼마나 되었을까..
죽은채 살아가는 고목이여..

꺼병이님의 실루엣 사진입니다.. 잘 나왔죠?

배를 탄지 두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비로소 오늘의 최종 목덕지인 하늘혹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 비엔티엔을 출발해서 두번의 썽태우와 한번의 배를 갈아타고 8시간여만에 도착한..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 힘든 여정을 고생했다고 위로하는듯 두 인어공주가 반겨준다..

야자수 아래에서 놀고 있는 하능혹 마을에 사는 아이들.. 낯선 사람이라 그런지 호기심 반, 반가움 반으로 우리 일행을 웃음으로 반긴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덕분에 나도 웃는다..
나쁜 생각, 나쁜 마음, 나쁜 행동으로 찌들려 살아온 나를 괜찮다는듯, 다 이해한다는 그런 눈빛으로 맞이하는듯 하다.. 그래서 나는 더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왜 왔냐는듯, 경계하는 눈빛이었다면 내 마음은 홀가분 했을지도....
라오스의 정서를 느낄수 있는 하능혹에 첫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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