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글 너무 감사하네요. 알지 못했던, 궁금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 주시니 정말 도움이 됐어요. 근데 댓거리때에서야, 애니를 많이 봤다고 자부하던, 멋모르던 제가 미숙하다는 걸 깨달았슴다. '배터맨'이란 애니는 이야기 하신 걸 보니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 cd로 좀 굽어 주시거나 빌려주십쇼. 애니에 한번 매니아로 거듭나고 싶네요. 01학번 도치 손승호라고 합니다. 부탁드려요^^
:
:
: Sun Rise vs GINAX
:
:
:
: 4 회) 빛과 그림자... 베터맨과 에바
:
: 후우... 이제야 베터맨 이야기를 쓰게 되는군... 벌써 세시간째 글쓰는데... 허걱~~ 레포트~~~
:
:
: 베터맨과 에반게리온은 시작부터 닮아 있다.
: 아니 사실 리얼 로봇물의 1화는 모두 닮아있다.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만들어 놓은 부처님의 손바닥... 기념비적인 '기동전사 건담' 제 1화... 제대로 된 리얼로봇물을 만들려는 감독은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실 에바의 안노 감독도 어느 인터뷰에서 에바 1화의 콘티를 짤때의 고충을 이렇게 토로한 바가 있다. 어떻게 고쳐놔도 결국엔 건담 1화와 닮은 꼴이었다... 라고... 베터맨도 마찬가지. 주인공 아오노 케타는 멋모르고 소꿉친구 사이 히노키를 쫓아갔다가 뉴로노이드 각성인 1호에 타게 된가. 그리곤 움직일 턱이 없는 로봇이 움직이고... 뭐... 그런 구도다. 그러나 여기서 베터맨이 웃긴건 적을 해치우는 것이 각성인이 아니라 느닷없이 나타나 괴수로 변신한 베터맨이었다는 것이다...
:
: 베터맨... 실사 액션물 벡터맨과 헛갈리는 이름이나. 전혀! 상관없다.
: BETTER MAN... 즉 더 나은 인류라는 뜻이다.
: 더 나은 인류? 진화? 뭔가 떠오르지 않는지? 그렇다. 그 유명한 에바의 인류보완계획.
: 결국 이 만화의 태마도 에반게리온처럼 인류란 무엇인지 그 진화의 끝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인것이다.
:
: 작품 분위기를 살펴보자. 이 만화는 일단 호러물이다. 가오가이거의 '존다'의 개념을 계승한 '아르자논'... 세포로 치면 암세포처럼 한 인간의 정신을 망쳐 사회로 부터 일탈시키고 주변과 함께 멸망해가는 병인지 외부의 정신공격인지도 알수 없는 미지의 적... 과 어둠이 주가되는 연출의 공포... 적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아르자논도 사도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개체이나 하나의 의식처럼 행동하고 진화했던 사도와 마찬가지로 벌레의 무리를 때로는 인간의 무리를 하나의 개체처럼 조종하며 공격해오는 아르자논...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계속해서 뿌려놓는 수수께끼들...
:
: 그리고 종국... 모든것의 무로의 환원. 단둘만이 남게된 소년과 소녀...
: 정말 생각하면 할 수록 에바와 베터맨은 닮아 있다.
:
: 그러나 베터맨은 에바를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 에바가 진화라는 측면을 정신세계에 얽매여 추상적인 개념에서 해매다가 흐지부지 끝냈지만 베터맨은 유전, 세포, 암과 종에 대한 세심한 설정을 토대로 모든 수수께끼를 마지막 3夜동안 전혀 모순됨 없이 명쾌하게 풀어내며 감동적인 결말을 보여준다.(베터맨에서는 각 화를 야라고 한다)
: 인류 진화든 보완이든 어떤게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적어도 베터맨은 드라마로서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요네타니 감독은 심지어 극중에 적과 베터맨의 정체에 대하여 설정을 다치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연출해내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
: 게다가 종말을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태도도 다르다.
: 에반게리온 극장판 "The End of Evangelion"에서 마지막에 신지와 아스카만이 남게되자 어두운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신지는 아스카의 목을 조른다. 이야기의 전개(미사토의 대사 등)나 같은 해 등장한 "모노노케 히메"와의 관계를 봐도 분명 주제는 "살아라!"일 터인데 에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살라는 건지 차라리 죽어버리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허탈함만이 남는다. 물론 수수께끼는 극장판이라고해서 어느것 하나 해결되지 않는다.
: 반면 베터맨은 같은 상황인데도 주인공들이 정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마지막 3야동안 절대 죽을 일 없을 것같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동료들이 싸그리 죽어버린다. 그것도 에바에서처럼 관념적으로 녹아버려서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되었다... 라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말그대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터져 죽고 베어죽고 케타와 히노키는 폭발과 함께 물에 빠져 죽는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줄 알았던 사쿠라 마저 잠을자듯이 죽어버리며 최종야 無의 엔딩 곡이 흐른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히노키와 케타는 어느 푸르른 하늘아래 하얗고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눈을 뜬다. 살아난 것이다. 그둘은 미친듯이... 절규하듯이 웃어댄다. 친구들이 다 죽었는데도, 이 세상에 자신들 둘밖에 없을지 모르는데도 눈물을 흘리며 마냥 웃어댄다. 평소엔 쿨하고 냉정한 것같던 히노키 마저 큰소리로 정말 기쁜 듯 웃어댄다. 살아난 것이 기쁜것이다. 말그대로 "살아라!"이다. 살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기쁜것이다라고 감독이 옆에서 말하는 듯 하다.
:
: 베터맨과 에반게리온은 빛과 그림자이다.
: 모양은 같으나 색깔은 정반대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우연이라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베터맨은 에반게리온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종극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요네타니 감독은 의도적으로 에반게리온이 완성치 못한 인류보완계획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도전한 것인가... 아니면 전술했듯이 선라이즈의 복수극이었을까? 똑같이 여러 요소를 섞어만든 만화이면서도 우리는 이만큰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해낸다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 생각해보면 베터맨은 1999년 작품으로 말 그대로 세기말의 작품이다. 이때의 경향을 살펴보더라도 선라이즈라는 메이저사가 세기말에 대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허전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기말에 대한 아니 신세기에 대한 선라이즈의 접근은 한번 자신들을 물먹였으나 완성되지 못한 라이벌의 작품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훌륭한 완성도로 끝을 맺는다.
:
: 에반게리온의 결말에 허탈해 하셨던 분들 여기 새로운 대안 베터맨이 있다.(긴 글을 마무리 하려는대 왠지 광고글 같이...자꾸...지쳐선가...) 요네타니 요시토모의 재능과 미스테리에 의혹 투성이면서도 완성된 결말이 있는 성숙한 만화영화 베터맨... 꼭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 또한 향후 선라이즈와 요네타니 요시토모 감독의 향방이 주목되는 바이다.
:
:
:
:
: * 에반게리온과 가이넥스의 팬이 이 글을 읽는 다면 무지 열받겠군요... 사실 저도 에바 좋아해요... 그렇지만 어떻게 봐도 에바보단 베터맨이 뛰어나네요... 왕감동~~!! 저한테 요청하시면 바로 CD떠드립니다. 가오가이거 Final도 함께... 하하... 많이 받아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