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12
영어방송 시청으로 눈과 귀를 열어도 입을 다물면 회화가 늘지 못하고, 문법에 능통해도 직접 펜을 들고 작문하지 않으면 영문에 한계가 있듯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관觀 역시 입과 펜을 통해 완성되어진다. 결국 언어란 것은 ‘표현’ 행위에 바탕을 두기에 표현이 배제된 관觀은 그 언어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즉 언어는 표현욕구에서 비롯되고, 사고는 언어의 틀 속에서 형성되는 바 ‘표현→언어→사고’의 과정에 있어서 표현 행위는 름양오행陰陽五行의 언어뿐만 아니라 사고의 관觀을 결정한다. 간난쟁이가 옹알이를 하면서 언어를 배우듯이 한의학 공부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자기표현이 요구되는 것이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옹알이는 결코 번잡스러운 표현이 아니니 한의학 연구의 핵심으로서 일독一讀과 다독多讀의 모든 과정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주위 시선의 의식 없이 부단히 입으로 지껄이고 펜을 휘두르는 자기 표현을 해야 언어를 익히면서 동시에 사고를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표현은 과시의 잘난 척이 아닌 중요한 학문방법의 하나이다.
평소 말(語)많고 글(文)많은 본인의 모습은 본2 때부터 시작된 자기표현의 습성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 시작된 이 [개론강좌]도 사실 내 공부를 위한 글이니 본인은 한의사가 된 지금까지도 이처럼 옹알이를 하고 있다. 이에 여러분도 학생이라고 주저하지 말고, 아는 바 없다고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입을 열고, 펜을 움직여야 한다. 확신컨대 김용옥 선생이나 김홍경 선생의 강한 자기 표현의 말과 글은 그분들 자신의 관觀이 완성된 후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니 훈련된 말과 글을 통해 절차탁마, 당신들의 개성있는 관觀을 다듬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장차 소신 있는 한의사를 꿈꾼다면 샌님처럼 가만히 있지 말고 뿔뚝뿔뚝 꼴려서 입과 펜으로 욕구를 방출하라 !!!
사문난적(斯文亂賊)...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말. 이는 경학經學, 즉 유교에서 나온 말인데 개인의 자유 표현을 철저히 막는다. 60년 이상 평생 앞선 이의 글에 주註만 달면서 말조심, 글조심하는 유교 풍토에서는 새로운 독창적인 관觀의 출현이 불가능하다. 이에 본인은 경학經學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왕필’ 중심의 현학玄學을 강조한다. 20, 30대에 자신의 관觀을 주장하는 현학자玄學者들의 태도에 동조하는 바 현 우리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젊은 학도學徒의 현학적玄學的 태도를 ‘새파란 놈이 건방지다’고 매도하는 경직된 경학經學 풍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관觀이 뚜렷한 사람이 있다면 비록 그가 10대의 청소년일지라도 고개를 숙여 경청하는 학문적 탄력성을 우리 모두 지녀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엔 젊은 사문난적斯文亂賊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모두 관觀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를 꿈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