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2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발전되어온 음악장르이다.
마치 록(Rock)이 자신만의 긴 역사를 통해 나뉘어진 수많은
세부장르로 구분될 수 있듯이, 힙합도 그 음악적 스타일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East Coast Rap, West Coast Rap, Gangster Rap, Conscious Rap,
Jazz Rap등은 모두 힙합이라는 테두리안에서 각자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발전한 다른 스타일들이다.
이 글에서는 힙합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과, 힙합의
음악적 스타일 차이에 따른 간단한 분류를 설명한다. 모든 스타일과 개념들을
총망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기에,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겠다.
+++ 여러 개념들과 음악적 분류
1. 랩(Rap)/힙합(Hiphop)
이미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가장 사람들이 혼동하는 두 가지 개념이 바로
"랩"과 "힙합"이에 반복하여 설명한다. 원래 힙합은 음악, 춤, 패션, 언어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일개의 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음악적 형태
를 가리키는 랩은 본래 힙합이라는 문화 속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보통 힙합이란 말을 음악적 측면에 국한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 랩이란 말과
힙합이란 말을 모두 음악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보아도무방하다.
랩과 힙합이 모두 동일한 형식의 음악을 지칭하는 단어로 탄생되었고 또
사용되었 음은 분명한 사실이나, "랩"을 비트에 맞추어 단어들을 나열하는
하나의 가사전달기술로 이해할 때에 테크노장르, 하드코어(록)장르,
하우스댄스 장르등 힙합 외의 많은장르에도 랩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때에는 "랩"이라는 기술이 쓰였다고 해도 그 음악이
힙합이라고 말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2. 동부랩(East Coast Rap)/서부랩(West Coast Rap)
힙합에 있어서 가장 널리 알려진 구분은 바로 East Coast와 West Coast간의
구분 일 것이다. 1997년 West Coast의 Tupac Shakur과 East Coast의
Notorious B.I.G.간의 대립으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까닭에, 미국
동부랩-서부랩의 분류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갱들간의 싸움 정도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음직 하다.
그러나 음악적으로서의 East Coast Rap 과 West Coast
Rap의 차이는 그 시작에서부터 존재해왔다. 모든 랩은 크게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진다.(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남부랩 -Southern Rap-도
있고 중부랩-Midwest, Mideast Rap-도 있겠지만)
미국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 사고방식, 도시형태등이
동부와 서부를 기준으로 그 모습을 상당히 달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음악도 스타일을 달리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정 래퍼가 어느 코스트에 속하는 지를 그의 출생지로 따지자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주 활동무대와 음악적 스타일 그리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조직이 어디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East Coast와 West Coast랩의 간단한 특색과 대표적래퍼들을
몇 명 들어보겠다. 힙합은 동부, 즉 New York에서 시작되었다.
음악적으로 East Coast의 랩은 비트에 있어서 베이스가
무겁고, 샘플링에 크게 의존한다. 샘플한 루프를 별다른 변화 없이
계속 돌리기 때문에, 비트가 매우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동부랩에서는 비트보다도 가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편이며,
때문에 랩에 있어서 별다른 기교 없이도 깊은 내용의 가사를 읊는 경우가
많아 처음 듣는 이에게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East Coast 랩의 특징으로 샤우팅(Shouting)과
거친 목소리, 그리고 랩의 전개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들기도 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속도와 샤우팅 같은 특징은 East Coast에서도
몇몇 래퍼들에게만 나타나며, 이것이 코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Puff Daddy와 같은 상업적랩(Commercial Rap)을 추구하는
프로듀서/래퍼들이 동부에서도 많이 나옴에 따라 위와 같은 특징이
다소 무색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을 진정한 East Coast Rap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적인 래퍼로는 Wu-Tang Clan, Mobb Deep, Nas, Redman,
Krs-One, Rakim, EPMD, GangStarr등이 있다.
West Coast의 힙합은 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사보다 비트에 더
신경을 쓴다.
비트가 다소 빠른 경우가 많고 멜로디를 중시하며, P-Funk나
R&B적 요소의 샘플링에 더 크게 의지한다.
전체적으로 파티풍의 분위기가 많고 춤을 추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랩스타일도 멜로디나 리듬을 타는 듯이 하는 경우가 많아,
힙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친숙한 호감을 주기도 한다.
국내에 소개되는 랩도 대체로 West Coast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서부랩의 전성기는 N.W.A.와 같은 그룹으로 절정을 맞은 갱스터랩(GangsterRap)
으로 특징지어지기 때문에, 흔히 갱스터랩을 West Coast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West Coast 랩의 특징을 "부드러운 래핑"으로 들고 있지만,
이 역시 몇몇 가수만을 염두에 둔 이야기이다.
일례로, Ice Cube만 들어보더라도 결코 "부드럽다"고 얘기 할수는 없을것이다.
즉, 부드러운 래핑 스타일은 서부에서도 몇몇 래퍼에게만
국한되는스타일이고 이것이 코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대표적인 West Coast의 래퍼들로는 Dr.Dre, Snoop Doggy Dog,
Ice Cube, Dogg Pound, Master P, Tupac, Ras Kass, WarrenG등이 있다.
90년대 말 East Coast와 West Coast간의 음악적/음악외적 대립의
결과로 Tupac과 Notorious B.I.G.는 목숨을 잃었다.
그 뒤에 시작된 양 코스트간의 화해의 분위기, 그리고
Puff Daddy, Jermaine Dupri의 음악과 같은 상업적 랩의 전면적 등장으로
코스트간 음악스타일의 구분이 예전같이 뚜렷하지는 않다.
실제 동부 쪽의 프로듀서가 서부 쪽래퍼의 곡을 만들어주고,
동부 쪽 래퍼의 앨범에 서부 쪽 래퍼가 같이 참여를 하는 등,
의도적으로 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East와 West 코스트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일고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외적 측면에서의 폭력으로 치닫는 동서부간의 대립은 극복의
대상이 될지언정, 음악내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양코스트의 구별되는
특징은 없애야 할 부정적 요소가 아님은 물론, 좋아하는 음악적
색채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에 오히려 존속되어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음악적 취향과 스타일의 반영으로 나타나는 양코스트간의
특징을 인위적으로 통합시킬 이득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3. 갱스터랩(Gangster Rap)/컨셔스랩(Conscious Rap)
한국에서 가장 잘못 알려진 개념이 바로 "갱스터랩"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부터 대중매체의 잘못된 지식의 전달로 인해 미국에서
흑인이 하는 랩은 모조리 갱스터랩으로 불리게 되었고, 국내가수들도
너나할것없이 모두 갱스터랩 을 표방하고 음반을 내놓기시작했다.
그러나, 갱스터랩은 힙합에서 특정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가사의 내용이 자기 갱의 우월성, 갱단간의 싸움, 다른 갱단 소속원에
대한 비난등으로 구성되고 대부분의 경우 래퍼 자신이 갱단의 멤버이다.
사실 갱스터랩은 Schooly D의 "PSK What Does It Mean?" 경우와 같이
동부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갱스터랩의 전성기는 서부의 그룹 N.W.A.가
시작했다 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L.A.의 Compton지역을 근거지로
N.W.A.와 이 그룹의 멤버들의 앨범은 갱스터랩의 절정을 이루었으며,
이와 같은 스타일 의 다른 많은 래퍼들의 등장을 불러왔다.
그래서 보통 갱스터랩이라고 할 때 West Coast의 랩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Conscious Rap은 정확히 말하자면 갱스터랩의 반대개념도 아닐뿐더러
아직 완전하 게 정의될 수 있는 장르도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생겨서 개념적으로 자리가 잡힌 탓에, 랩의 한 분류
내지 분파로 자리를 굳혔지만, 매우 구분이 애매한 장르인 것이 사실이다.
Conscious Rap이란 말은 어차피 만든 말이다. 이를 단어 그대로 말하자면
뭔가 지각 있는 랩, 양식 있는 랩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은 이를 Intelligent Ra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는 "긍정적 메세지를 담은 랩"으로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랩의 출현 배경은, 역시 불우했던 흑인사회에 대한 자각과
그것으로부터의 탈피에의 열망이 그 동기가 된다고 볼 수 있겠으나,
직접적으로는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유행했던 gangster rap에 대한
anti-gangster적 조류라고 볼 수 있겠다.
즉, gangsterrap들이 폭력적인 삶을 부채질하고, 갱스터를 영웅시하고,
여성을 비하시키는 내용으로 일괄했던 점, 그리고 그러한 특징이 단지
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흑인문화 전반에 나타나 영화,
사회등이 전반적으로 폭력적으로 변해 가는 점에서 이에 대한 긍정적
돌파구를 찾자는 움직임의 일환인 것이다. Conscious Rap을 한다는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요즘의) KRS-One,A TribeCalled Quest,
De La Soul, Poor Righteous Teachers등이 있는데, 사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4. Old School/New School
힙합에 있어서 올드스쿨과 뉴스쿨은 그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거나
특정한 장르를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라, 랩의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말이다.
즉 힙합의 아버지격인 래퍼들이나 음악을 Old School로 분류하고, 이
이후의 것을 New School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올드스쿨과 뉴스쿨을 가르는
기준시점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여 정확한 구분점을 들기는 어렵다.
대체 로 198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그 전의 랩은 OldSchool로,
그 이후는 New School로 보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Run-DMC의 데뷔앨범(1984) "Run-DMC" 를 하나의 참고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Old School과 New School이란
말이 어떤 음악적 특색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Old School로 구분되는 시대에 주류를 이루는 음악적 특징이 존재하기는하나,
그것은그 시대의 성향에 따른 음악적 취향일 뿐, "Old School 음악"이라고
말할 수는없을 것이다. 또한, Old School/New School은 일반적인 형용사
로도 쓰여서 단순히 사람이나 다른 장르의 음악등을 수식하는 말로
기능하기도 한다.
5. 트립합(Triphop), 재즈랩(Jazz Rap), 마이애미(Miami Bass),
뉴잭스윙(New Jack Swing)
트립합(Triphop)에서의 trip은 환각제를 복용한 상태에서의 느끼는 "다른
세상으로 의 여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트립합은 힙합의 장르로도, 테크노의
장르로도 분류되는데, 본래적 의미의 힙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형태이며
영국에서 창조된 Crossover경향의 음악이다.
트립합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힙합과 테크노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는데,
힙합 비트를 사용하면서 그 위에 매우 느리고 몽환적인 느낌의 리듬을
입혀서 정말로 환각상태에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 보컬은 없거나 매우절제되고
디제이들이 만드는 실험적 음악의성격이 강하다.대표적으로 Tricky, Massive
Attack, 그리고 DJ Shadow등이 있다.
재즈랩(Jazz Rap)은 역시 확정적 개념이 아니며, Bohemian Rap이라고도 불린다.
보통 R&B나 Funk계열의 음악을 샘플링해서 랩의 비트를 만드는 것과 달리,
그 소스 (source)를 Jazz에 두는 종류의 랩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광
범위의 개념이다. Jazz음악의 샘플링으로는 GangStarr의 DJ Premier가 가장
유명하며, 랩보다도 음악적 측면에 중점을 둘 경우 Acid Jazz계열로 분류되기
도 한다. US3나 Digable Planets등이 대표적이다.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
흔히 마이애미라고 불리는 음악은 매우 독특한 랩의 장르이다. Afrika
Bambaataa가 "Planet Rock"에서 소개한 E-Funk(Electro Funk)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이 장르는 신디사이져와 드럼머신으로 만들어진 매우 빠른 비트가
진행되며,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다. 가사도 파티와 남녀관계에 관한 내용이
많다. 2 Live Crew, 69 Boys, Quad City DJs등이 있으며 국내에선 솔리드가
"끼리끼리"란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엄격히 말해서 뉴잭스윙(New Jack Swing)은 힙합의 장르라기보다는 R&B에 가깝다.
Teddy Riley가 힙합과 R&B, 그리고 Go-Go등의 장르를 합쳐서 만들어낸
음악형태로 여자로 구성된 멤버의 경우 뉴질스윙(New Jill Swing)이라
고도 부른다. Teddy Riley의 그룹 Guy와 Blackstreet이 대표적이며,
랩그룹으로는 (초기의) Wreckx-N-Effect가 있다.
6. 프리스타일(Freestyle)
힙합에서의 freestyle 또는 freestyle rap이란 말 그대로 형식이 없이
자유로운 형태의 랩을 가리킨다. 정해져 있는 패턴이 없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랩으로 표현하는 것을 freestyling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공연 중에 프리스타일을 한다고 하면, 미리 써놓은 가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운(rhyme)에맞게 즉석에서 랩으로
만들어 선보이는 것을 가리키나, 사실 절대 무(無)의 상태에서완전히 새로운 프
리스타일 랩을 하는 경우는 적고, 대부분 평소 써놓고 외워두었던 랩구절들을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조합하고 즉석에서 만든 새로운 가사를 덧붙여 랩을
한다.
어떤사람들은 프리스타일을 가장 수준이 높은 랩의 형태로 보아, 얼마나
프리스타일을 훌륭히 소화하나에 따라 래퍼의 실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Krs-One은 "단지 1절이라도 네가 쓴 라임을 관중들 앞에서 말했을때,
그것이 테잎이나 비디오나 잡지등의 매체에 기록된 적이 없고 관중들도 그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게 프리스타일이다"라고 프리스타일을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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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나우누리 힙합동아리 Dope Soundz 에서 활동중이신
김다슬 님의 글을 옮겨온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