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퍼팅 9단계
프로퍼팅의 9단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번 칼럼인 아마추어 퍼팅의 9단계를 살펴보면,
(1) 不펏 - 퍼팅 9급 (2) 畏펏 - 8급 (3) 憫펏 - 7급 (4) 隱펏 - 6급 (5) 商펏 - 5급 (6) 色펏 - 4급 (7) 睡펏 - 3급 (8) 飯펏 - 2급 (9) 學펏 - 1급
부,외,민,은펏은 퍼팅의 진경과 진미를 모르는 수준이고 상,색,수,반펏은 목적은 있으되 퍼팅의 진체를 안다할 수 없다. 학펏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펏道의 초급을 주니 펏卒이라 칭한다.
한다하는 소리듣는 학펏이라고 해야 고작 1급으로 분류되니 퍼팅은 어쩌면 골프의 각론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이다.
해서 핸디캡이 없는 내 골프 친구중 하나는 일찌기,
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떠난 저 그린아 추풍낙엽 쓰리펏에 저도 나를 생각하나 삼십피트 천리길에 배추잎만 오락가락...
이라고 읊었거니와 골프샷에 관한한 달관의 경지에 오른 그 친구조차 퍼팅은 종잡을 수 없는 짝사랑에 다름아니라는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 이제부터 퍼팅 초단인 愛펏부터 알아보자.
1.愛펏
원래 조지훈님의 글을 보면 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그건 술의 경지를 논한 글이고 퍼팅에서는 초단이라면 미국 고등학교 상급반이나 대학 골프부의 에이스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이다. 우리들이 혹 지겹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퍼팅을 사랑하는 경지인 것이다.
실전에서 퍼팅할 때 넣을 것인가 붙일 것인가 확실히 구분한다. 넣으려는 펏을 미스하면 다음 펏의 라인이 어떻게 걸릴지 예상하고 펏한다.
하루 1시간 이상을 퍼팅그린에서 연습한다. 퍼팅그립에 대해 의문이 많을 때이지만 퍼팅후 고개를 절대 들지 않는 철칙을 완벽하게 지키는 때이기도 하다.
미국 고등학교나 대학 골프부의 주전들은 프로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라 모든 면에서 진지하다. 프로에 비교하면 그린을 읽는 기술이 조금 약하지만 아마추어들이 보면 경이로운 눈으로 브레이크를 판독한다.
이들의 분위기는 대개 하나같이 동일하다. 반바지에 학교로고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 그리고 모자. 모자는 챙을 구부려 한껏 멋을 내고 깊숙히 눌러 썼지만 눌러 쓴 모자의 그늘 뒤에서 빛나는 눈빛은 날카롭다.
드라이버는 대개 타이틀리스트 혹은 가끔 테일러메이드. 비거리 평균 280야드. 토마호크 미사일이 따로 없다.
페어웨이 우드는 타이틀리스트와 캘러웨이가 반반정도. 아이언은 주로 타이틀리스트나 미즈노 혹은 단조 아이언들. 아이언은 2번으로 240야드를 때려내고 7번으로 170야드정도 날린다고 보면 틀림없다.
에티켓이 분명하고 동반자에게 관대하다. 그린을 때린 공은 스핀이 죽음이고 벙커샷은 거의 홀컵 2야드 이내에 붙인다.
전체적인 게임을 평가해 보면 퍼팅이 상대적으로 제일 열악하다.
2. 嗜펏
그린판독에 실수가 없는 단계. 브레이크를 읽는 눈이 정확하며 퍼팅을 즐기는 단계이다. 나이키, 바이닷컴, 후러스로 이어지는 2부 투어의 중하위랭커들의 퍼팅이다.
혹 2부투어라고 코웃음치는 독자가 계신지? 그렇다면 여기서 미국 PGA가 얼마나 골때리는 무대인지 잠깐 설명하고 넘어가자.
어렸을 때 부터 골프의 접근성이 용이한 미국 어린이들은 보통 6-7살 늦어도 10세 이전에 골프클럽을 잡는다. 그런 애들이 고등학교까지 가면 골프부에서 활동하는데 한 학교에 30-40여명씩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그 수십만명이 허접이 아니고 로칼에서는 모두 백전불패의 한 칼 다부진 아마추어 검객들이란 사실이다.
내가 한참 공 칠 때 지역 하이스쿨 골프대표선수와 한 판 붙은 적이 있었다. 골프선수라지만 아직 젖비린내나는 17살짜리였기에 별 부담없이 맞장을 떴는데
이런 넨장할... 6800야드 코스레이팅 130이 넘는 곳에서 7언더를 때리는 거였다. 그것도 아주 가비얍게...
그런 애들이 모여 지역예선을 거치고 거기서 뽑힌 애들이 다시 주선발전을 치르고 이긴 애들이 다시 디비전에서 시합하고 이리 붙고 저리 붙어 마지막으로 NCAA 대학시합에서 우승하거나 아마추어 챔피언쉽에서 우승하는 애들이 PGA 퀄러파잉 스쿨가면 맥없이 떨어지는 곳이 미국 PGA이다.
그럼 2부투어는 만만한가? 골프는 학교 골프부 애들만 치는 게 아니다. 소위 들판에서 검술을 익힌 야인들도 부지기수다.
PGA에서 물먹은 칼잡이들과 아예 2부를 목표로 칼을 갈은 수십만명중 뽑힌 검객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승부하는 곳이 그곳이다.
2부투어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PGA보다 더 살벌하다. 2부마저 물먹으면 동네 골프장의 헤드프로를 각오해야 하는데 동네골프장 헤드프로 공 치는 거 보신적 있으신지? 타이거 우즈는 왔다가 울고 간다. 얼마나 잘 치는지...쩝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그런 무대의 중하위 랭커정도면 기펏의 칭호를 받을 수 있다. 퍼팅 2단... 날고 기는 퍼팅이다.
3.耽펏
퍼팅의 꽃이다. 프로 3단. PGA를 넘나드는 2부투어의 상위랭커나 PGA의 하위랭커들의 퍼팅. 소위 Journeyman이라 불리우는 직업무사들의 퍼팅단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어거스타의 그린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쓰리펏을 거절하는 무예. 평상시에 하루 2시간 이상은 그린에서 사는 집단. 이 정도의 무예라면 하루라도 퍼터를 잡지 않으면 감을 잃는 수도 있다.
홀매치의 경우 우연히 같은 라인선상 홀 가까운 곳에 상대의 공이 있다면 먼저 펏할 때 라인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인 훅이나 슬라이스를 낼 수 있다.
가끔 그런 경우가 생긴다. 나는 어차피 너무 멀어 한 펏으로 끝낼 수 없을 때 하지만 라인을 다 보여주면 프로 3단들은 그 펏을 절대 놓치지 않는 법. 그럴 땐 일부러 훅이나 슬라이스를 내면서 홀에 붙이는 기술이다.
바둑에서도 3단이 9단과 맞장을 뜰 수 있듯 경우에 따라 미친척하면 PGA우승의 퍼팅도 불가능은 아니다.
학펏이 퍼팅의 진경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라면 탐펏은 퍼팅의 진경을 체득한 단계이다.
그런데 이런 직업칼잡이들도 퍼팅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기거니와 누가 감히 퍼팅을 만만한 것이라 이르리요... 참 멀고 험한 길이다. 펏豪.
4. 暴펏
퍼팅의 道를 수련하는 단계이다. 이미 기술로서의 퍼팅은 그 지경을 다했고 이젠 道로서 접근하는 단계. PGA 중,상위랭커들의 퍼팅이다.
퍼팅에도 道가 있다. 양아치 내기골프에 익숙한 사람들은 결코 들어보지 못한 주제.
그린이라고 아무데로나 올라가는 게 아니고 오르내리는 길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린에 올라서 하는 행동에도 엄격한 수련과 절제가 보인다. 있는듯 없는듯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이다.
그린에 오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볼마크를 수리했고 어디에 있나 찾아보니 한 구석에서 브레이크를 읽는다. 한 손엔 햇빛받아 번쩍이는 일점도. 굳게 다문 입술에 눈빛만 수려하다.
상대의 퍼팅땐 미동도 않고 배려하지만 자신의 차례엔 난리굿을 쳐도 개의치 않는다. 홀컵 반경 2피트이내는 밟지 않아야한다는 걸 알고 컵인된 볼을 꺼낼 때조차 발자국을 조심한다.
바람을 본다. 바람이 그린에 붙어 흐르는 공에 어떤 영향을 가하는지 알고 있다.
섬세한 퍼팅이다. 섬세함이란 여러가지 단어가 복합적으로 축약된 정신이다.
여러가지 외적인 압박과 경쟁의 부담을 이겨내고 거리, 굴곡, 바람, 습기, 잔디결 같은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며 힘의 세기와 자잘한 브레이크를 속속들이 인지한 후 평온한 마음으로 자신의 정신을 퍼터를 통해 공에 전달하는 상태를 말한다.
왜 폭펏인지 아는가? 술꾼들이 폭주하듯 집중적,폭발적인 수련의 기간이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펏狂.^^
5. 長펏
퍼팅삼매에 든 사람이다. PGA 탑 랭커들이다. 이보다 잘 하는 퍼팅은 없다. 기와 도가 상호 균형을 이루었고 조치훈 9단이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두듯 이들도 생명을 걸고 퍼팅을 한다.
바둑에서 고수들이 몇수 앞을 내다보듯 이 단계의 고수들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서 이미 머리속으로는 홀아웃 했다. 드라이버부터 퍼팅까지 몇수 앞을 내다보는 단계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그저 당면한 샷에 얽매여 단 한 수 앞도 내다볼 생각 없다. 그게 좋을 때도 있다.
아마추어에겐 지금 당면한 샷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어떻든 그들은 몇수 앞을 본다고 한다.
특히 퍼팅에서 수를 본다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엄밀히 말해 쓰리퍼팅은 수를 읽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수를 제대로 읽으면, 즉 전략적으로 퍼팅하면 쓰리퍼팅은 할 수 없는 것이다.
퍼팅의 기본이론이 필요없는 단계이기도 하다. 밀어치기, 때려치기, 땡겨치기... 초식이 화려하다.
퍼터를 통해 전달하는 힘의 세분화가 극대화된 단계이다. 전달하는 에너지를 세분할수록 빠른 그린에서 다양한 거리에 공을 멈출 수 있다.
아마추어에게 어거스타같은 빠른 그린이 어려운 이유는 전달하는 힘을 세밀히 차별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개 터무니 없이 못미치거나 아예 십리쯤 벗어나거나 한다.
하지만 이들은 남은 거리에 상관없이 대개 홀컵근처에 정지시킨다. 스피드를 조절하는 감각이 햇빛받아 뛰어오르는 날치의 비늘만큼 눈부시게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퍼팅시 공의 타점을 조절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퍼터가 공의 어느 지점을 가격하는지에 신경을 집중한다.
인간이 기술적으로 오를 수 있는 퍼팅의 최고봉이다. 펏仙.
6. 惜펏
인정으로 퍼팅한다. 이미 퍼팅의 희노애락을 졸업한 상태.
골프 치다보면 아무리 긴 펏이라도 꼭 넣어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넣겠다고 마음 먹으면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실패하기도 한다. 승부에 별 관심없다.
골프의 그림에서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깨달은 단계이다. 누가 퍼팅에 대해 입에 거품물고 떠들면 빙그레 웃으며 경청한다.
그린에 오르면 마음이 따뜻해 진다. 함께 골프할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할 뿐이다. 어떨 땐 퍼팅하지 않고 온그린 되면 걍 공을 집는다. 공이 놓여진 라이만 보아도 몇 번 퍼팅으로 홀아웃할지 알고있다.
퍼팅도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골프도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퍼팅도 골프도 휴머니즘을 깔고 있다. 점수에 개의치 않는다. 당근 퍼팅수에도 개의치 않는다.
퍼팅초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찌르고 벨 때 칼이 그리는 선의 아름답기가 예술이다. 칼끝이 춤추는 대로 곧 검법이고 초식이다. 초월한 퍼팅, 초월한 골프다. 펏賢.
7. 樂펏
들어가도 그만 안들어가도 그만. 퍼터와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단계.
퍼팅은 음풍농월이다. 펏하고 시조 한 수 때리고 홀아웃하고 황혼 바라보며 눈물 짓는다.
퍼팅의 진경을 넘어 任運自適으로 들어섰다.
PGA 우승을 가르는 3피트 숏펏을 실패한 후 실패한 퍼팅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단종을 위리안치하고 돌아서는 금부도사 왕방연식 시조를 읊는 단계. '천만 리 머나먼 길 고운 님 여의옵고...'
개인적으로 이 단계의 사람을 딱 한 번 마주쳤다. 브레이크도 읽지 않고 아무렇게나 구사하는 검법이었다.
하지만 초식에서 숨겨지지 않는 칼날의 예리함이 드러났고 그렇게 치는 듯 마는 듯한 퍼팅은 첨 보았다. 충격이었다. 펏聖.
8. 關펏
골프와 퍼팅을 즐거워하지만 이미 행할 수 없는 단계. 퍼팅의 산전수전 다 겪었다. 퍼팅의 산 송장이다.
한 문파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당근 무릎꿇고 비급을 전수받고자 몸부림쳐야 한다.
이미 칼로 하는 승부엔 힘을 쓰지 못하지만 그 비급과 경험은 국보급이다. 펏宗.
9.廢펏
퍼터를 끌어안고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인생이 골프와 퍼팅으로 점철되었지만 후회 없다.
프로 9단, 퍼팅의 명인급이다. 더이상 토를 달기 송구하다. 涅槃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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