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연구실에서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연구실 여러 모둠이 갈래를 나누어 책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림책, 동화, 청소년문학 갈래의 책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점차 지식 갈래 책까지 확대해 갈 것입니다. 우리 회에서 <새로 나온 책>을 싣는 것은 상업 출판이 횡행하는 시대에 어린이 책 독자들에게 좋은 책 정보를 주고, 나아가 우리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함입니다.
달마다 소개하는 책 가운데서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은 표지 그림과 함께 서평을 싣습니다. 그 밖엔 서지사항만 소개합니다. 이 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모두 6종입니다. 각 모둠에서 9월 말까지 출판된 책을 평가한 결과를 모은 것입니다. 의견을 조정하느라 이번 달에 소개하지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듣는 노래-바그다드 이야기
제임스 럼포드 글·그림|김연수 옮김|시공주니어|2009.8.25|44쪽|8500원|그림책|초등 저
문학에서 전쟁을 이야기할 때 정치적 상황이나 폭탄테러, 그에 따른 죽음과 공포로 묘사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공포, 파괴, 상흔을 직접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전쟁과 평화를 보여주는 책이 있다. 제임스 럼포드의 《마음으로 듣는 노래-바그다드 이야기》가 그 중 하나다. 이 그림책은 이슬람의 문자문화라는 씨실과 이라크전쟁이라는 날실을 교차해 ‘평화’라는 옷감을 짜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사는 남자아이 알리는 친구들과 축구하기를 좋아하고 음악을 크게 듣기,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주 평범한 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얀 종이에 아랍문자 쓰기를 좋아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빈 곳, 누군가 보낸 편지봉투, 빛바랜 영수증, 김이 서린 창문, 심지어 욕실 거울에도 글자를 쓴다. 알리는 어린 서예가인 것이다. 아랍문자는 우리글과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르륵, 물 흐르듯이 미끄러지듯’ 쓰여 지는 데 그림책 화면 전체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아랍문화를 느낄 수 있는 사물의 무늬가 되기도 한다. 점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긴 글의 시작에 두 명의 축구선수가 공을 차며 달려가는 모습을 오버랩 시켜 보여준 화면은 마치 축구선수의 두 팔과 두 다리 움직임이 글의 선율을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온몸으로 글을 쓰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으로 저질러지는 전쟁은 800여 년 전이나 21세기나 똑같다. 1258년 몽골의 침략으로 불길에 휩싸인 바그다드와 2003년 미국의 침략으로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지는 바그다드는 똑같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800년 전의 야쿠트가 죽음을 피해 높은 탑에서 아름다운 서예작품을 남긴 것처럼, 알리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자를 쓰고 또 쓴다. 길게 쭉 이어지는 너무도 쉬운 글자 ‘하르브’는 전쟁이란 뜻이다. 어렵게 꼬며 시작해서 길게 두 번 위로 선을 그었다 내려와야만 하는 ‘살람’은 평화라는 뜻의 글자다. ‘눈을 감고도 이 글자를 쓸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할까요?’ 하는 어린아이 알리의 물음에 평화가 아득히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의 말’ 다음에 알리의 가족이 다 모여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서 작가의 평화에 대한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이미 《상형문자의 비밀을 찾아서》(비룡소), 《이븐 바투타의 여행》(풀빛)을 통해서 아랍권의 역사와 예술, 문화를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랍권의 문화를 단순히 책의 제재로 사용하는 것 이상 그 땅, 그 땅에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랍문화권에 대한 서구세력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의 미학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 김영란)
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글|에드워드 고리 그림|이주희 옮김|논장|2009.9.5|72쪽|9000원|그림책|초등 중
생일을 맞은 트리혼은 갖가지 선물 받을 기쁨에 한껏 부풀어 있다. 트리혼의 기대와는 달리 엄마, 아빠, 친구 모시한테 ‘오늘은 내 생일’이라고 외쳐도 누구하나 ‘축하한다’는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각자 내뱉고 싶은 말만 할 뿐이다.
우연히 뒷마당에서 발견한 병 속에서 옛이야기에 나올 법한 지니를 만난다. 시험 삼아 주문했던 케익과 초로 두 가지 소원을 써 버린다. 나머지 소원은 근사한 것으로 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트리혼은 바보 취급하는 친구, 원칙만 강조하는 아빠,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있는 엄마가 원망스러울 듯도 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트리혼은 그런 상황에서도 생일 선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부모님이 줄 가능성이 큰 전기 기관차,어디든지 갈 수 있는 비행기와 조종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트리혼은 온종일 기다릴 수 없다는 퉁명스런 지니의 재촉에 “생일 케이크 위에 내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다.
트리혼은 세 가지 소원을 모두 써 버렸지만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언젠가 또다른 지니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깔끔하면서도 대부분 딱딱한 직선으로 그려진 펜화는 현대인의 개인주의 성향에서 비롯한 소통의 부재를 풍자한 그림으로 읽힌다. 아이는 끊임없이 내 말좀 들어 달라고 하고, 어른은 아이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 마지막 장에서 케익을 앞에 두고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어쩐지 더 외로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캐릭터인 지니는 책 읽는 재미를 더 해 준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지니가 주인에게 충직하다면, 《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의 지니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귀찮고 지쳐 더 이상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 줄 여유가 없어 보인다. 마치 너희들 소원은 너희 스스로 성취하기를 바란다는 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가 또 다른 지니를 만나기를 원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아이만의 순수함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미예)
바람이 노래한다
권하은 글|창비|2009.8.14|245쪽|8500원|청소년문학|청소년
명지는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전학을 왔다. 그곳에서 소주를 만나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다. 소주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어느 날 명지와 소주는 오랫동안 학교에 오지 않는 석준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에게 맞아 쓰러진 석준을 발견하고 치료한다. 그때부터 명지와 소주, 석준의 우정과 사랑이 시작된다. 석준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깊은 내면의 상처를 입었지만 마음으로 다가서는 명지와 소주를 통해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석준은 뜻밖의 사고로 아버지가 죽자 소주네 집에서 함께 산다. 명지가 석준에게 애틋한 감정이 생기고 서로의 갈 길에 대한 고민을 할 즈음 바람산에 불이 난다. 명지와 석준은 소주를 구하러 바람산에 올라간다. 석준은 소주를 구하려다 나무에 깔리게 되어 명지에게 소주를 부탁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명지는 석준이 죽고 계절이 바뀐 어느 날 바람산에 올라 석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바람산의 돌풍에 몸을 맡긴다.
작품의 이야기는 명지와 소주, 석준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서로에게 어떤 감정과 존재감으로 의지하는지를 명지 시선으로 이어간다. 소주는 명지에게 바람산에서 여러 가지 풀과 꽃들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 바람산은 그들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명지는 석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사랑을 느낀다. 명지는 소주가 석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석준과는 가족 같은 소주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런 세 사람의 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지만 절제된 감정표현으로 이야기를 무리 없이 이끌어 간다. 명지는 소주와 석준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를 보면서 자기 안의 허위의식을 부끄러워 한다.
‘사랑’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가슴 두근거림은 나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보편적인 감성이다. 청소년의 사랑은 어른들이 느끼는 사랑과는 다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 배현영)
정상에 오르기 3미터 전
롤랜드 스미스 글|김민석 옮김|시공사|2009.8.10|383쪽|9000원|청소년문학|청소년
피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새아빠, 그 둘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산다. 피크는 한밤중에 뉴욕 고층빌딩 담벼락을 오르다 경찰에 체포된다. 한 아이가 이를 흉내내다 죽는다. 피크는 법정에 서게 되어 벌금형을 받고 아빠와 함께 잠시 뉴욕을 떠난다. 아빠는 자신의 등반사업을 위해 피크를 ‘에베레스트 산 최정상 등반, 최연소 산악인’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피크는 그곳에서 셰르파의 우두머리였던 조파 영감과 그의 손자 순조를 만난다.
순조의 아빠도 셰르파였는데 등반 중 피크의 아빠를 위기에서 구하고 목숨을 잃게 된다. 그래서 순조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 조파 영감은 순조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에베레스트 산 최정상 정복, 최연소 산악인’이란 영예를 순조에게 주고 싶다. 피크는 순조를 자신을 돕기 위한 존재로 생각하다가 정상 정복은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이 선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피크는 정상에 오르기 3미터 전 가장 소중한 것은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산 아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등반이란 소재를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피크는 공항에서 혼자 아빠를 기다리면서, 가족보다는 산악인의 삶을 선택한 아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다. 그 기억은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는 내내 피크가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면서 가슴속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다. 피크는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힘든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어려운 순간들을 잘 이겨낸다. 그리고 피크를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한다. 특히 서운함으로 가슴속에 묻어둔 아빠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숨 가쁘게 펼쳐지는 등반은 흡사 내가 에베레스트에 다녀온 듯하다. 독자는 피크가 산소호흡기를 통해 산소를 마실 때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 든다. 피크와 순조에게 정상에 오르기 3미터 전에서 일어난 사건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최희진)
걱정의 반대말
벤니 린데라우프 글|김영진 옮김|창비|2009.9.16|383쪽|9500원|청소년문학|청소년
땅속에 묻힌 형제
로버트 스윈델스 글|원지인 옮김|책과콩나무|2009.9.1|256쪽|1만1000원|청소년문학|청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