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소년 준호의 미소
'눈솔' 은 눈이 소복소복 쌓인 예쁜 소나무란 뜻입니다. '눈솔이네' 반에서 준호를 만났습니다. 준호는 하얀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지닌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앙상한 몸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두세 살 아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을 쓰는 아홉 살 진우에 비해 몸뚱이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혼자서는 몸조차 가눌 수 없으니,
두 살배기로 보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준호의 실제 나이는 14살. 어엿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왜소증이나 다른 질환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출생 이후 12년 동안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영양만 공급받았기에
자라지를 못한 것입니다. 게다가 태어나면서부터 보이지도 않고, 듣지도 못하는 선천성 장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손의 감각만 발달해서 배설물조차 만져서 확인을 합니다. 때문에 어쩌면 준호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12년 동안은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고 해서, 장애가 있다고 해서 준호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조차 없는 건 절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눈솔이 네 식구로서의 준호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 전에는 낮 동안 혼자 지내야 했던 준호였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대신해 하루 종일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습니다.
준호를 만난 건 제게도 행운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간식을 먹여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놀아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업어주면서 이 땅의 많은 '준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의 만남을 통해서 '모든 사람은 똑같은 존엄성을 지녀야 하며, 장애아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한편, 어린이날 하루 전날인 5월 4일이 '장애어린이의 날' 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 뜻 깊은 의미가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해봅니다.
눈솔이네 반에 이어 한솔이네, 은솔이네, 해솔이네 반에서도 많은 '천사'들을 만났습니다. 다리 경직이 심하긴 해도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진 영광이, 수두증으로 인해 머리가 크고 피부가 유난히 까매서 남자아이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쁜 주희, 배에 가스가 차는 병 때문에 배가 조금 나왔지만 눈망울이 고운 찬영이, 불안하거나 불만이 생기면 입술을 피가 날
때까지 뜯어 섬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현수, 자폐증 때문에 가끔은 자신의 머리를 벽에 찧고 손톱을
물어뜯는 모습이 안쓰러운 연경이.... 모두가 1급 장애를 겪고 있지만 모두가 사랑스런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 모두가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창암재활원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입니다. 창암재활원은 1급 장애아동 43명이 생활하는
복지시설로, 비록 한나절이었지만 제게는 감동을 주기보다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외에도 정원수 지지대
제거작업과 놀이터에서 뜀틀기구 교체작업도 했습니다.
특히 놀이터 기구 교체작업은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요령을 몰라서 만만치 않은 힘이 들었습니다. 함께 간 10여 명이 몽땅 달려들어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광수 원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이 완성된 놀이터를 보고는 흐뭇해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뿌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참, 이글에서 언급한 아이들의 이름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적었음을 고백합니다.
2007. 4. 2
첫댓글 김두관님은 당신을 사랑 하십니다.
감사 합니다.
감동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