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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주경기장 주변은 연고전 여파로 북적거렸다. 실제 공연장에는 화끈하게 놀 멤버들이 빠져있었다. 고딩은 비싼 표가격으로 사전에 진입이 차단되었고 꿩 대신 닭, 고딩 대신 고대생이라는 철칙과 달리 고딩을 대신한 고대생은 연고전으로 빠져있었다. 하지만, 차포를 때고도 공연장에서 월드컵 4강 오필승 코리아의 열기는 충분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바였지만 5만원을 내고 간 C석은 너무나 멀었다. 무대로부터 200미터는 될 듯. 하긴 30만원을 주고 들어간, R석도 뒷부분은 거의 80미터는 되보였다. 더욱이 C석은 등받이도 없고.그래도 인생 역전이라할만한게 중간에 비가 왔는데 비가 내려도 안맞는 자리가 C석이었다. 공연 중 비가 쏟아질 때 R,S석 쪽 분위기는 거의 시장 바닥이었다. C석의 경우, 스크린이 옆에 있으니 보이는 건 별 차이 없을 수 있지만 문제는 볼륨이 작다는 점이었다. 공연장에서 필은 아무래도 볼륨의 영향이 큰데.
공연 중 야광봉 파는 할아버지가 지나갔다.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다 먹고 살려고 그러는건데 싶어서...이해하기로. 8시를 15분 초과한 시점에서 박수와 환호 속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Funeral for the Friends를 생각했지만 기대와 달리 첫곡은 The Bitch is Back. 경쾌한 록앤롤이다. 선영님, 아니 연세를 생각해서 선영 아줌마, 아니 보복이 두려워 선영 누님들은 호흡을 맞춰 박수를 쳤다. 엘튼존은 빨간 남방에 빨간 렌즈의 선글라스, 롱코트를 입은 무난한 복장으로 나왔다.
엘튼 존 옹의 머리는 정말 노랬다. 마치 만체스터 유나이터의 성실한 도우너였으나 stupid country 사건으로 한국 네티즌들의 공적이 된 폴스콜스를 연상시켰다-또, 삼천포로 가는군. 상당히 다양한 표정을 공연 중에 선보였는데 완존 오스틴 파워를 연상시켰다. 그런 다양하고 재밌는 표정자체가 감정 과잉의 엘튼존의 정체성과 관련있지 않을까 싶다. 무대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루이 암스트롱을 연상시켰다. 음악은 진지하게 만들어도 무대에서는 항상 웃음을 주는 엔터테이너.
엘튼 존의 외모를 보며 또 다시 궁금해진게...원래 머리 숱이 적은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많아진 것 같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중국산 모발력 힘봤을까? 아니면 덕화 형님처럼? 영국 정부는 해결방안을 공개해 한국남성의 고민을 해결하라!
엘튼 존의 목소리는 예상대로 다소 딱딱하지만 힘이 있었다. 밴드는 엘튼 존 외에 키보드, 기타, 베이 스, 드럼, 퍼커션으로 구성되었다. 기타리스트 Bob Birch는 DVD를 통해 볼 때는 북유럽 메틀 밴드의 기타리스트 스타일이었으나 단발머리인 지금은 아줌마 스타일인 듯 했다. 상당히 다양한 기타를 사용했다. 깁슨레스폴 같이 보이는 것을 기본으로 어쿠스틱, 더블넥 등 최소 5개의 기타를 바꾸어 가면서 연주했다.
좌우측에 설치된 스크린은 피아노 건반을 수시로 보여줬다. 엘튼 존 밴드 내에서 사운드도 엘튼존의 피아노가 단연 리드했다. 엘튼존의 피아노는 클래식적 기초가 확실한 유려한 사운드 위에 재즈, 현대음악, 블루스, 리틀 리처드 식의 록앤롤 등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했다. 보통 간주나 곡 후반부에는 다채롭고 즉흥적인-여기서 즉흥적인이란 앨범이나 기존에 알려진 연주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피아노 솔로를 들려주었다.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연주를 보여주었는데...정말 이 인간 속에 멜로디에 대한 아이디어는 끝이 없이 샘 솟는 듯 했다. 이 부분이 melody person 엘튼존을 설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이해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영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능력.
엘튼 존 밴드의 엘튼 존 외 다른 멤버들은 사실, 튀는 그런 연주를 하는 편이 아니었다. 멜로딕한 부분에서는 심볼과 퍼커션의 가벼운 조합으로 분위기를 고조한는데 주력하는 편이었고 기타나 베이스도 과시용 연주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리는 군더더기가 없었고 공연장의 사운드도 깔끔했기에 피아노와 보컬의 멜로디가 부각되었다.
장장 15분에 이어진 Rocket man에서의 연주는 공연 초반의 하일라이트였다. Rocket Ma~~~n을 계속 부르면서 섬세하고 이쁘게 가다가 점증적으로 에너지를 모아가면서 관중을 휘어잡아갔다.
엘튼 존은 곡 하나하나마다 인사와 멘트를 날리는 편이었다. 어떻게 보면 숨돌리는 방법일 수도 있고. 관중의 반응이 좋으면 여지없이 관중석을 향해 오른손으로 권총을 날린다. 역시 영국에서 Sir.는 양키들이나 윤발이 형님처럼 쌍권총을 남발하지 않는 듯 했다.
공연의 중반부는 걸작 발라드 타임이었다. 국내 팬들의 확고한 지지를 등에 업은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 Sacrifice, 엘튼 존 자신도 들을 때마다 소름을 느낀다는 Candle in the wind...
하지만, 공연의 두번째 하일라이트는 예상을 깨고 뒤에 배치된 Funeral for the friends였다. 원곡 자체가 워낙 다이내믹하면서 큰 곡이지만 건반에 기반을 둔 아트록적인 사운드는 실제 공연장에서의 더욱 꼽혔다.
이후 막판은 댄싱 타임. I'm just standing에서 부터 30만원 때문에 얌전한 척한 열혈 코리안들은 혈기를 주체못하고 앞으로 나왔다. 당연히 피차 삘받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 EJ의 곡 중 가장 록적인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 기타리스트와 EJ는 서로 등을 기대어 화끈하게 달렸다. 여기가 공연의 하일라이트. 사실, 삘 받아서 다 일어나려는데...그래서 나도 일어났지만...뒤에 아제가 등을 툭툭 두들기는 것이었다.
만약 좋은 자리에 있으신 분들이 뒤에 있었다면 놀줄 모르는 있으신 분에 대한 적절한 처우로 미간을 살포시 찌그려주면서 눈을 마주치고 1초 지나도 안 깔면 혓바닥을 이에 갔다되면서 번데기 발음 살포시 내줬겠지만. 다 없는 형편에 쪼개온 회사원이기에 걍 앉아줬다. 만약 노래가 Fri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이었다면 아마 원래 시나리오로 갔을 듯. 스크린 옆에서 하늘로 쏘는 조명이 양쪽 세개 씩 6개가 있었는데 그 불빛사이로 비치는 빗줄기는 정말 장관이었다. 트라이포트 딥퍼플 공연 당시 심볼에 반짝이던 빗줄기가 떠올랐다.
그 다음은 온국민의 팝송 Crocodile Rock. 여기서 잠깐. 배철수의 음악캠프 중, 청소년들도 따라하기 좋은 팝송을 소개시켜달라는 시청자 엽서에..철수형님 왈, '팝송이면 다 영어잖아요. 허허...이거 어떡하지...아, 이게있네요.' 하면서 소개시켜준게 바로 Crocodile Rock이었다. 정말 10초 이상 아무나 다 따라부를 수 있는 국민 팝송.
EJ 일단 퇴장. 당연히 앵콜이 예상되었다. 앵콜 때는 파란 추리닝에 검은색 잠자리 선글라스로 바꾸어 입고 나왔다. 사실, 의상은 기대에 비해 너무 약했다. 의상 뿐만이 아니라 비주얼적인 면이 그다지 없는 공연.
앵콜곡은 너무나 신나는 pinball wizard...올해만 공연에서 pinball wizard를 두번 듣는 셈. 두~둥. 이어, 불후의 명곡 Your song. 그리고 퇴장 후 2차 앵콜은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평화를 얘기하자는 그의 멘트처럼 이 때쯤엔 비도 그쳐있었다. 앵콜 중, 관객과 악수를 하기도 하고 Elton John(love)라고 되어있는 팻말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사인을 해서 돌려주며 팬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거기서 본 EJ의 모습은 팝스타의 면모였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공연 끝까지 떨어질 줄 모르는 엘튼 존의 스태미너는 무대에서 팬들과의 호흡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리라.
엘튼 존의 노래에는 사랑이 많다. 사실, 소수자라는 엘튼 존의 성향, 잘못된 결혼, 언론의 공격 등...엘튼 존의 사생활은 순탄한 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20세기 최고 팝스타인 그에게 가장 큰 사랑은 자기 음악을 자기만큼 좋아해주는 수많은 팬들의 존재가 아닐까?
한편으로는 EJ의 솔직담백한 모습의 이면 속에 자본의 영악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연주한 곡 대부분이 베스트+DVD 앨범에서 선곡되었는데 공연장에서 파는 이 앨범은 당빠 날개 돋힌 듯 팔렸다. 공연에서의 선곡마저도 앨범 판매까지 철저하게 고려한 것이었다.
가는 길에 유달리 외제차가 많았다. 아마 30만원 내고 오려면 외제차 정도 몰아야할 듯. 외제차 옆을 지날 때 원래 습관대로 침을 입에 모으고 호주머니 속 동전에 손이 갔으나. 차카게 살자는 신조 땜시 걍 지나갔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Goodbye yellow brick load를 안했다.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도 안했고. 림프비즈킷이 Rollin' , 인큐버스가 Drive안한 것에 이은 한국 내 제일 히트곡 안하는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추측 Setlist
비틀즈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비틀즈 곡명 맞추기로 퀴즈로 내고 그러는데, 엘튼 존의 히트곡도 그에 못지 않을 듯 하다. 좀 한가닥한 팝팬이라면 만점에 근접하게 공연 Setlist의 곡명을 맞출 수도. 공연 끝나고 꾸역꾸역 셋리스트를 맞춰봤는데 대충 다 맞춰가는 모양새를 보니 상당히 뿌듯하다. 물론 풀었다고 다 맞는건 아니겠지만 대학 다닐 때 시험에서 이렇게 문제를 많이 푼 시험은 극히 소수인 듯 하다.
'본 셋리스트는 본사이트의 공식적인 견해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라고 말하면 누가 싫어하시겠죠?
1. The Bitch is Back
2. Bernie and the Jets
3. Levon ?
4. Daniel
5. Someone saved my life tonight
6. Philadelphia freedom
7. Rocket man
8. I guess that's why they call it the blues
9. I want love
10. Tiny Dancer
11. ???
12.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s
13. Sacrifice
14. Candle in the wind
15. Funeral for the friends
16. ***
17. I'm just standing
18.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
19. Crocodile rock
앵콜.1
20. Pinball Wizard
21. Your song
앵콜.2
22.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첫댓글 글 읽기가 넘 힘들어요....ㅠ.ㅜ 암튼 잘 읽었습니다..
제글이 읽기 힘든 이유: 1)원래 뇌구조가 정신 사나운 넘이다 2)DVD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암호-DVD사세요(본업인 영상가전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3)몇몇 정치적 &반사회적인 언행은 자진 삭제해서 문맥이 안맞다
조만간에 엘튼 존 관련해서 네가티브 버전으로 올리겠습니다. 외국에다 노장 뮤지션은 덜 조심스럽게(다시 말해서 대놓고) 공격할 수(다른 말로 까댈 수) 있어서 좋네요.
^^ 현장감넘치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꼐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