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2탄) 도갑사와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
월출산
월남사터를 벗어나 도갑사로 향한다.
그제서야 월출산
기암괴석이 신비의 자태를 드러낸다. 카..... 몇 년 전 백두산에 올랐을 때 운무가
천지를 가려 분개하고 있을때 갑자기 운무가 걷히고 천지가 드러나 그 신비감에
황홀한 적이 있다. 백두산을 7번이나 오르고도 천지를 보지 못한 사람 얘기도
들었다.
난 영암길 5번을 지나치고서야 비로소 월출기암을 보고 말았다.
월출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방의 평야에 우뚝 솟아났기 때문이다. 사방이 평지인데
설악산 울산바위가 하늘에 우뚝 솟았다고 생각해 보라. 63빌딩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여의도가 편편하기 때문이다. 부안의 변산처럼 백두 준령이 바다로 빠지기 전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마지막 용솟음 친 것 같다.
도갑사
꿈의 혁명님의 안내로 쉽게 도갑사에 도착했다. 영암에서 도갑사까지
벚나무 가로수가 좌우에 도열하고 있다. 5월이면 대단하다고 하는데... 원래는
문수사란 절이었는데 '도선국사'가 그 터에 절을 다시 지은 후 도갑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이 절을 세웠으니 얼마나 절묘한 위치에 놓였겠는가?
세조때는 수미왕사가 왕실의 어명을 받들어 966칸에 달하는 당우와 전각과 12개의
암자를 세웠다고하는데 숭유억불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규모의 중창불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도갑사가 불교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6.25 인해 건물은 거의 불타고 해탈문과 석조물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해탈문 (국보 50호)
큰
일주문만큼 비싼 입장료를 내면 해탈문으로 향하는 작은 오솔길을 만난다. 속세의
먼지를 이 숲길에서 털어 내야지. 축선이 위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향해 있어
해탈문에 들어 가려면 직각으로 몸을 틀어야 한다. 이 건물은 주심포와 다포양식이
공존하는 특이한 건물이라는데..왜 두개의 양식이 함께 했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주심포에 익공양식이 가미된 것 외에는...
그래도 맘에 드는 곳이 바로 계단선돌의 태극문양이다. 가운데 난간은 선명한
태극 문양인데 양쪽은 달팽이 문양이다. 불교의 만다라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단도 잘 다듬어졌는데 이는 통일신라시대 것이라고 한다. 해탈문은 원래
사천왕문이었겠지만 지금은 좌우에 금강역사상이 모셔져 있다.
도갑사 경내
해탈문을 들어서면 널직한 절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서있다. 숙종 때 만들어졌다는 석조만 봐도 이 절의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5층석탑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2002년 2월 월출산 용암사지 동탑에서 출토된
부처님 사리 32과중 7과를 새로 봉안하고, 1998년 발굴과정에서 출토된 부재로 복원하여
현재 대웅전 정면에 서 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용두를 가진 수미왕사비를
둘러보고 미륵전으로 향한다.
미륵전
(보물 89호)
맑은 물줄기를 따라 산으로 오르면 좌측에 미륵전이 나타난다. 전각
안에는 돌로 된 석가여래좌상이 항마촉지인을 하고 앉아 계신다. 석가여래는 대웅전에
모시는데 조선후기에는 주존불과 건물의 이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도지역은
부처님의 교리보다는 세상을 구원하는 미륵이 최고라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화순의 운주사도 미륵신앙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석가여래상은 표정은 담담하지만 비례감이 좋다. 광배까지
합치면 높이가 3미터나 된다. 광배엔 불상이 3구씩 새겨져 있다.
도선국사비

미륵전을 내려와 등산로로 향하면 도선국사비가 나온다.
처음 보는 순간 그 규모와 율동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튼 거북의 생동감에 그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용의 이빨과 여의주, 눈매와 콧구멍까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단단한
등껍질과 무시무시한 발톱이 월출산을 꽉 누르고 있다. 대리석으로 된 비신 측면에도
구름 사이로 여의주를 쫓아 올라가는 용 문양이 꿈틀거린다.
석물이 워낙 보존상태가 좋아 근래에 만든 것이 줄 알았더니
효종 4년때 만들어진 것이란다. 제작기간만 무려 17년이나 걸렸다니 도선국사에 대한
석공의 정성에 머리를 숙일 따름이다. 전체 높이 4.8 미터
도선국사비 옆에 있는 부도밭을 한적하게 거닐며 도갑사를
내려온다. 푸짐하고 맛깔스런 남도음식의 진수를 꿈의 혁명님과 함께 했다.
우항리 공룡화석지

정수를 위해 공룡 발자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해남을 거치지 않고
샛길로 가는 코스가 있다. 그래도 멀다. 초입에는 무시무시한 공룡 모형이 우릴 환영한다.
환영을 무색하게도 정수는 무섭다고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쥬라기 공원이 생각났을까?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공룡화석지가
나온다. 아쉽게도 너무 늦게 도착하여 문이 닫혔다. 자료사진에는 야외에 있기 때문에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요 근래 한창 보호각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입장 시간이 넘어서면 두툼한 자물쇠로 채워버린다.
고성 상족암처럼 그냥 내버려 두지...왜 이렇게 답답한 보호각을
두르는 공사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공룡이 거니는 하늘을 봐야 그 크기를 상상할
수 있을 텐데.... 그 나마 창문 틈으로 공룡 발자국을 어렴풋이 확인 할 수 있었다.
"정수야..저
발자국 보여.."
"보여.."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곳엔 9천만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익룡, 공룡, 새발자국
화석이 한 지역에 발견되는 유일한 곳이란다. 공룡화석지로서 뿐만 아니라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난 퇴적지로도 이름이 나있다. 지질연대가 비교적 젊고 이곳의 퇴적 암층은
깊이 4백m나 된 상태에서 그 후 별다른 지각변동이 없어 당시의 지질 모습과 화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는법
우선 해남까지 가서 18번 국도를 타고 가면 좌측에 '우항리 공룡화석' 이라는
푯말이 있다.
군내버스가 없기 때문에 해남에서 택시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소요시간
20분)...현지에 계신 분이 오늘 (7/29) 말씀을 주셨는데.. 진도, 목포, 화원등지에서 버스를 타고 '남리'에 내려서 걸어 들어 가면 된다고 합니다.
남도에서 하루밤
남도에 와서 땅끝을 둘러보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땅끝의 숙박시설은 값이
비싸고 시설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송지해수욕장 못가서 모텔에 투숙했다.(3만원)
반도 끝에 서서 밤바다를 보며 깊은 상념에 젖어본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에 와
닿는다.
벌써 골아 떨어진 정수의 볼에 살포시 뽀뽀를 해주며 오늘 하루를 접어본다.
* 지난 여행기: 남해여행 1편(강진
무위사-강진차밭-월남사지) 이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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