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잘 다녀오고? 이번 주말 강원도에서 열리는 문학축전에는 가야지?"
"글쎄."
"추석연휴도 끝나고 했으니까 여행 삼아 한번 다녀오자니깐. 가서 진폐환자들과 실향민들 마음도 달래주고, 벌어진 밤송이 같은 시도 몇 편 줍자니깐."
"그럴까?"
바쁘다. 한가위 짧은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휴대폰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이번 주말(20~21일)에 여는 '태백문학축전'과 '속초 아바이문학축전'에 함께 가자는 전화다. '그럴까?'라며 어정쩡한 대답을 한다. 9월 들어 추석을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가 주말마다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학평화포럼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지난 9월6일(토)부터 7일(일)까지 '소안도문학축전'과 '마라도문학축전'을 잇따라 열었다. 그리고 추석연휴를 건너뛰자마자 또다시 2개의 큰 행사를 숨 가쁘게 이어가고 있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문학예술인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다하겠다는 투다.
이번 행사는 20일(토) 아침 9시 서울 사당역(4번 출구) S오일주유소 앞에 모여 태백 황지로 출발, 황지연못 야외무대에서 '태백문학축전'을 연다. 이어 21일(일) 오전 11시에는 속초 아바이마을 갯배 타는 곳으로 옮겨 <가을동화> 촬영지를 둘러보고, 갯배 체험을 한 뒤 청호새마을금고 강당에 모여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을 펼친다.
강원도 속내 문학예술 혼으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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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 아바이마을 문학축전 포스터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이번 주말에 열리는 제6회 태백문학축전(9월20일)과 제7회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9월21일) 외에도 세 차례 더 문학축전을 열 계획이다 |
ⓒ 한국문학평화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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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문학축전'은 산업화시대 탄광 노동자로 일하다 진폐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광부들의 삶을 위무하기 위한 행사이며,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은 함경도 실향민 집단 거주지인 아바이마을 지역주민들을 위무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강원지역의 속내를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인사말' 몇 토막
한낮에는 한여름 못지않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저만치 산과 들녘에는 가을빛이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하늘은 더없이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 가을을 맞아 문학예술계에서도 알찬 결실을 거두려는 손놀림 발놀림이 점점 바빠지고 있다. 그중 한국문학평화포럼이 9월 들어 네 차례나 열고 있는 행사가 가장 눈에 띈다.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김영현)은 올해 <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8>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지금까지 모두 5차례 문학축전을 잇따라 열었다. 지난 7월13일 안성 새터민문학축전과 안산 이주노동자문학축전을 시작으로 태안문학축전(7월26일), 소안도문학축전(9월6일), 마라도문학축전(9월7일)까지 꼼꼼하게 치러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이번 주말에 열리는 제6회 태백문학축전(9월20일)과 제7회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9월21일) 외에도 세 차례 더 문학축전을 열 계획이다. 강화 외포리문학축전(10월18일)과 여순문학축전(10월25일), 해남문학축전(11월2일)이 그것. 행사 주최는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다.
황지연못에서 진폐환자 어루만지다
20일(토) 오후 3시, 강원 태백시 황지연못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제6회 태백문학축전은 강원도 정선 출신 소설가 강기희 사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 사무총장 연출로 진행된다. 이 자리에는 서울과 강원지역 문화예술인 50여명과 진폐환자,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함께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학평화포럼 임효림(시인) 부회장의 인사말 및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주응환 회장이 나와 진폐환자들의 실상과 이에 따른 정부의 발빠른 지원대책을 촉구하는 '현장의 목소리', 진폐환자들을 위로하는 시인 맹문재 서승현 정연수 성희직 정수자 박무봉 정용국의 시낭송이 울려 퍼진다.
1시간30분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의 꽃은 산업화의 역군으로 일하다 진폐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광부들의 삶을 형상화한 자작시 낭송이다. 특히 광부 출신으로 지금 한국진폐재해자협회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성희직 시인과 광부의 딸인 서승현 시인, 광부의 아들인 맹문재 시인이 읽는 시는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판다.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김기인 교수가 지도하는 '김기인과 스스로춤모임' 소속 장경민 박성율 정혜미 최성희 전지예가 나와 너훌너훌 추는 현대춤도 탄광촌의 실상을 엿보게 한다. 이와 함께 바리톤 성악가 박선욱 시인이 구성지게 부르는 가곡, 가수 인디언수니가 부르는 노래가 진폐증에 걸린 태백하늘로 아프게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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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배 속초의 명물인 갯배. 아바이 마을에서 도심으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
ⓒ 한국문학평화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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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 제7회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
1.4후퇴 때 함경도 사람들이 국군을 따라 내려왔다가 철조망이 가로막혀 지금까지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실향민들의 한이 서려 있는 마을 속초 아바이.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아바이마을 사람들의 통일을 향한 꿈을 심어줄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이 열린다.
21일(일) 오후 3시부터 청호새마을금고 3층 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서울과 강원지역 문화예술인 50여 명과 아바이마을 주민, 청소년 등 약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한다. 이와 함께 식전행사로 아바이마을을 주제로 오랫동안 사진작업을 해온 엄상빈 사진작가(전 강원민예총 지회장)의 '청호동 아바이마을 DVD 사진전'도 선보인다.
소설가 강기희의 사회로 열리는 본 행사에는 한국문학평화포럼 임효림(시인) 부회장의 인사말 및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아바이마을 1세대 노인회장이 나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속초로 피난 오는 과정과 아바이마을에 뿌리내리기까지 겪은 삶의 몸부림을 눈물로 더듬는다.
이번 행사의 꼭지점은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을 담은 자작시 낭송이다. 특히 이 지역 출신이자 이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상국 시인이 읊는 남북통일 염원 자작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핑 돌게 한다. 이와 함께 지영희 김창균 나해철 윤일균 정토 시인의 통일시, 이종득 소설가의 속초를 배경으로 한 소설 한 대목이 북녘바다를 향해 울려 퍼진다.
1시간30분 동안 열리는 축전 사이 사이 곁들이는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김기인 교수가 지도하는 '김기인과 스스로춤모임'의 통일 염원이 담긴 현대춤과 수원 버드내무용단의 전통춤, 바리톤 성악가 박선욱 시인의 가곡, 가수 인디언수니의 노래도 문학축전의 지루함을 툭툭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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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동화 촬영지 가을동화 촬영지인 은서네 집. 아바이 마을은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
ⓒ 한국문학평화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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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땅, 멍에 안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한국문학평화포럼 김영현 회장은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산과 산굽이를 흐르는 기기묘묘한 바위와 계곡, 끝없는 수평선을 거머쥐고 있는 강원도는 한국전쟁과 산업화에 희생당한 땅"이라고 설명한다. 김 회장은 "우리 문학예술인은 이러한 상처 입은 땅,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는 서울에서 약 5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강원도 태백과 속초를 찾아 기조강연, 시낭송, 노래, 춤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제 형식"이라고 말한다. 이 총장은 "특히 강원지역에서 전국 규모의 문학예술행사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문단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 '모심' '평화'라는 화두를 들고 상처 입은 한반도 곳곳을 찾아다니며 끝없는 만행을 하고 있는 문학예술인들. 이들의 힘겹고도 지리한 만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국통일이 이루어지고, 삼라만상을 부모님처럼 떠받들고, 지구촌 곳곳에 끝없는 평화가 깃드는 그날이 되면 이들의 만행이 사리가 되어 찬란한 빛을 뿜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