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발재를 넘다
충주 CC 관광 대표님과 함께 보발재를 넘었다. 조금 늦은 시기이긴 했지만, 여전히 단풍은 절정에 가까웠다. 매스컴에서 여러 차례 소개된 덕분인지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불편함 없이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었다.
올해도 단풍 여행을 계획만 세우고 지나가는가 싶었지만, 비록 늦었을지라도 이렇게 여행을 나오게 되었다. 사실 오늘의 목적은 여행이라기보다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조금 더 일찍 내려온 김에 시간을 내어 자연을 마주해 보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마도 오늘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단풍 여행이 될 것 같다.
아침 일찍 서둘러 움직이면 이동 거리가 훨씬 넓어진다. 용인에서 충주로, 충주에서 다시 단양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조금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속에 ‘유람’이라는 단어 하나 품고 길 위에 서니 피로는 쉽게 따라붙지 않았다. 아름다운 산하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이었다.
보발재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단풍길로 유명하다. 해발 540m의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고드너미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약 3㎞의 도로변을 따라 붉고 노란빛이 층층이 펼쳐지는 풍경은 소백산의 완만한 산세와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감성을 깊이 흔든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보발재의 단풍과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진작가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오전에 도착했다면 빛이 더 좋아 좋았을 텐데, 오후가 되니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사진의 반이 어둠 속으로 잘려 나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후의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전망대에 서니 오히려 그런 대비가 계절의 깊이를 더해주는 듯했다. 단풍의 절정은 조금 지나 있었지만, 빛과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더 담담하고 성숙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찾은 이 길이 그래서인지 더 조용하고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나온 시간과 남은 시간을 한 번에 바라보게 되는 순간, 자연은 늘 그렇듯 말없이 마음을 감싸 안아주었다. 언젠가 또 이 계절의 색을 찾아 돌아오겠지만, 오늘 보발재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 깊은 곳에 머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