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김대중 씨를 회고하는 한승헌 씨 글이 올라왔다.
한승헌 씨 큰아들 한규면은 1987년 무렵 자주 어울렸는데 90년대 중반부터 소원해져 지금은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또 한승헌 씨는 1993년경 내 소송을 대리한 적이 있어 이래저래 안면이 여러 차례 있는 분이다.
한승헌 1050
김대중 1105
10-11-01로 넘어가는 관계에 있다. 10/50은 겨울코드 쪽으로 흐르는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G11, 12, 01를 다 갖고 있는 김대중 씨가 썩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거의 무한한 애정을 갖고 김대중에 대한 회고를 하고 있다.
여기서 "원고 직접 쓰는 완벽주의"라고 김대중 씨를 평한 글은 <하>편이다. 1105의 성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이 부분이다.
1105는 자신이 똑똑하든 그렇지 않든 본인이 직접 이해가 되는 글이어야 자신의 글로 삼지 남이 써준 대로 가진 않는다.
전에 0445의 부탁으로 내가 후배를 소개해, 이 후배가 0445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살을 붙여 갖다주자 그는 컴퓨터 화면으로 대충 훑어 보더니 출판사로 보내버렸다. 난 그때 너무 놀라서 이러고도 작가를 자처하나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뒤 세상에는 태연하게 대필하여 출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군대 생활을 하다보면 이따금 연애편지를 써달라고 하는 상급자들이 있는데 그때 보면 아무렇게나 써준대로 부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꼼꼼하게 읽어보고 무슨 말 좀 더 해달라, 이 말은 좀 어떻다 하고 따지는 놈이 있었다. 그게 다 성격이다.(여기서 '놈'이라고 적은 건 내가 대학원 졸업하고 군에 간 터라 죄다 서너 살 어린 아이들이라서 옛날 생각나 적은 것일 뿐 다른 뜻 없음)
1040인 노무현 씨도 자신의 연설문을 직접 쓰기로 유명한데, 그는 자기보다 더 말 잘하는 사람, 더 논리적인 사람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쨌든 우리 아버지도 1105라서 김대중 씨와 성격이 비슷한데, 김대중 씨는 정치지도자를 하면서 지식을 익히고 배웠을 뿐이고, 우리 아버지는 빈농으로 공부를 못했을 뿐 글에 대한 태도는 똑같다.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비뚤거릴지라도 언제나 직접 썼다. 모든 자료를 노트에 적어 놓고, 서랍이 수십 개 달려 있는 장을 머리맡에 놓고 거기에 덕지덕지 이름을 적어놓고 물건을 간수했다. 자식들 통지표, 상장, 병원약봉투 같은 건 거의 다 아버지가 모았다. 0660인 어머니는 뭐든 한번 쓰고나면 쓰레기로 버리기 때문에 모으는 법이 없다. 오래 전에 쓴 빈 약병, 빈 약상자 모으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충돌하였다. 어머니는 수십 년생 은행나무도 밭에 그늘지게 한다며 하루아침에 베어버리는 분이다. 제발 그런 큰 사고를 칠 때는 자식들에게 물어보고나서 하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버지는 병상에서 사람들이 위문금을 주면 봉투에 아무개, 며칠, 금액 따위를 다 적어 따로 보관했다. 아버지 계실 때는 농기구 하나 비뚤어지게 걸어놓거나 함부로 뉘어 놓으면 난리가 났다. 1045인 나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면 되지 날이 왜 왼쪽으로 나란하게 있어야 하느냐고 따지곤 했지만, 그래서 가장 많이 혼났지만 아버지는 그래야만 마음이 편했다.
한편 한승헌 씨는 1050으로서 유머에도 남다른 재능이 있는 모양이다. 예를 들자면 노벨상시상식에서 조수미 씨가 노래를 하다 김대중 씨를 발견하고 다가가 포옹을 하자 "조수미가 햇볕정책을 포옹정책으로 잘못 알아들은 모양." 이라는 식으로 농담을 하는 것이다. 이런 농담은 G10다운 것이다. 또 김대중 씨가 노벨상 받는 것에 대해 "스웨덴은 날씨가 흐려 햇볕(햇볕정책을 말함)이 그리웠던 모양"이라는 농담 같은 것도 그런 류다.
하여튼 아래 <기사보기>를 보면 한 변호사의 유머가 몇 개 실려 있다. 또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기행>이라는 책이 있다.(다른 1050도 유머를 잘 할까? 0160이 댓글 달아줄 겁니다.ㅋㅋㅋ)
* 옥의 티 : 김대중 씨가 정치를 하면서 인재를 찾을 때는 꼭 고향을 물어 발탁하는데 한승헌 씨도 그런 유형이다. 전북 진안 출신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핍박이 심해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동향 사람을 찾은 것이긴 하지만 이런 습관이 결국 오늘날 민주당의 약화를 불러왔다. 김대중 씨 성격이 안전희구형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도 어지간히 사람을 믿지 않았다.
<기사보기 / 한승헌의 회상 인간 김대중(상)>
<기사보기 / 한승헌의 회상 인간 김대중(중)
<기사보기 / 한승헌의 회상 인간 김대중(하)
<한승헌 변호사 자세히 알기>
첫댓글 1050 의 유머~!! 커피에 비유하면 진하게 농축된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 랄까요? 개운하면서 쓰고 진한 뒷 맛*^^* 언젠가 아들 학교 갈 때 김밥 싸 줬더니 "자! 계모표 김밥이다.!" 라더군요.ㅋㅋ 성함이 "아 "모모씨"라는 분을 친 형님 이상으로 존경하고 따르는데..(공교롭게1105코드) 어떨땐 "아군~아군~!!하고 불러대면 듣는 아군 기막혀 하며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