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주시민의 날 기념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부문
<대상>
하루
박소현(근화여중 3-6)
하루라는 단어는 박하사탕같은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부드러운 느낌과 상쾌한 느낌을 함께 가져다 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단어를 보고 있어도 한 문장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는 전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끝내야 하는 일을 다 끝내지 못한다거나 즐거운 순간이 아쉽게 지나가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지? 하루가 1분 같이 느껴져."라고 말하곤 한다. 또한 하루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날 때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느냐고 비난을 받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밉상스럽게 변덕부리는 '하루'지만 우리는 이런 '하루' 속에서 기쁨을 얻어 즐거워지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며 성숙해 가기도 한다. 분명 하루는 기쁠 때는 짧고 슬플 때는 긴 시간이다. 모두들 '하루'의 이 면을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하루'의 진정한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쁠 때는 빨리 가서 사람들 마음을 촉박하게 하여 더 기쁘고 즐거운 일들을 서둘러 많이 보라고, 느긋하게 가면 사람들이 오히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늑장부리기 때문에 결국 그런 것들을 많이 못 느낀다는 것을 알고 욕을 먹으면서까지 빨리 간다. 그리고 슬플 때는 느리게 가서 슬픔을 더 깊이 느끼면서 더더욱 성숙하도록 하게 하는 그런 뜻을 담고 느리게 간다. 그러니 우리는 '하루'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실제 '하루'를 살아갈 때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최우수상>
하루
이승혜(서라벌여중 1-8)
오늘 아침에 전 대통령 사망소식이 뉴스특보로 나왔다. 가족들이 모두 놀라 한참을 TV 앞에서 얼음이 되었었다. 여러가지 힘든 일로 마음 고생을 하다가 결국 자살을 하신 것 같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어릴 때 친구들 꿈이 대통령인 아이도 있었는데... 큰 일을 하셨고 꿈도 이루셨는데 왜 자살을 하셨는지, 왜 지금의 하루를 져버리신 것인지 난 아직 의문이다. 중학생이 되고 보니,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하루가 너무 바쁘다. 하는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그래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책상 앞에 써 놓은 나의 목표를 읽어 보지만 지치는 마음을 일으키기엔 부족할 때도 많다.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 모습이 결정된다는 말을 열심히 되뇌이며 최선을 다 해보려 노력을 한다. 초등학생인 내 고종사촌이 친할머니와 함께 사는데, 하루는 친할머니 보고 "할머니 나 커서 할머니처럼 살래요"라고 했다고 해서 많이 웃은 적이 있다. 이해한다. 할머니는 공부도 안하셔도 되고, 노래 부르고, 운동 다니시고, 낮잠 주무시고 하니, 얼마나 편해 보였겠는가. 나도 그러고 싶을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난 나를 이기며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한 일이 있다. TV에서 암 선고 받고 투병하던 내 또래 친구가 결국은 죽는 것을 보고 너무 가여워서 많이 운 적이 있다. 많이 충격을 받았고, 건강한 몸으로 오늘을 채워 나갈 수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깊이 느꼈다. 그래서 조금 힘들어도, 조금 잠이 와도 나를 이기며 오늘을 멋지게 보내려 난 오늘도 나를 채찍질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라는 노자의 말씀처럼 애를 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편히 쉬세요.
<우수상> 하루
이 선 (근화여중 3-4)
'째깍째깍'요동치는 시계 소리에 놀라 무거운 눈꺼풀을 살며시 뜨면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 학교 갈 준비를 서둘러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노라하면 변함없이 나를 반기는 버스가 찾아온다. 버스를 타고 버스 바깥 풍경을 보고 있자하면 여러 사람들의 바쁜 일상생활을 볼 수 있다. 시장아줌마들의 왁자지껄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나하면 학교갈 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땀을 뻘뻘 흘리는 학생들도, 매번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는 사회인들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스쿠터를 쌩쌩타고 출근하시는 한문선생님도 이 버스 유리창 한 면에 전부 비춰진다. 그 유리찬 한 면으로 보이는 세상을 보면 나는 이유없이 살아가는 저 사회인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나는 내 삶의 하루가 얼마나 보잘것 없고 뜻없이 흘러 가는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서 공부하는게 다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항상 지루해하고 항상 지쳐 있었다. 버스 바깥 세상의 사람들은 이 삶의 하루가 힘겹고 살려고 아둥바둥 일지라도 열심히 살아 갈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난 그 사람들 틈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료하게 지내왔다. 하지만 그들을 보며 나는 열심히 살아가고 목표가 있다면 이 삶이 더욱 재미나지 않을까? 그리고 더욱 더 이 삶이 가치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아온 거 같다. 병에 걸려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고 아픔을 견딘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나는 하루를 헛되이 보내고 하루가 빨리 갔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해 보았다. 하지만 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조금 더 살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나는 모른채 뜻없이 지루하게 살아왔다. 이제부터는 그들을 위해 뜻있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우수상>
하루
이시은 (경주여중 2-6)
"따르르릉 따르르릉" 요란하게 울어대는 알람시계의 성화에 못 이겨 오늘도 비몽사몽 하루를 시작한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다 문득 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다린던 놀토!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 따분한 학교, 지겨운 일주일의 활력소가 되는 오늘은 나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만민이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듯하다. 이렇게 행복한 오늘인데 한반도 한 켠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어느 기사에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한 것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보도되었다. 계속되는 경찰조사와 심문,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써 그리고 또 한 사람으로써 국민과 지인들에게 부끄러움과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거라 생각된다. 오늘 하루 나에겐 행복으로 시작되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자살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또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때에도 어느 한 켠에서는 한 독거노인이 신음소리를 내며 죽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는 짧은 이 하루속에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공존해서 나타난다. 또 행복에 젖어있는 이와 끝도 없는 고통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행복이 또 이 잠깐의 고역이 지속되는 것만은 아니므로 오늘 이 하루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래에 투자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말의 뜻을 깨닫고 가끔은 푸른 하늘도 흐린 하늘도 바라봐 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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