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스터디와 커버
공연에서 주연 배우들과 같이 연습은 하지만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미성숙 된 배우가 언더스터디(Understudy)입니다.
커버(Cover)는 해당작품에서 주역을 맡은 배우가 만약의 사태로 공연이 불가능한 경우 대타로 그 역을 맡는 배우를 말합니다.
늘 각광받는 주역이나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누구나 주역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주역이 좋은 것 같지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조역이 더 맞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오너 사장이 겉보기에 돈도 많이 벌고 제 마음대로 경영을 할 수 있어 좋은것 같지만 회사가 잘못되면 부도가 날 수도 있고 늘 회사의 존립이나 발전에 대해 자기 위험 부담을 안고 긴장해야 합니다. 반면에 직원들은 비록 월급을 받고 일을 하고 때로는 아니꼬운 대우나 지시를 받아도 참고 일을 해야 하며 언제 해고 될지 모르는 단점이 있지만 사장만큼은 위험 부담이 없는 것입니다.
동호회를 운영하다 보면 회장이 그 회의 얼굴이 되지만 회장 혼자 일을 감당하기에는 벅찰 때가 많습니다. 시간적으로도 모자랄 수도 있고 따르는 사람들의 성향이 달라 다른 사람이 하면 효과가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회장이나 운영위원이라는 자리를 두고 언더스터디나 커버의 역할을 하게 합니다.
공연이나 동호회나 주연배우와 회장이 없다면 언더스터디나 커버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부득이한 경우 그렇게 되는 것이지 주연배우나 회장을 무리하게 몰아내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반대의 경우 주연배우나 회장이 언더스터디나 커버에게 자발적으로 기회를 줬을 경우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그 그늘에 안주하거나 가려져 있을 수는 없으며 때가 되면 맡아야 합니다.
큰 공연에서는 주역에 대비하여 당연히 더블 캐스팅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3명, 4명까지도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공연이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그렇지만 며칠 계속되면 혼자 감당하기에도 힘들지만 주역이 누구냐에 따라 관객 선호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동호회 운영도 그래서 행사마다 회장 말고도 책임자를 따로 두고 해보면 색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언더스터디나 커버의 자질을 배양해주거나 기회를 줘 보는 것입니다.
언더스터디나 커버 역할로 부회장을 보통 1명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것도 사실 고정관념입니다. 부회장은 2명일수도 있고 그보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모 명문 경영대학원의 임원진을 보니 회장은 1명인데 부회장은 무려 20여명이 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내는데 도움도 되고 임기가 끝난 후 감사패를 줄 때도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나고 나면 다 부질 없는 일에 집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역이면 어떻고 조역이면 어떻습니까. 회장이면 어떻고 부회장이면 어떻습니까. 차라리 부회장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책임도 없고 명예는 회장보다는 못하지만 그만하면 내 세울 만하기 때문입니다. 중간 관리자나 말단직원이더라도 욕심을 줄이고 그 한도 내에서 행복을 가꾸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주역도 싫고 언더스터디나 커버도 다 싫고 그저 관객의 입장이 마음 편합니다. 그걸 모르고 쓸데없이 전면에서 아등바등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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