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392. 갈아 심길르 서두르지 말 것
배롱나무(백일홍)는 추위에 약하므로, 갈아심는(분갈이) 작업은 기온이 충분하게 오른 4월 중순경에 실시하여야 한다.
가을에도 갈아 심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분토가 얼어 붙지 않도록 실내나 비닐하우스 속에서 보호해 줄 것을 잊지 말 것이다.
한편 가지가 왕성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뿌리의 신장하는 속도가 빨라서 1년이면 분 속 뿌리가 가득히 차 버린다. 나무를 크게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해마다 분갈이를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러나, 꽃을 제대로 피우기 위해서는 분갈이를 4년에 한 번 꼴로 늦추어 주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뿌리가 분 속 가득히 차면 나무가 약간 쇠약해 지는 경향이 생겨나 꽃눈이 형성되는 상태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393. 봄에 자란 가지를 그냥 키우지 말 것
배롱나무(목백일홍. 백일홍)의 결점은 가지가 지나치도록 길게 자라난다는 점이다.
마구 자라나는 것을 방지하고 잔 가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5월 중에 가지의 밑부분을 2~3cm만 남겨두고서 결단성 있게 잘라 버려야 한다.
이렇게 해주면 그 밑둥 자리로부터 여러 개의 눈이 자라나와 그 끝에서 꽃이 피어난다. 도장지를 그대로 방임해 두지 말고 큰 마음 먹고 잘라 주어야만 가지가 짧아지고 잔 가지도 보기 좋게 무성하여져서 관상가치가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5월 중의 시기를 놓쳐 가지치기를 해주지 못했던 것은 여름 꽃이 끝난 뒤 (8월중순)이후에 가지치기를 실시해 주면 가을까지에는 잔 가지가 생겨나 그 끝에 꽃이 피어나게 된다. 단, 이러한 방법을 취할 것 같으면 가지의 충실도가 좋지 못하게 되므로 배양 중에 있는 묘목에는 적용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394. 잎이 희어지면 병, 검어지면 해충이다.
잎이 흰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변하면 흰가루병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다. 심해지면 잎이 오그라든다.
흰가루병은 어느 나무에서든 습도가 높고 바람이 잘 닿지 않을 때에 잘 발생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지와 잎이 너무 엉키고 우거지지 않게 해야 하며 햇볕이 잘 닿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벤레이트나 카라센 등의 살균제를 뿌려 주어야 한다.
한편 잎이 꺼멓게 더렵혀지는 것은 개각충이나 진딧물 등의 해충이 기생하여 그 분비물이 양식원으로 되어져 그을음병이 퍼져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해충을 구제하면 그을름병이 저절로 소멸되는 것이다.
그을음병은 직접 잎을 말라 죽게 하는 등의 피해는 주지 않으나, 잎 표면에 끼먼 피막을 입혀줌으로써 동화작용과 호흡작용을 방해하게 된다.
395. 씨뿌림 묘는 분재에 적합지 않다.
씨뿌림으로 키운 묘목을 꽃피기 까지 햇수가 걸린다는 점과 줄기가 굵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분재로서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배롱나무를 씨뿌림으로 가꾸어 보면 변이(變異)가 꽤 생기므로 새로운 품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꺾꽂이로 키운 나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치솟음의 아름다움과 가지의 자연스러움 등의 장점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가꾸어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큰 매력이 된다.
꽃이 피고난 뒤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열매를 맺는다. 가을이 되면 성숙되어 열매가 갈라지면서 씨가 쏟아진다. 씨가 쏟아지기 전에 채종하여 바로 씨뿌림 하거나 또는 갈무리를 해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뿌린다. 부드러운 모래흙에 심는다.
396. 초심자(初心者)는 취목으로 묘를 얻어라.
배롱나무의 취목은 처음 시도해 보는 사람이라도 거의 모두 성공할 정도로 매우 쉽다.
5월 상순, 중순경에 취목해야 할 부분의 껍질을 2~3cm 정도 너비로 돌아가면서 완전히 벗겨 낸다. 이 자리에 물을 충분히 흡수시킨 이끼를 감아주어 말라 붙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 주면, 약 1개월 뒤에는 뿌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물주기를 계속 충분히 줄 수 없을 때는 둘러싼 이끼덩이에 비닐을 싸고 노끈으로 묶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끼 둘레에 여러 가닥의 흰 뿌리가 돋아 나와서 어느 정도 실해지면 어미나무로부터 잘라내어 분에 올려 준다. 단, 한창 무더운 계절에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취목한 후 1~2년 동안은 꽃을 볼 수 없으나 뿌리가 실해지면 다시 꽃피기 시작한다.
397. 분재용으로 일세(一歲)배롱나무를 쓸 것
일세(一歲)배롱나무는 꺾꽂이를 한 이듬해에 벌써 꽃을 피우므로 인기가 높다. 오늘날 꽃가게에서는 대개 이 계통의 배롱나무를 자주 볼 수 있다.
키가 작고 꽃이 잘 피기 때문에 소품분재로도 가장 적합한 품종이다.
물론 정원수로 심어져 있는 것도 분재로 꾸밀 수가 있다.
지금까지 가장 흔히 가꾸어 지고 있는 것은 분홍빛 꽃이 피는 배롱나무로서 가장 친근감이 깊은 종류이며 성질이 든든해서 가꾸기가 쉬운 나무이다. 흰 꽃이 피는 종류도 있으나 수형을 꾸미기가 어려운 탓이지 별로 분재로 꾸며진 것을 볼 수 없다.
모두 꺾꽂이와 취목으로 쉽게 증식할 수 있으며, 특히 꺾꽂이는 거의 일년 내내 실시할 수 있고 발근을 좋으니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