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생계는, 아내가 해결을 한다. 나는 집에 있고,있고, 아내가 출근을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지는 잘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당분간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를아내를 '바깥 부인'이라고 부르고, 나는 '집 남편'이라고 불린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티저에서, 고두심이고두심이 "제발 집 사람이라고 좀 부르지마.."라는 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글쎄, 요즘은 내가 집에 있으니까, 내가 집 사람인 셈이다.셈이다.
나도 10년 가까이 출근을 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어떻게 그 긴 시간들을 출근하면서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남들도 그렇지만, 나도 참참 출근 죽도록 싫었었다. 가끔 나가기 싫으면, 월차 쓰고 그냥 개기는 짓도짓도 종종 했다. 어떤 사람들은, 출근이 재밌다고도 하는데, 나는 영 재미가 없었다.없었다. 아마 출근만 그렇게 빡빡하게 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그냥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정년을 맞고,맞고, 선배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공단 출신 이사장도 되고, 뭐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르지만.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출근이 죽도록 싫었다. 죽도록 일하는 것은 참고 일해도, 죽어라고죽어라고 출근하는 것은 정말 참기가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일은일은 정말 나도 죽도록 했던 것 같다. 미련할 정도로 일을 했었는데, 도대체도대체 나한테 뭐가 남나, 그런 회의가 가끔 들었다.
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게 참 덧 없다. 한평생, 도대체 뭘 남길려고 그렇게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 내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은, 세상 모두가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게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렇다. 내가 확인한확인한 바로는, 이렇게 이상하게 사는 나라는 OECD 국가에서, 한국과 일본 밖에 없는없는 것 같다.
프랑스는 공공기관이 10시에 문을 열고,열고, 12시면 칼 같이 점심시간이다. 2시에 문 열고, 4시면 다시 닫는다. 그러면그러면 망할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 보다 2배나 잘 산다. 스위스는 더더 하다. 쮜리히에, 다섯 시 넘으면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기 시작한다. 6시면,6시면, 슈퍼도 문을 닫고, 7시면 동네 구멍가게까지 싹 닫는다. 술이라도 한 잔잔 마실량이면, 정말 부지런하게 낮에 슈퍼에 가지 않으면 정말 답 없다.
유럽의 지방으로 가면, 정말 답 안 나온다. 몇몇 달 살았던 그르노블, 그곳도 동계 올림픽으로 유명해진 곳인데. 금요일 오후에 담배담배 떨어지면, 월요일날 다시 문 열 때까지, 정말 담배 살 곳도 없다.없다. 이 지역이 그 시절에, 파리보다 지역 소득이 더 높았다. 알프스 자락에자락에 있는 조그만 공업 도시인데, IBM 공장이 여기에 있었다.
열심히 출근하고, 일 열심히 하면 잘 산다?
그런 일은 통계적으로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쮜리히에 있는 어느 공장에 가본 적이 있다. 열 두시에 노동자들이 전부전부 나오는데, 집으로 가서 점심 먹으려고 가는 길이다.
노르웨이는 더 환상적이다. 노르웨이 부부 한 집을 아주 잘 아는데... 작년에작년에 노회찬 대표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같이 식사했던, 바로 그 부부다.부부다.
(언젠가, 나이 먹으면 이 부부의 애절한 사랑사랑 애기를 한 번쯤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 애절한 사랑은, 아직도아직도 진행 중이다...)
학교 선생이든, 공장 노동자든, 아침 밥밥 집에서 먹고, 점심도 집에서 먹고, 저녁은 다들 집으로 와서, 왕창 먹는다.먹는다.
집에서 점심 밥 먹지 않는, 한국 사람들,사람들, 일본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러구 사느냐고, 이해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종종종종 한다. 그러면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아주 못살아야 하는데, 1인당 국민 소득이소득이 9만불이 넘는다.
이런 나라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주아주 잘 노는데, 이 사람들 노는 게 우리 식으로 보면, 노는 것도것도 아닌 아주 재미없는 일들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점심 밥 먹는 걸 아주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이, 정치적으로정치적으로 좌경화된 국가라는 점이다. 사르코지를 가끔 이명박과 비교하는데, 택도 아니다. 우리나라 식으로식으로 보면, 가끔 말 뽐새 없이 하는 것만 빼면 사르코지의 진짜 정책들이정책들이 우리 식으로 치면 민주당과 진보신당 중간 정도 된다.
노르웨이나 스위스 혹은 프랑스의 초등학교 교사들의 일반적인 상식은, 한국으로 치면치면 극좌파들이다. 뭐 특별히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사민주의 만세를 외치지는외치지는 않지만, 그냥 상식이 거의 우리나라 극좌파 수준이다.
내가 도저히 출근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꼭 게을러서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는우리는 왜 이러구 살아야 하느냐,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그렇다. 아침에아침에 대충 출근하고, 점심은 집에 와서 먹고, 저녁 때 칼 퇴근 하는하는 거, 온 국민이 그렇게 사는 나라도 있는데,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꽤 오래 했다.
IMF 이전에는, 이게 다 한나라당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 와중에, 정권이 바뀌었고, 두 번이나 한나라당이 아닌 정권이정권이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인가? 그런 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새는 게게 너무 많다. 그래서 이게 다 룸쌀롱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우리나라 할아버지들,할아버지들, 50대 이상, 좀 너무 심하게 놀고, 회사 돈이든, 정부 돈이든, 너무너무 막 쓴다. 이러고도 회사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이나,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했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나라를 잘못 만들었다는 생각을 종종종종 한다. 한 평생 사는 게 도대체 뭐라고, 점심도 밖에서 먹고, 죽어라고죽어라고 일하는데, 왜 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9만 5천불을 넘어서는 이 세상에서 자기자기 나라 노동자들을 이렇게 살기 힘들게 만드나...
이게이게 내가 출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경제학이라는 게, 복잡하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생각이 좀좀 단순해졌다.
국민들 밥 굶기지 않고, 점심은 집에집에 와서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뭐 그런 거?
조선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런 연유이다. 우리 조상들이조상들이 정말 형편없는 나라를 우리에게 넘겨주었나, 정말로 망해버린 식민지라는 껍데기가 그들이 우리에게우리에게 넘겨준 것의 전부일까?
글쎄...
하여간 이런 질문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선조선 놈으로 살다보면, 조선에서 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 있다. 서양 사람들은 하지하지 않는 질문, 왜 우리는 북구의 많은 나라들이 그러는 것처럼 출근해서 점심을점심을 집 근처에서 먹지 못하나? 부동산 버블 열심히 키운 나라들의 특징이, 점심점심 집에서 못 먹는 나라들이다.
그렇게 보면...
외식 문화가 발달했고, 식당 좋은 게 있고, 입맛 방송들방송들 많이 하는 나라, 이런 게 다 불쌍한 나라들이다.
태국에는 밥 공장이 있다. 이게 좋은가? 아침 밥을 배달해주는 것?것?
내가 한국의 경제학자들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이, 사람들사람들 삶을 너무 안 본다는 점이다.
우리가 사는사는 모습, 이게 제대로 된 모습인가?
요즘 틈 나면 쉬는 겸, 호주사를 조금씩 공부해보는 중이다. 호주와 한국은 전혀 다른 것 같지만,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이게 다 식민지 출신들인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노무현 때, 절치부심하던 한나라당 사람들, 아마 박형준 머리에서 나온 걸로걸로 알고 있는데, '조국 근대화 세력'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있었다. 아마 이 단어가, 노무현류가 장악했던 정권을 한나라당에게 다시 넘겨준, 그야말로 효자효자 같은 개념이기는 하다.
나는 이 조국 근대화가근대화가 만들어놓은 게, 뭔가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유럽의 최근 분석가들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문제에 대해서대해서 종종 지적을 한다. 미국 영화의 특징이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안보', '반북', 그런그런 얘기들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미국이나미국이나 한국이나, 공통점은 'Threat'이라는 개념 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늘늘 '위협'을 염두에 두면서 일상을 꾸린다. 국가 자체의 아키텍처가 그렇게 된 것것 아닐까? 냉전 이데올로기, 그게 미국이나 우리에게나 다 공통점이고, 그 뒤를 채운채운 것들이 '가족'이라는 개념이다.
유럽에서는, 탈 가족이 일종의일종의 진보적 개념이기는 하다. 가부장에 관한 분석이나 오이디푸스 컬플렉스에 대한 분석이 사회적으로도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것은, 정말로 가족이라는 게 사회적 장치로 작동할 때 그런 것인데.것인데.
내가 본 것으로는,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더 가족적인 사회이다. 특히 북구로 가면, 더 그런 것 같다.
노동자의 점심 식사 패턴, 이런 것들에 대한 자세한 자료들을자료들을 좀 알아보고 싶은데. OECD에서도 그런 조사는 안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우리들의 삶을 너무 안 보는 것것 같다. 경제학 책에는, 한국인의 삶이라는 게 없다.
아마 한국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중에서는, 내가 제일 게으른 경제학자일 것 같다.같다.
정년 퇴직한 선생들이 몇 분 주위에 계시는데,계시는데, 이 양반들도, 야, 참 바쁘게들 사신다. 도대체 은퇴라는 게 없다.
이회창 동생이 이회성이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 참 심경심경 복잡할 것 같은데, 명박 정부와 조그만 야당 대표인 형 사이... 어쨌든어쨌든 그도 경제학자인데, 최근 아주 바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은퇴하신 분들도, 꽤 바쁘게들 사신다.
그런데그런데 공부라는 게, 해보니까, 게으른 사람 눈에만 보이는 게 또 있는 것것 같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나, 나도 이 문제에문제에 참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나는 암기력이 병적으로 꽝이라서, 나도 공부하는 방법에방법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많이 해봤었다.
영어영어 공부하는 법은, 아무래도 내가 썼던 간단한 방법이 여전히 괜찮지 않나, 그런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일종의 실용 영어인 셈인데. 쉬운 말은 잘 못한다.못한다. 애들 말도 잘 못 알아듣고. 그래도 인도 영어, 말레이시아 영어, 아프리카아프리카 불어권 영어, 게다가 스코틀랜드 영어, 이런 데에는 좀 강하다. 영어 중에서중에서 제일 고생한 것은, 법률 용어들이다. 국제 협상하다보면, 간단한 용어도 법률 용어가용어가 되면 전혀 뜻이 다르거나, 아니면 진짜 뜻이 있는 게 많아서, 별도로별도로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어떻게 영어 연설을 했었나,했었나, 싶기도 하다.
영어 때문에 사람들 발광 하는하는 거 보면, 영어 공부는 그렇게 하는 거 아냐, 책이라도 한 번번 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선 놈이 영어 잘 해서 뭐에다뭐에다 쓸 게 있나, 가뜩이나 영어 때문에 난리인데, 나까지 설쳐대는 건 영영 아닌 것 같아서.
하여간 난 영어는 조선에서조선에서 공부했고, 외국을 그렇게 많이 가봤지만, 미국에는 한 번도 못갔다. 아마 조선놈조선놈 영어 공부하는 법에 대해서는, 내가 좀 이해를 한 것 같기는 하다.하다.
수학은, 이것도 어떻게 공부를 하면 되는지, 좀좀 이해한 것 같다. 이것도 약간 요령이 있기는 한데...
수학 공부하는 법에 관해서는, 남자 아이들의 경우라면 나와 같은 방식으로방식으로 하면 되니까, 이해가 가기는 하는데.
정말 쓰고쓰고 싶은 수학책은, '가난한 10대 소녀를 위한 수학 가이드' 같은 것이다. 그런데그런데 말만 그렇지, 정말 수학 싫어하는 '가난한 집' 소녀의 마음을 아직도 잘잘 모른다. 그래서 아직도 생각 중이다.
경제학 공부하는공부하는 법은, 이건 오랫동안 잘 몰랐다. 물론 대학원 시험용이나 코스웍 시험을 위한위한 경제학, 이런 건 껌값이다. 우파들은, 자기들 신념에 따라서 하면 되지만, 나는나는 신념과도 다른 것들을 외워서 시험 본 거니까, 이것도 약간은 요령이 있다.있다. 우파가 시험문제를 내든, 좌파가 시험문제를 내든, 시험용 경제학은 정말 뻔하다.
생물학과 비교해보면, 생물학과 졸업한 사람들이나 대학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사람들, 정말 존경스럽다. 이건 도저히 요령이 없이, 일단 왕창 외워야 될 것것 같은데, 경제학이 좋은 점은, 최소한 대학원 시험문제까지는 외워야 될 게 거의거의 없다는 점이다. 풀어보면 되는데, 이게 요령을 알면 되게 쉽다.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에도 우파 과목들 엄청 들었고, 꼭 좌파좌파 과목만 골라서 듣지는 않았다. 외국인한테는, 따기가 우파 과목이 더 쉽다.쉽다. 그냥 풀면 되니까... 경제사나 사상사는, 풀어서 되는 게 아니라, '썰'을 풀어야풀어야 하는데, 대학원 때에는 썰 풀기가 쉽지가 않았으니까. 그냥 풀면 되는 우파우파 과목들이 더 편했다.
문제는... 박사가 된 다음에다음에 경제학을 어떻게 하느냐, 이 문제는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또 '조선 놈'으로서놈'으로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 이게 참 알기가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프레드 마샬이 했던 말인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라는 말이,말이, 딱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조선에서 공부할려면, 이 조건만 가지고는 안되는안되는 것 같았다.
나는 영화 <자토이치>를 보고 나서,나서, 박사가 된 다음에 경제학 공부하는 법을 처음 알게 된 것 같다.같다.
"눈을 감으면 보인다..."
우린우린 좀 게으르고, 눈을 좀 감아야, 진짜 삶에 눈을 뜨게 될 것것 같다.
아내가 99년에 나온, 아주 재밌는 책을 하나하나 빌려다 주었다.
Competition and Cooperation이라는 아주 평범한평범한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제목이 끝내준다.
Conversations withwith Nobelists about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s...
노벨상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인데, 저자가 바로 오스트롬이다. 오스트롬 할머니가 이이 질무을 하고, 정확히 10년 후에 그도 노벨상을 타게 되었다.
사람 이름만 봐도, 설렁거리는, 오스트롬이 질문한 여섯명은 다음과 같다.같다.
케네드 애로우. 애로우 얘기하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생각하고 보는 게 좋다.
허버트 사이몬. 역대 노벨상노벨상 수상자 중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 사이몬을 뛰어넘어야 다음 길이 열린다고 할할 때, 바로 그 사이몬.
제임스 부캐넌. 극우파극우파 경제학자 중에서, 내가 신뢰하는 거의 유일한 경제학자. 극우파라도, 딱 요만큼만 하문.하문.
개리 베커. 좋든지 싫든지, 답해야 하는 질문을질문을 한 사람.
더글라스 노스. 남들은 다 좋아하는데,좋아하는데,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사람.
라이나드 셀텐.셀텐. 아, 어려운 사람...
경제학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분들이라면, 한 번씩 챙겨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