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화성 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경기
화성시 남양동 남양성모성지. 아이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나온 한 주부가 성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꽃잔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
5월의 첫번째 주말은 어린이날까지 보태 황금연휴이다. 봄꽃이 아름다운 정원, 초경량항공기 탑승 체험이나 모형비행기 날리기, 석양의 개펄탐사, 물오른 밴댕이회 맛보기. 이런 주제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여행지로 경기도 화성시와 시흥시 오이도포구가 있다. 사흘 간의 연휴 중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온가족이 함께 설레임을 안고 나서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와 시화방조제가 나들이코스를 편리하게 도와준다.
●<포인트1>천상의 화원을 찾아서
서해안고속도로 비봉나들목을 빠져나간 다음 화성시 서쪽의 남양동 방면으로 진행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남양동 우회도로를 쏜살같이 달려 제부도나 대부도로 향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남양동 한복판에 천상의 화원이 숨어있음을 안다면 한번쯤 숨을 가다듬어야 한다. 화성8경 가운데 하나인 ‘남양성모성지’를 만나기 위함이다. 남양농협 맞은편에 자리한 남양성모성지.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으며 비록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이들에게 그
문이 열려있다.
5월의 성지로 들어선 여행객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정경은 곱디 고운 분홍빛으로 치장한 꽃잔디 군락. 진입로 주변을 넓게 덮은 꽃잔디는 청산도의 보리밭처럼, 만경평야의 벼이삭처럼 여행객들의 긴장감을 일순간에 녹여버린다. 어디 꽃잔디뿐이랴. 철쭉꽃, 영산홍, 수선화, 금낭화 같은 화사한 빛깔의
꽃들이 성지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어 잘 가꾼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찾아간
듯한 느낌에 빠져들기도 한다. 산책로는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짧지만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면 그 길도 어린 시절의 동구 밖 과수원길처럼 길게 느껴진다.
가끔씩 마주치는 예수님이나 성모마리아, 성인들의 십자가와 동상, 화강암으로 만든 대형 묵주알, 성모동굴 같은 것만 아니라면 이 곳이 천주교 성지라는
사실을 망각할 만하다. 성지 진입로 한 켠에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데크가
설치돼 성지산책과 봄꽃 구경으로 정신을 정화했던 여행객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육신을 배불린다.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년(1866) 대박해 때 무명의
교인들이 순교한 곳이며 지난 1991년 순례지로 조성됐다. 관리사무소
031-357-5828.
●<포인트2>시화호 창공 날아보기
송산면 사강리에 이르러 306번 지방도를 타고 고포리로 향하면 어섬비행장에서 초경량항공기 체험비행을 즐길 수 있고 309번 지방도를 타면 제부도와
대부로로 갈 수 있다. 시화호가 조성되기 전 고포리의 마산포는 꽃게잡이와
새우잡이배가 드나들던 항구였다. 1992년 시화방조제 완공과 함께 바다가 막히면서 마산포 굴과 황금 개펄은 사라졌다. 마산포의 생명은 완전히 끊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1997년 무렵부터 마산포는 전혀 다른 얼굴로 되살아났다.
개펄이 굳어버리면서 초경량항공기의 이착륙에 알맞은 천혜의 활주로가 생겨난 것이다. 또 사방 어디로든 카메라를 들이대도 전신주가 화면에 걸리지
않아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촬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탱크가 지나가도 좋을 만큼 단단하게 굳어버린 개펄. 여행객들은 바닥이 회색으로 드러난 지난 날의 바다 안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고, 축구시합을 벌이고, 값이 제법 나가는 모형항공기를 창공에 띄운다. 오토바이를 타거나 승마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마산포 바로 앞의 어섬 역시 개펄이 육지로 변하면서 섬의 운명을 마감하고 비행장으로, 패러글라이딩 연습장으로 대대적 변신을 했다. 어섬비행장으로 가면 초경량항공기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모터보트를 빌려 타듯 날씬한 동체의 비행기에 올라 시화호 상공 선회비행도 즐긴다. 1회당 비용은 3만~5만원 선. 에어로피아항공(031-357-4116), 어섬비행장(357-2147) 등의 레저업체가 주말여행객들에게 하늘로 오르는 방법을 일러준다. 일요일이면 인천이나 김포의 공항처럼 개펄 활주로 진입로에는 이륙을 기다리는 작은 비행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한다.
●<포인트3>밴댕이회 맛보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서 짧은 방조제 하나를 건너면 안산시의 탄도, 선감도, 대부도를 통과하게 되고 그 길 끝에서 시화방조제를 또 건너면 시흥시의
오이도 해양단지가 기다린다. 소래포구, 월곶포구만큼이나 횟집도 많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횟집타운이다. 요즘 인기 만점의 횟감은 밴댕이. 제 철을
만나 살은 단 맛이 풍부하고 물량이 많아서 값도 저렴한 편이다. 1접시에 1만원선, 초고추장까지 덤으로 준다. 여행객들은 밴댕이회를 들고 오이도포구
방파제로 나가 석양을 감상하면서 밴댕이회를 음미한다. 함께 따라온 아이들은 물이 빠진 오이도 개펄로 들어가 바지락조개를 잡는답시고 부지런히 소매를 걷어올린다.
<화성=조선일보/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문의처=화성시청 문화관광과 369-2060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비봉나들목→306번 지방도→남양성모성지→송산면 사강리→고포리 어섬→서신면 전곡항→대부도→시화방조제→오이도포구→귀가. 오이도포구는 전철 4호선을 타고 오이도역에서 내린 다음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맛집=시흥시 오이도포구와 마주하고 있는 오이도수산물직판장에는 성은네횟집(433-5884), 모녀선어(011-9719-2431) 등 횟집이 80여개. 어섬비행장에는 어도산장식당(바지락칼국수, 357-6726)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