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에 면세유 대상 농기계 신고?”
농협, 취지 공감 불구 인력부족 ‘호소’
면세유 대상 농기계 일제신고와 관련해 일선 농협들이 일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면세유를 공급받고 있는 모든 농가·영농조합·농업회사 등을 대상으로 40개 기종의 농업용 면세유 대상
농기계를 신고토록 해 현재 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일제
신고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농민이 태반이어서 농협의 면세유 담당자가 대신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
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쁜 수확철에 일제신고를 받는 바람에 일손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극심하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박종화 강원 춘천 신북농협 자재과장은 “대상 농민이 1,200여명에 달하는데, 일일이 주민등록증을 복사해 둬야
하는 등 번거로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과장은 또 “농민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농기계가 누락
돼 자칫 면세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빠짐없이 조사해야 하는데 농기계가 노후화된 데다 여
기저기 산재해 있다 보니 일이 끝이 없다”며 “다른 일은 손도 못대고 이 일에만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이달 말까
지 일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의 불만도 접수되고 있다. 정성경 전남 영암 월출산농협 유류담당 계장은 “농협에서 면세유를 대리 취급하
고 있기 때문에 대상 농기계를 조사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고 조사 시기가 문제”라며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농사철에 조사하라고 하니 조사에 응하는 농민들의 불만도 매우 크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감귤 열매솎기 등으로 가뜩이나 바쁜 제주지역 농협의 어려움도 못지않다. 서귀포시 남원농협의 담당 직원은 “고
령 농민들은 신고방법을 설명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농가를 방문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고 강
조했다.
행정기관의 무신경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종학 전남 나주 세지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농번기
에 조사를 하라는 것은 농촌 현장을 잘 모르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완구 충남 서천 한산농협 조합장은 “면세유 부정유통을 줄여 혈세 낭비를 막자는 정부의 기본 취지에는 적극 공감
하지만 수확으로 바쁜 이 시기에 농협 직원들이 일일이 현장을 돌아다니며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황
에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모든 책임이 농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조합장은 “대안으로 신고접수
와 실태조사를 전문 용역회사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6월에 일제신고를 하도록 농협중앙회에 공문을 보냈으나 마침 농협중앙회가
면세유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바람에, 감사원의 요청에 의해 일제신고 시기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