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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거창과 함양경계 4개산 종주 [월봉~금원~기백~오두]
▶ 산행일자 : 2003년 11월 29일(다섯째 토요일) - 날씨 : 흐림 안개비
▶ 산 행 지 : 거창군 북상면, 위천면, 함양군 서상면, 안의면
▶ 산행코스 : 남령~월봉산~수망령~금원산~기백산~안봉~오두산~금곡
◎ 산행거리 : 약 19.5Km(도상거리)
◎ 산행시간 : 약 10시간 40분 (휴식/식사 포함)
▣ 참가인원 : 총 10명(이근용, 이경환, 벽산, 신가이버, 이기섭, 홍승과운무, 심형규, 산진이, 썩어도준치, 이한성)
<시간대별 도착지>
- 05:20 남령 월봉산 들머리 출발
- 06:30 월봉산 1.8Km지점
- 06:50 월봉산 1.2Km지점
- 07:16 월봉산 0.8Km지점
- 07:26 월봉산 0.5Km지점
- 07:41 월봉산(1279.2m) 정상
- 08:21 큰목재 안부사거리
- 08:32 주능선 삼거리
- 08:56 수망령
- 09:43 금원산 서봉(0.6Km지점)
- 09:55 금원산(1352.5) 정상
- 10:48 기백산 1.5Km지점
- 11:10 기백산(1331.8m) 정상
- 11:48 식사 끝 출발
- 13:05 알바 후 원위치
- 13:30 안봉(1065m) 정상
- 14:05 헬기장 안부(삼거리)
- 14:50 조두산(942m) 정상
- 16:00 금곡마을
<산행기>
이번 일요일은 대산사 송년산행 날이다. 토요일하루시간이 비기에 어디로 토낄까 잠시 고민하다가 전번에 산구름님과 비슬기맥산행 때 끊었던 비티재에서 나머지 회왕산까지를 이어볼까 마음을 굳힌다. 그러다 문득 오케이사다리의 준치님의 일정이 머리에 떠오르는 순간, “그래! 이맘때쯤 금원 기백권 산행을 한다던데...” 얼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그 내용이 안 보인다. “취소됐나?” 띠리릭~! 전화를 해보니까 일정이 맞다. 준치님 얼굴도 한참 못 뵈었는데 오랜만에 산자락에서 만날 기회가 생겨 잘됐다.
안 그래도 비가 와서 내일산행이 걱정이라는 준치님께 동행여부를 결정하니 그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대 환영이시다. 접선장소를 확정한 뒤, 다음날 새벽 영각사로 향한다. 거창까지 안개만 자욱하던 날씨가 서상을 들어서자 안개비가 사르륵 유리창에 붙는다. 영각사입구까지 4차선으로 포장된 도로와 수해복구공사로 달라진 영각사 진입로가 새벽밤길 왠지 낯설게 만 느껴지더니 낯익은 영각사 앞에 도착한다. 준치님 일행은 육십령에서 새벽식사하고 오느라 약 10분 늦게 이곳에 도착한다.(04: 55)
차를 옮겨 타고 잠시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한 뒤, 남령으로 이동한다. 한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안개 땜에 그 빼꼼한 들머리도 그냥 지나치고 잠시 빽 하여 들머리에 온다. 월봉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를 확인하고 먼저 도착한 일행들을 차례로 올려 보낸다. 홍승님과 난, 복장정리 하느라 늦게나온 마지막 두 분(산진이 심형규)을 기다려 네 명이 일행되어 함께 출발한다.(05:20) 초반부터 발 옆에 있는 등산로도 놓치고 엉뚱한 곳에 헛발질을 하니 이거야 원...! 그만큼 초반 기상조건이 안 좋다.
잠시 평지길인가 했더니 급경사 오름이 만만찮다.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을과 안개비가 신발과 옷자락을 촉촉이 적신다. 한 비탈 치고 나니 덥다. 옷을 좀 벗어야겠는데 장소가 마땅찮다. 어디가 어딘지...? 아마 수리덤 암릉을 우회하는 것 같은데 짙은 안개에 등로의 높낮이마저 구분이 잘 안된다. 이런 날, LED랜턴의 맹점 드러나기도 한다. 푹 꺼졌다가 겁나게 올려치니 그제 서야 수리덤암릉을 우회 했나 싶을 뿐, 그 멋진 바위모습이나 주변경관은 눈 뜬 장님이나 다름없다.
느낌으로 주능선 붙었는가 싶다. 그런데 여기부터 웬 놈의 암릉은 또 이리도 많은지..., 네발로 슬슬 기었다 오르내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줄을 잡고 내려오기도 하고 바위를 타고 넘기도 한다. 앞에서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이정표를 보고 월봉산 1.8Km 지점이라고 일러준다.(06:30) “아, 거기에 이정표가 있었구나!” 난 뭘 보고 댕기는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을 보니 산행시작 1시간 10분이 지나가고 있다. 바위가 잠잠한 날등에서 옷을 벗어 집어넣고 물 한잔하며 한숨 고른다.
산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서 가끔 바위 한 덩어리씩을 선보인다. 그러다 산죽과 억새지대를 지난다. 한참 순한 길을 달릴 때, 남령 2.2Km, 월봉산 1.2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난다.(06:50) 오르막이라 그런지 1.8Km 지점에서 꼭 20분 걸렸다. 어둠은 가시고 날이 서서히 밝아지니 랜턴도 벗어서 집어넣는다. 길이 좀 잠잠한가했더니 다시 오르막을 급하게 치고 어느 고약한 바위지대를 만난다. 빗면바위를 내려서야하는 곳으로 약간 위험한 곳이다. 다리가 비교적 긴 나도 잘 닿지 않는 애매한 곳,
약간 미끄러지듯 바위 홈에 발을 착지시켜야 하는데 자칫 발이 미끄러지면 추락이다. 이곳을 지나면 허리를 구부려 머리통이 바위에 닿지 않도록 지나가야한다. 우회길이 있는데 일루 온 건지 아니면 이길밖에 없는지...? 아무튼 이곳을 지나 얼마안가니 다시 이정표가 있다. '월봉산 0.8Km' 지점,(07:16) 엥? 500m 오는데 시간은 아까보다 더 걸렸다. 다시 또 한 봉우리 넘는다. ‘정상 0.5Km’ 지점이다.(07:26) 잠시 평탄하게 가다 다시 봉우리를 올려치더니 눈앞이 아찔한 바위위에 올라선다.
암릉을 통과 내려서려니까 헉! 길이 없다. 한번은 내려서겠는데 그 아래가 도저히 아니다. 빽을 하여 막 돌아오니 일행들이 우회 길을 가리킨다. 길은 암봉을 우회하여 능선에 닿고 산죽오름길을 지나 얼마안가니 사람소리가 들린다. 앞서간 준치님과 그 일행들이 월봉산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 정상이네..., 한 봉우리 더 치는가 했더니 의외로 싱겁게 정상이다.(07:41) 기다렸던 일행들은 금원산에서 다시 보자며 헤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같이 왔던 산진이님도 먼저가고 홍승님과 심형규가 이곳에 남는다. 찬 김밥을 꾸역꾸역 구겨 넣으니 홍승님께서 같이 먹으라며 더운물을 건네주신다. 그랬다. 더운물을 한모금하니 훨씬 낫다. 20분가량 정상에서 지체하다 자리를 뜬다. 동대마을 능선이 갈리는 헬기장을 지나 산길은 곧장 내리막으로 치닫고 잠시뒤 추락을 멈춘 곳이 큰목재 안부사거리다.(08:21) 월봉산에서 1.3Km 왔다는 이정표하나 서있고 공터와 주변엔 잡목들이 많다. 우측이 노상마을 가는 길이고 좌측은 월성리로 간다.
다시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고 10분 남짓 고갯길을 오르면 주능선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바로 황석산과 금원산이 갈리는 삼거리지점이다.(08:32) 이정표에는 '수망령 1.5Km, 거망산 5.5Km' 되어있다. 수망령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평탄한길이 잠시 이어지다 1단 2단으로 신나게 빠지는 내리막 끝에 새로 만들은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수망령이다.(08:56)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말끔하게 손질해놓은 자갈길이 잘 나있고. 절개지 양쪽에는 튼튼한 나무사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공터엔 등산안내판도 보인다.
이제 안개비도 사라진 것 같다. 물 한잔 하고 복장정리도 하고 절개지 나무계단을 올라 금원산을 향한다. 촉촉한 낙엽오솔길이 정겹게 이어지다 본격적인 오르막에 들어선다. 이 코스 최대의 오르막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앞도 안 보이는 봉우리를 얼마나 치고 올랐을까? 주변이 훤한 어느 정수리 한곳에 올라선다. 금원산 0.6Km 지점, 바로 금원산 ‘서봉’정상이다.(09:43) 무려 40분 넘게 걸려 이곳에 왔지만 여기서 다시 12분을 더 올라서고서야 비로써 금원산(1352.5m)정상에 닿는다.(09:55)
대체로 포근한 날씨임에도 불구 이곳에 오니까 바람이 차다. 하기야 해발 1400에 가까운 고도이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그런지 금원산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겠다던 준치님 일행들은 코백이도 안 보인다. 정상에는 잘 발달된 두 갈레 길이 있다. 기백산 간다고 자칫 직진하면 현성산으로 가기 쉽다. 오늘 같은 날은 특히 주의 할 곳이다. 우측 살짝 꺼지는 산길을 따르면 이내 봉우리가 하나 나타나는데 이곳이 동봉이란 곳이다. 사실 과거에는 여기를 금원산정상이라 했던 곳으로써 지금은 바위위에 돌탑만 쌓여있다.
동봉헬기장에서 좌측 길은 ‘유한청폭포’를 경유 휴양림 가는 길이다. 약 15분 뒤, 임도가 있는 헬기장을 만나는데 이곳 역시 좌측은 휴양림으로 가고 이 임도를 따르면 금원산 허리를 가로질러 수망령 임도와 연결된다. 이곳을 막 지나자마자 준치님께 전화가 온다. 통화를 하다말고 몇 번 끊기기는 했지만 내용인즉, 기백산 얼마 안 남았고 정상 가서 라면을 끓이고 있을 테니까 부지런히 오라는 뭐 그런 내용의 전화다. 시간이 제법 벌어졌을 텐데..., 그때까지 있으려나? 홍승님이 우려와 함께 긴가민가하며 한다.
가능한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니 어느새 ‘기백산 1.5Km’ 지점을 통과하고(10:48) 가벼운 바위지대 몇 번 통과한 뒤, 드디어 기백산의 상징인 누룩덤 바위지대에 온다. 이곳에서 정상은 지척이다. 누룩덤 슬랩바위지대를 로프잡고 통과, 잠시 비탈을 올라서니 기백산(1331m) 정상석이 빵긋 반긴다. 일행들은 정상에서 살짝 꺼진 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판을 벌려놓았다. 우리를 위해 끊고 있는 라면이 먹음직스럽다. 배낭에 있는 도시락을 꺼낼 필요도 없이 현지 물자만 가지고도 충분한 식사조달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시락 차에다 두고 올걸...히~, 덕분에 식사 잘하고 다함께 출발한다.(11:48) 사평리와 용추계곡가는 하산로 지나 능선으로 진행, 풍치 훤한 돌탑 바위를 지나 서슴없이 오두산능선으로 접어든다. 너덜 잡석길이 나오고 고도는 마구 떨어진다. 안봉이 보여야하는데... 앞에 희미한 봉이 안봉인가? 단숨에 다가가니 그냥 지나치는 봉우리다. 산죽길을 지나고 한두 개의 봉우리를 더 지나쳤지만 안봉은 없다. 길은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데 낯선 길이다. 지도라도 한번 봤으면 했지만 에이! 그만둔다.
준치님과의 산행이라 난 지도도 준비하지 않았다. 왜? 그냥 따라가면 되니까 또 잘 알고 있는 코스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건 참 창피한 일이다. 요따구 마음으로 산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앞서가던 선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저만치 도로가 보인다는 것이다. 순간, 아차! 알바구나..., 시간을 보니 25분가량 내려온 것 같다. 뒤따라오던 준치님도 즉각 현실을 파악하고 걸음을 되돌린다. 한 봉우리... 두 봉우리... 왔던 것만큼 또 되올라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분기봉 직전에서 우측으로 트레버스 한다. 잡목 빽빽한 사면 길을 한참 가로질러 능선을 바꿔 타니 거기에 가야할 반듯한 능선길이 나있다.(13:05) 근 1시간 10분이나 걸려 제자리에 돌아온 것이다. 마음이 해이해질 때 꼭 한번씩 경고를 주는 것이 산이다. 그래서 나는 산을 좋은 스승으로 여기고 산다. 억새지대를 지나고 저만치 능선이 크게 갈리는 곳에 안봉이 빤히 보인다. 어느새 안개는 걷히고 시계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안봉 오르기 직전, 길이 둘로 나뉜다. 우측 뚜렷한 길이 안봉을 돌아서 오르는 길이고 희미한 직진 길이 봉우리로 직접 오르는 길이다. 바위로 되어있는 안봉(1065m) 정상에 오른다.(13:30) 이어지는 능선길은 갑자기 흐릿한 토끼길로 바뀐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성가신 잡목가지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한동안 그렇게 어려운 진행을 한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작은 암릉지대를 통과, 분위가 완전히 틀린 길을 약 30분가량 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정체불명의 좋은 길을 만난다. 이 길을 따라 조금 가니 곧 억새 무성한 헬기장공터다.(14:05)
좌측 풀숲사이로 빼꼼이 나있는 길은 한수동계곡을 따라 상천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여까지는 가끔 다녀봤지만 이제부터 오르는 오(조)두산 길은 나도 초행이다. 봉우리 오르는 경사면에 웬 나무들을 그렇게 베어놨는지? 길이 나있는 건 분명한데 나무더미 때문에 없는 길을 가듯 힘들게 올라간다. 오두산도 올라보니 만만찮다. 정상이라 생각했던 첫 봉우리를 오르니 아무것도 아닌 전위봉이고, 그 뒷봉을 오르니 역시 봉우리 같잖은 허접한 봉우리다.(14:20) 그렇다면 전방에 보이는 저 봉우리가 정상인가?
다음 봉으로 올라보지만 역시 정상이 아니다. 다만 지형도상의 위치로 보아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보이지 않던 봉우리 하나를 더 지나 작은 공터가 있는 분기봉에 닿고(14:35) 여기서 15분 더 간곳에 준수한 바위봉이 비로써 오두산(942m) 정상이다.(14:50) 정상석이나 삼각점은 없다. 하지만 이 일대를 호령할만한 위치에 있고 봉우리의 생김새며 마을쪽에서 보아 까마귀 머리형상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아무것도 없는 정상이 허전하여 표지기에다 정상이름 하나 써다가 달아놓는다.
이제 오를 곳은 다 올랐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 발아래 상천리 채석장과 저수지가 빤히 보이고 건너편 현성산 서문가바위의 암릉군들이 희끗희끗 들여다보인다. 꾸불꾸불 산허리를 감아 도는 임도는 도대체 무엇에 쓰는 임도인지 모르겠다. 하산길은 위천면 금곡마을로 방향을 잡고 내려간다. 솔 갈비 푹신한 산길이 막판 기분을 북돋는 듯, 발만 때면 그냥 걸음이 걸릴 정도로 부드럽다. 송이막사 흔적을 한곳 지나고 철망이 쳐진 능선을 만나자 비켜간다.(15:40) 그리고 얼마 뒤 묘지로 내려선다.
산길은 다 끝난 것 같다. 하지만 산기슭에서 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남의동네 밭두렁길 논두렁길, 기타 여러 번 길이 막혀 돌아 나오고..., 산꾼 체면 영 말이 아니다. “뭔 놈의 동네가 요로콤 길이 없나냐?” 이리저리 헤매다가 도둑풀씨 바지에 잔뜩 붙여 겨우 포장도로로 나오니 이제야 상황 끝난 것 같다.(16:20) 마을 느티나무에서 준치님이 보낸 차를 타고 북상면으로 이동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즐거운 산행뒤풀이를 마치고 영각사에 도착, 여기서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