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네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가 실패할 조짐이 보인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 매각 참여가 유력한 교보생명에 대해 “지분 34%를 회장이 소유한 전형적인 ‘오너 세습’ 회사”라며 “(입찰에 참여하기 전부터)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보생명의 자본 동원 여력과 금산분리 문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책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안방보험에 대해서는 “론스타 사태에서 극명히 확인된 외국계 자본의 폐해는 최근 외국계 은행의 국부유출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업을 영위해본 적도 없는 중국의 보험 전문그룹에 그룹 전체의 두 배가 넘는 25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또 “국내 16개 대표 대기업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맡을 정도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우리은행을 중국 자본에 넘기는 것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현재 교보생명은 매각참여에 재고려하는 상황이며 부적합한 기업의 매각에 대한 금융노조의 심한 반발로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은행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불어 우리은행은 차기 은행장을 선임해야 하는 문제를 앞두고 있다.
지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것이 우리은행 민영화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업계에서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주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의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 같은 예상이 힘을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장의 임기가 완료됐으니 원칙에 따라 차기 수장을 선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지난 12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출범한 행장추천위원회의 결정이 아닌 정부의 입김으로 유력 후보가 급부상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광구 부행장은 '서금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부각되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KDB금융 회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 이 모임 멤버다.
박근혜정부 인사원칙을 내세워 정권 초기 드러나지 않았던 서강대 라인이 최근 들어 금융계에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 정권 초기에는 오히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연세대 출신 금융권 수장이 부각되면서 고려대 출신이 약진했던 MB정권과 달라진 흐름을 강조하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