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의 제리 오스틴 내론(46) 감독은 박찬호(28)를 에이스로 영입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커다란 행운"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스포츠조선을 통해 처음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내론 감독은 "박찬호가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팀의 기둥 역할을 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게 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콜즈보로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내론 감독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올시즌을 조 최하위로 끝낸 뒤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낌 점은 무엇인가?
▲역시 투수력의 빈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선적으로 불펜 강화가 절실했다. 찬호 같은 뛰어난 선발투수를 영입할 수 있을지는 사실 불투명했었다. 그런데 리그 전체에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선발투수 찬호와 계약을 한 것은 우리로서는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존 하트 신임 단장이 취임한 뒤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데.
▲하트 단장은 우리 팀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아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불펜 보강을 위해 아주 좋은 투수들인 토드 밴 포플과 제이 파웰을 영입했다. 그리고 존 로커도 데려왔는데, 2∼3년전 애틀랜타에서 보여준 실력을 다시 발휘하길 기대한다. 당초 1∼2명의 선발을 보강할 예정이었지만, 찬호같은 뛰어난 투수가 오리라고는 기대를 하지 못했었다.
-박찬호와의 계약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너무 기뻤다. 이미 20대에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으며, 또한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은 투수로 알고 있다. 이미 올스타에 뽑혔고 LA 다저스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우리 팀에서 더욱 발전된 실력을 발휘해 우리가 월드리시즈에서 우승하는데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박찬호의 경기를 본 적이 있는가. 느낌은 어땠나.
▲2년전인가 한번 직접 본 적이 있고, TV와 비디오 테이프로는 많이 봤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도 나눴는데, 무서운 강속구와 아주 좋은 구질들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또한 운동 신경이 대단히 뛰어난 선수로 알고 있다.
-조금 성급한 질문인지 모르지만 박찬호의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아직 많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본 것으로나 얘기를 들은 것으로나 리그에서 첫손에 꼽을 대단한 투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당장 시즌을 시작한다면 레인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어떻게 되나. 박찬호를 1번에 기용할 것인가.
▲선발 로테이션은 에이스 찬호에 이어 노장 좌완 케니 로저스가 뒤를 이을 것이고, 새로 영입한 데이브 버바가 3선발이다. 올해 루키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좌완 덕 데이비스가 4선발이고, 5선발은 애런 마이엣이나 럽 벨 중 한명에게 돌아갈 것이다. 2명의 노장과 2명의 신예, 그리고 올스타 찬호가 마운드를 책임질 것이다.
-박찬호에게 2002년에 어떤 활약을 기대하는가.
▲승수 같은 것을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찬호는 매 5일마다 우리 마운드를 책임져줄 것이다. 우리 팀의 공격력이면 많은 득점을 올릴 것이다. 찬호는 매번 완봉을 거둘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팽팽한 경기만 이끌어주어도 우리 팀은 찬호에게 많은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
-여전히 선발 한명을 더 영입한다는 소문도 있는데.
▲앞으로 FA(자유계약선수) 투수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하트 단장이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투수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FA 이스마엘 발데스와 테리 아담스 중 한명 영입이나, 볼티모어의 시드니 폰슨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고 있음)
-박찬호가 인터리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리그를 완전히 바꿔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텐데.
▲기교파 투수들이라면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칸리그(AL)에는 지명타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속구를 지닌 투수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 찬호는 성공적으로 AL에 적응할 것이다.
-AL 타자들이 더욱 공격적이라 강속구에 뛰어난 커브를 지닌 박찬호에게 오히려 AL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AL 타자들은 아주 공격적이고, 모든 타자들이 홈런을 노린다. 위력적인 강속구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는 찬호에게는 아주 유리할 것으로 본다.
-존 로커와 칼 에버렛의 영입에 대해 염려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두 선수와 모두 얘기를 나눴고, 언론에서 걱정하는 정도는 아니다. 두 선수 모두 새로운 출발을 원하고 있다. 에버렛은 보스턴에서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2년전까지 휴스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텍사스로 복귀하기를 원했다. 두 선수 모두 레인저스의 일원이 된 것을 아주 기뻐하고 있다.
-레인저스의 전력 보강에도 불구하고 AL 서부조 레이스는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목표라면.
▲162게임을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웃음) AL 서부조가 최강인 것은 분명하다. 애너하임은 선발투수 애런 실리와 케빈 에이피어를 영입해 공격력만 살아난다면 무서운 팀이다. 오클랜드는 지암비와 이슬링하우젠, 데이먼을 잃은 것이 큰 손실이지만, 허슨-멀더-지터로 이어지는 최강의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시애틀은 2001시즌에 116승을 거둔 팀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만, 시애틀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2001시즌 최강팀이었다.
-레인저스의 전력도 훨씬 좋아졌는데.
▲물론이다. 올해도 올스타전까지는 우리 팀의 성적이 아주 좋았다. 결국 투수진이 무너졌지만, 이젠 강력한 투수진에 에버렛도 영입했고, 이반 로드리게스(포수)와 러스티 그리어(외야수)도 부상에서 회복돼 많은 경기를 뛸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제 아주 좋은 팀이 됐다.
-이반 로드리게스의 상태는 어떤가.
▲부상에선 회복됐고, 1주전부터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스프링트레이닝 때까지 완전해질 것으로 본다.
-내년 시즌의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현역 최고의 유격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3번, 명예의 전당에 오를 1루수 라파엘 팔메이로가 4번, 그리고 이반 로드리게스와 에버렛이 5,6번을 번갈아 맡게 될 것이다. 카탈라노토가 지명타자겸 좌익수로 1번타자를 맡게 되며, 2번에 러스티 그리어가 좌익수 겸 지명타자로 카탈로나다와 번갈아 기용될 것이다. 6번타자까지를 보면 어떤 상대 투수가 우리 팀을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3할대를 친 3루수 마이크 램과 출루율이 좋은 게이브 케플러가 7,8번을 치고, 루키로 좋은 활약을 보인 2루수 마이크 영이 9번을 맡을 것이다. 대단한 파괴력을 지닌 라인업이다.
-앞으로 레인저스팬들이 많아질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한국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하며, 팬도 많다고 들었다. 앞으로는 모두가 레인저스팬이 됐으면 좋겠다. 댈러스에도 한국인들이 많다고 들었으며, 그 모든 분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나도 감사드린다. 스프링트레이닝 때의 만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