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베스트 셀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신문의 올해 출판계를 결산하는 기사에서 ≪다 빈치 코드≫이외에는 특별히 건질 것이 없다는 내용과 ≪다 빈치 코드≫때문에 ≪다 빈치 코드의 진실(해설편)≫ ≪다 빈치 코드의 진실(사전편)≫≪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등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었다. 어떤 책이기에 그 자체뿐만 아니라 추리소설에 해설판이 나오게끔 했는 지가 궁금했다.
재미 있었다. 지적 유희를 빼고 작가는 이 책에서 진실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가의 사유 세계를 다시 재구성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가 파악한 작가의 사유 세계의 일부를 정리해본다.
“새롭게 출현한 권력은 기존의 기호들을 접수해서, 그 의미를 지워 버리기 위한 시도로 두고두고 기존의 기호들을 폄하합니다.” <1-82>
어떠한 권력이든지 기존의 기호들을 폄하하지 않는 정치권력은 없었다. 우리가 오늘날 날마다 보고 있는 ‘역사 바로 세우기’도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정치권력뿐일까?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또한 가장 큰 권력인 종교는 어떠할까? 대표적인 종교는 기독교이며 그 중에서 가톨릭이다.
“성서는 인간의 작품이란 말일세. 신의 작품이 아니고. (…) 격동의 시기에 인간들이 만들어 낸 역사적인 기록이지. 그리고 그것은 수도 없는 변형과 첨가, 개정 작업을 거치며 진화해 온 것이라네. 역사는 결코 신뢰할 만한 판본이 아니야.” <1-354>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결코 신뢰할 만한 판본이 되지 못하기에 변형과 첨가, 개정 작업을 거쳐 진화해 오기 이전의 원본을 찾아야 한다. 은유는 신을 묘사하는 하나의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은유를 은유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문자 그대로 믿기 시작할 때 왜곡이 발생한다.
왜곡의 껍질을 벗긴 종교의 속살은 어떠한 모습일까? 각자의 영혼이 완전해지는 것이 신을 찾는 길일까? “신성 결합은 남녀의 자연스러운 성적 결합을 통해서 각자의 영혼이 완전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1-193>
마음이 무가 되는 순간에만 신을 볼 수 있다는 주장에서는 힌두교나 불교의 밀교적 내음이 강하게 풍기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다 빈치는 남자와 여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남자와 여자, 이 두 요소를 다 갖추지 못한다면 인간의 영혼은 결코 깨우칠 수 없다고 믿었지요.” <1-185>
한 성(性)으로써는 결코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 양성(兩性)으로써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이 만나 하나의 결합을 이루는 것이 전체로 녹아 드는 과정일 수도 있겠구나.
과연 모나리자의 미소는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책 속에 답이 나와 있었다. 일종의 충격이었다. 서구 문화도 이러한 비밀을 알고 있었구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할 뿐이다. 그만큼 자신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