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대표적 사학(私學)의 명문이던 학다리고의 명성을 반드시 되찾겠습니다. 고향 후학 양성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여기고 '명문 학다리고' 부활에 혼신의 힘을 바치겠습니다."
함평 학다리고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올 3월 부임한 서광수(60)
교장이 있다. 서 교장은 지난 2월 초 학다리고 총동창회 제의를 받고, "고향 후학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라며 흔쾌히 승락하며 호남에서 최초의 CEO(최고경영자) 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에게 학다리고에서 일고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무엇보다 36명의 교사와 15학급에 430명의 재학생, 그리고 1만1700여 명에 이르는 동문들이
학다리고의 명성을 되살리는데 똘똘 뭉쳤습니다. '명문 학다리고' 부활에는 학력 증진방안이
중심입니다."
학다리고에는 여느 학교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학습체계가 있다. 학년을 떠나 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한 상ㆍ중ㆍ하의 맞춤식 교육인 '무학년제 보충수업', 학생이 원하지 않는 과목을 과감히
폐강하는 보충수업, 영어ㆍ수학의 이동수업 등이 그 것이다.
우수학생을 위한 학습지도도 특이하다. 학년별로 1개반씩 편성된 우수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영어ㆍ수학 교사를 선택해 자정까지 질문과 답변을 통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토ㆍ일요일에는
일류학원 강사를 초빙해 2~3년생을 대상으로 국어ㆍ영어ㆍ수학ㆍ과학ㆍ사회 등을 4시간씩
수업받고 있다. 우수학생에 대한 논술교육도 전남대 교수로부터 일주일에 3시간씩 받는다.
교사들의 자질향상도 중요하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전남대 임칠성 교수를 초빙, 과목별로
교사들에게 20시간씩 모두 40시간에 걸쳐 논술지도 방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이러한 학력증진 방안에는 예산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는 동문들이 앞장서고 있다.
동문들은 이미 학교발전기금 6억원을 조성해 기숙사 신축과정에서 발생한 빚 3억원을 갚았다.
또한 올해부터 5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조성해 외부강사 초빙 등 학력증진 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수학생 모집에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성적 5% 이내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는
학비 전액을 면제할 뿐 아니라 기숙사ㆍ식비ㆍ교과서 대금 등 일체를 지원하기로 한 것.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동문들의 장학기금과 이미 조성된 장학재단기금 1억8000만원, 교사 1인당 연간
30만원씩 갹출한 1200만원이 활용된다.
학력증진을 추진하는 데에는 모교를 사랑하는 쟁쟁한 동문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올해로 56회를
배출한 학다리고 동문을 보면 조성욱 전 법무부 차관(6회)을 비롯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15회),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양한모 원장(18회ㆍ이비인후과),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18회), 강이원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18회) 등이다. 특히 김기수 중장(20회) 등 현역 장성이 10여 명,
홍철유 대령(26회) 등 대령급도 3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서 교장은 "훌륭한 동문은 물론 학생들의 지도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교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장학지도를 위해 학교를 방문한 도교육청 장학사도 현재의 교육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적의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중ㆍ장기계획을 만들어 OECD 국가에서도 모범적인 학교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학다리고는 또한 유명 음악가를 초빙해 학생ㆍ군민이 함께하는 문화행사, 의사 동문이 참여하는
진료봉사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학다리고를 이끌게 될 서 교장은 함평 학교 출신으로, 67년 함평교육청에서 9급
교육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광주시교육청 공보관과 재무ㆍ행정ㆍ총무과장에
이어 교육부 대통령자문 인적정책위원회 정책과장, 국제교육진흥원 총무국장, 광주시 부교육감,
전남대 사무국장(이사관)을 역임했으며 공로연수 중 사표를 내고 학다리고 교장에 취임했다.
함평=서영록 기자 yrse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