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난해까지 세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B2B
전자상거래 업계는 올해 현실의 높은 벽을 절감하면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퍼블
릭 e마켓의 퇴조를 비롯해 적지 않은 업체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에 버티지 못해 올
해 B2B 무대를 퇴장했다. 그러나 G2B 시대가 선언되고, 전자상거래 표준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연 한 해이기도 했다.
올해 주목받은 10대 사건을 통해 실패의 고통과 재기의 기쁨을 함께 맛본 2001
년 B2B 업계를 되돌아봤다.
▲G2B 시대 본격화 - 전자상거래의 한 축을 이룰 G2B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
됐다. 내년 8월 G2B 서비스가 오픈되면 공공기관은 복잡한 절차 없이 조달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며, 기업도 간단하게 입찰에 참여하거나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조달청 위주의 G2B 조달체계에 대한 민간 e마켓의 반발, 정부
물품 카탈로그 표준화의 어려움 등 서비스 개시 전에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전자상거래 표준 마련 - 지난 5월 국제기구가 전자상거래 표준 프레임워크로 eb
XML 1.0 표준안을 채택하고, 정부도 지난 6월 EDI 외에 ebXML을 채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상거래 표준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어 ECIF를 중심으로
프레임워크, 전자카탈로그, 전자문서 등 6개 기술분야에서 전자상거래 표준화 작업
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표준화에 대한 일반기업의 인식이 부족
하다는 점이 전자상거래 표준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프라이빗 vs 퍼블릭 e마켓, 프라이빗 판정승 - 누가 국내 B2B 시장 주류자
리를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관심을 모아온 퍼블릭(Public) 대 프라이빗(Pri
vate) e마켓플레이스의 세 경쟁은 프라이빗 e마켓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당
초 퍼블릭 e마켓에 참여키로 했던 일부 대기업을 비롯 정부 공공기관과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상당수의 기업이 퍼블릭 e마켓을 이용하기보다 프라이빗 e마켓, 이른바
자체 전자조달(e-Procurement)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한·중·일 B2B 기틀 마련 -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국가간 B2B 초석이
다져졌다. 지난 2월 한일 정부간에 서류없는 무역, e마켓 공동구축, ebXML
구축 협력 등이 합의된데 이어 지난 10월 한일 자동차 EDI 파일럿 시스템 구
축이 합의됐다. 또 지난 10월 중국측과 한중 전자상거래 협력위원회 설치, 한중
경제 무역 협력 웹사이트 구축 등이 합의됐다. 이에 따라 한국이 동북아 전자무역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e마켓 거래수수료 무료 - 인터넷 서비스업계 전반에 걸쳐 유료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데 반해 그동안 확실한 유료화 모델로 평가돼 온 B2B업계에는 때아닌 공짜
물결이 일었다. 대부분의 e마켓들이 거래수수료를 비롯 각종 유료 서비스 비용을 대
폭 인하하거나 무료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대표적인 대형 소모성자재(MR
O) e마켓인 엔투비가 아예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대 파문을 불
러일으키기도.
▲외국 B2B업체 퇴출위기 - 올해 초 경쟁적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의 유명 B2
B 업체들이 저조한 사업실적을 보이면서 하반기 들어 퇴출위기에 몰렸다. 이미 아리
바·커머스원·I2·인터샵·EC넷 등 B2B 솔루션 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했거나 국내지사를 철수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세계적인 전자 e마켓인 컨버즈가
국내법인을 폐쇄했으며, 이투오픈·프리마켓스·세사미 등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자어음 시행 - 지난 9월 철강 e마켓인 애니스틸닷컴이 처음으로 전자어음을 통
한 B2B 거래를 성사시킨 후 전자어음이 e마켓 활성화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 애니스틸닷컴 이외에 코리아e플랫폼, 미트프라이스닷컴 등이 서비스를 위한 준비작
업 중이며, 신한은행을 비롯해 주택은행, 기업은행, 제일은행, 한미은행 등도 관련
서비스를 개시했거나 준비중이다.
▲B2B, 공정위 수술대에 올라- 지난 6월 석유 e마켓인 오일체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B2B 시장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가시화됐다. 공정위는 B2B
시장의 성장에 주목해 이미 자문위원회 운영, 세미나 개최, B2B 현황 조사 등
을 벌여온 터였다. 공정위는 지난달 B2B 분야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기존의 오프라
인 심사기준 적용, B2B에 대한 조사 강화 등의 방침을 밝혀 e마켓의 우려를 사
기도 했다.
▲조선닷컴 끝내 좌초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조선업종 대표 e마켓플레이스 ‘조선
닷컴’이 채 출항도 못해보고 끝내 좌초됐다. 조선닷컴은 작년부터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현대·삼성·대우·한진·삼호 등 참여기업간 갈등을 빚으면서 표류기미를 보였으나
, 지난 1월말 산자부의 개입으로 구본용 온앤오프 회장을 초대 대표로 내정하고 갈
등을 일단락하는 듯 했다. 그러나 참여사간 추가 의견조율에 실패하면서 결국 지난
3월 프로젝트 자체를 백지화했다.
▲e마켓 연대 붐 - 연말 국내 e마켓들의 잇따른 공동사업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일렉트로피아, 파텍21 등 9개 e마켓이 지난 20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1월 공동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힌데 이어 미소21 등 5개 e마켓이 최근 협의체 설
립을 선언했으며, 아이티멕스 등 7개 e마켓도 공동사업에 합의했다. 이들의 연대
노력은 공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인 동시에 e마켓간 대규모 통합의 전초전이라
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