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창선대방산 산행( B코스) ...정기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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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경남 남해군.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고구마 유자 치자 멸치 김 마늘 등 먹을 거리도 풍부하고 역사 유적과 유물도 즐비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칭일 것이다. 게다가 옛날부터 문맹자와 거지, 도둑이 없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일반 시민들은 남해군을 이야기할 때 흔히 남해섬과 동격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산꾼들 또한 남해의 진산이라고 하는 망운산(786m)을 비롯해 보리암으로 유명한 금산(701m), 가천다랭이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응봉-설흘산, 중앙부에 우뚝 솟은 학등산(540m), 송등산(617m) 등 남해 본섬의 산들만 주로 떠올린다.
근교산 취재팀이 대방산으로 오르던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남해 인근 바다와 섬들이 어우러진 멋진 조망을 즐기고 있다. 사진 중앙부 윗쪽 멀리 있는 섬이 사량도이고 그 오른쪽 끝이 욕지도다. |
그러나 남해군은 엄연히 남해 본섬과 창선도라는 두 개의 큰 섬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고장이다. 따로 떨어진 섬이었다면 당당히 그 위세를 휘날릴 수도 있었던 창선도는 남해 본섬 곁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본섬의 위세에 눌린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창선면이라는 한 개 면을 구성할 만큼 큰 섬인 창선도에도 아는 산꾼들만 주로 찾는 조망미 만점의 명품 근교산이 있다. 그 산이 바로 취재팀이 이번 주 찾은 대방산(臺芳山·468m)이다. 남해 본섬의 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산이긴 하지만 포근하고 아늑한 등산로와 곳곳에 피어난 억새,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가며 즐기는 주변 다도해 섬들과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 등 갖출 것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특히 남해군에서 창선일주등산로 정비를 마무리해 길찾기와 걷기가 상당히 수월한 편이다. 가족 산행지 또는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바람쐬듯 다녀올 수 있는 산행지로 남해 창선 대방산을 추천한다.
전체 산행코스를 요약하면 율도고개~임도~전망대~321봉~속금산~303봉~임도갈림길~재실앞 임도~산두곡재(갈림길)~이정표~국사당~헬기장~대방산 정상~봉수대~갈림길~옥천수원지 둑~등산로 안내판(도로)~운대암(되돌아 나오기)~상신리 마을회관 순이다. 총거리는 13.7㎞에 달하지만 후반부 운대암~상신리 구간은 완만한 포장도로를 2.7㎞가량 걷기 때문에 순수 산행은 11㎞ 정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이니 부담도 덜하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들머리인 율도고개는 창선면 단항리 웃마을과 율도리를 잇는 도로 중앙에 있는 자그마한 고갯마루다. 정자 하나가 있는데 그 옆으로 속금산을 향해 오르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이미 다녀간 산악회 회원들이 달아 놓은 리본이 제법 보인다. 살짝 올라서면 주변에 은빛 억새가 춤을 추는 완만한 구릉이다. 넓은 길을 따라 서서히 오르는데 '창선일주등산로' 리본이 보인다. 이 리본은 대방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자주 만난다. 마치 친절하고 속 깊은 친구 같다.
억새밭을 통과해 능선을 왼쪽으로 휘감는 숲길을 걷는다. 오가피나무가 제법 많이 보이고 바닥에는 이미 낙엽이 수북하다. 마지막 은빛을 내뿜는 억새와 낙엽을 보니 완연한 늦가을 산행의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10분 뒤 만나는 임도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50m만 가면 임도에서 떨어져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오르는 갈림길이 있다. 완만하던 길이 제법 가팔라지면서 숨이 차 오른다. 삼나무 숲을 지나기도 한다. 20분 후 능선 쉼터. 이마의 땀을 닦으며 뒤돌아보면 대사산(261m)과 연태산(338m)으로 이어지는 창선도 북쪽 끝 산자락이 보인다. 그 오른쪽 삼천포 앞바다와 한국남동발전 화력발전소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왼쪽 발 아래로는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서 육지가 되기도 하고 섬이 되기도 하는 작은 섬, 율도가 보인다. 밤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일까.
5분만 더 가면 조망이 더 좋은 전망대다. 멀리 삼천포항과 사천 와룡산, 창선-삼천포대교,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이루는 수많은 섬들이 훤하다. 2분 뒤 닿은 321봉 정상부의 왼쪽에도 전망대가 있다. 동쪽 멀리 사량도의 지리산 옥녀봉 등의 암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곳에서 보는 사량도는 그 마루금의 울퉁불퉁함이 극치를 이루며 마치 거대한 구축함이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제도의 크고 작은 산들과 욕지도, 멀리 연화도까지 거칠 것이 없다.
대방산 산행 들머리의 억새밭. |
살짝 내리막을 탄 뒤 다시 10분만 오르막을 치면 더 뛰어난 전망대에 이어 속금산(357m) 정상이다. 정상석이 없어 리본에 산 이름을 적어 놓고 길을 재촉한다. 널찍한 내리막길을 5분만 가면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바위. 진행방향 왼쪽 멀리로 남해 본섬과 지족해협, 동대만 등이 보이고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틀면 수우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안부를 거쳐 303봉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일주산행로 리본을 벗 삼으며 다시 내리막을 타는데 비교적 가파르고 낙엽도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유념하자. 7분 후 비포장 임도에 내려서면 일단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200m가량 가면 재실 앞 콘크리트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가로질러 꽤 넓은 공터 왼쪽 산길로 3분가량 가면 다시 임도와 만나고 오른쪽으로 100m쯤 더 가면 좌우로 임도가 연결된 산두곡재. 11시 방향을 보면 산행 안내리본과 함께 산길로 접어드는 길이 열려 있다. 사거리인 셈이다. 이 산길로 들어서면 한적한 숲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이 20분가량 계속된다. 길은 널찍하고 걷기에도 편하다. 두 차례 갈림길이 나오지만 가장 넓고 좋은 길로 가면 된다. 안내 리본을 참고하자. 2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 왼쪽은 '수산', 직진은 '운대암'을 가리키고 있지만 취재팀은 '국사봉'을 가리키는 오른쪽 완만한 오르막으로 길을 잡는다. 10분만 가면 국사당 정상이다. 정상에 돌을 쌓아 만든 재단이 있어 국사당이라고도 하고 국사봉이라고도 부른다. 진행방향 정면에 대방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선다. 대방산 방향으로 살짝 내리막을 타면 헬기장이다. 안부를 거쳐 무덤 2개를 지나면 제법 가파른 된비알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이 잘 정비돼 있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25분이면 닿을 수 있다.
남해 대방산 봉수대는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유적이다. |
작은 평상과 정상석이 설치돼 있는 대방산 정상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천혜의 다도해 전망대다. 어떤 이는 조망미만큼은 남해 금산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남쪽으로는 남해 본섬의 망운산과 금산 대국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 바다에는 사량도와 욕지도 연화도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북쪽으로는 사천 와룡산, 서북쪽으로는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이 보일 뿐 아니라 멀리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인다. 취재팀원 가운데 남해가 고향인 박우식 씨는 "남해에 뿌리를 둔 산꾼들도 아직 대방산에 올라보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올랐는데 이렇게 시원한 조망미를 숨기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대방산 정상에서 길은 2갈래로 나뉜다. 남쪽의 지족해협쪽으로 내려서는 직진 길은 창선일주등산로를 따르는 것이지만 봉수대 방향의 왼쪽(동쪽)길을 택했다. 5분만 내려서면 봉수대(경남기념물 제248호)다.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 축조된 것으로, 사천 각산 봉수대와 남해 금산봉수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봉수대를 지나 10분쯤 가면 갈림길. 왼쪽은 국사당 아래 이정표 사거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운대암 방향의 하산길이다. 옥천수원지 둑 아래 갈림길까지는 15분 걸린다. 둑 아래 갈림길에서 넓은 직진 임도 대신 왼쪽으로 꺾어 2분가량 올라가면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닿는데 커다란 대방산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도로를 타고 왼쪽으로 200m만 가면 수원지 옆에 아담하게 선 운대암이 있다. 약수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다시 되돌아 나와 도로를 따라 30분쯤 내려가면 상신리마을회관 앞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한다. 노란 열매가 예쁜 유자나무가 지천이다.
◆ 떠나기 전에
- 지족해협 죽방렴·창선왕후박나무 등 가 볼만
옥천수원지 옆 운대암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
대방산이 위치한 남해군 창선도는 지난 2003년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섬 속의 섬으로 여겨져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교가 개통되고, 이 다리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중 1위에 올라 유명세를 타면서 좀 더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접근성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그래서 이제는 섬 속의 섬이라는 '오지' 이미지 대신 새로운 남해의 관문이라는 이미지도 얻게 됐다. 대방산이 400m 대의 야트막한 산인 데다 길도 험하지 않아 산행과 곁들인 창선도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 섬에는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창선왕후박나무가 유명하다. 사천에서 대교를 건너 산행기점으로 향할 때 왼쪽의 3번 국도 대신 오른쪽 1024번 지방도를 타고 조금만 가다 보면 단항리가 나오는데 마을들 한가운데 수령이 약 500년에 이르는 왕후박나무가 있다. 한 개의 나무둥지에 큰 가지 11개가 지면 주위에서 뻗어져 장관을 이룬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매년 음력 섣달 그믐에 동제를 모시고 풍어와 풍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