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기억을 되새긴 멋진 풍광의 안산 나들이
1.
일자 : 2012. 6. 2 (토)
2.
장소 : 안산(296m)
3.
행로 및 시간
[신촌역(09:25) -> 연세대
정문(09:38) -> 본관(09:52) -> 청송대(09:58) -> 무악산/봉원사 갈림(10:08) -> 봉원사(10:14) -> 모악정(10:28) -> 봉수대(10:39) -> 안천약수터(10:51) -> 봉화약수터(11:05) -> 너와집(11:08) -> 고온초교(11:20) -> 홍제역(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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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산행을 준비하며 >
2005년 봄부터 본격 산행을 시작한 이래, 최초 3년간은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 등 근교산과 조금 멀리 가더라도
수도권 일원의 산들 중심으로 등산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북악산,
인왕산, 우면산, 구룡산, 대모산 등 서울 소재 낮은 산들을 두루 돌아다녔다 생각했는데, 새로
온 등산잡지를 보다 보니 서대문에 있는'안산'이 빠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언제가 한 번 올라야지 하고 생각했던 산이고, 신촌 Y대 뒤 산으로 내게는 친근한 산이다. 비록 정상에는 올라보지 못했지만 안산과는 제법 인연이 많다. 학교
본관 뒤편 청송대라는 숲을 따라 산 언저리에 가 보았고, 산행의
또 다른 들머리인 봉원사 부근은 친구 하숙 집 근처라 수 없이 많이 찾았었다.
청송대, 봉원사라는
말은 옛 대학 시절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청송대’, 인문관 6층 창으로 내려다 보이는 소나무가 많던 숲으로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낭만적인 곳이다. 축제 때 미팅 파트너 여대생과 그 길을 걸었던 아스라하지만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 추억이 서러 있는 곳이다. ‘봉원사’ 절 뒤편 바위 언덕은 '문무대나 전방 군사교육'을 떠나기 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던 추억의 장소다. 젊고 끼리끼리 모여 다니기를 좋아하던 그 시절 청송대와 봉원사는 청춘의 아련함과
진한 소주 한 잔과 남자들의 우정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런 추억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명소를 품은 안산을 찾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등산에 취미도 없었지만, 아마도 정상 인근에 군 시설물 때문에 출입도 금지되어 있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대학 시절의 추억이 서러 있는 곳을 오늘 찾으려 한다. 가야
할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들머리는 연세대 정문이다. 백양로를
따라 본관을 지나 새로 지었다는 상대 건물 뒤편으로 길이 나 있을 것이다. 본격 등산로로 접어들어 길을
가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봉원사에 들른다. 예전보다 절 집의 규모는 훨씬 커졌을 것이다. 절 뒤편, 예전 술판을 벌렸던 길을 통해 봉수대가 있는 해발 296미터 정상에 오른 후 숲 길을 따라 홍제역 방향으로 하산 할 계획이다. 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할 거리다.
안산 정상은 예전 남산으로 향하는 통신 수단의 하나인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을 만큼 개방감이 좋은 곳이라 한다. 높이는300미터가 체 되지 않지만 사방이 트여 서울의 서쪽 경관을
둘러 보기에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조망이 기대된다.
< 희망사항 >
오랜만에
모교를 찾으려 하니 다시 청년이 된 기분이다. 비록
최근 통합진보당을 둘러 싼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그들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청년 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부적격자를 국회위원으로 당선시킴으로
인해 ‘청년’이라는 말이 ‘종북’의 이미지와 동일시 되는 강한 부정으로 다가오지만, '청년, 청춘'이라는 말은 늘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말이다.
추억의 장소를 지나 산으로 올라 붙을 것이다. '청송대와 봉원사', 세월이 흘러 어떻게 이들 장소가 변해 있을까
궁금하다. 부디 아직도 서늘하고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남아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산행은 어머니의 쾌유를 비는 기도의 산행이다. 신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혼수상태에서 아들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읍조리던 '성모송'을 들은 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어머니에게 신앙은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자리잡고 계셨다. 그 신앙을 갖게 한 장본인으로서 진지하게 신앙에 대하여 고민해 보아야겠다. 산행을
하면서 하는 깊은 생각이 부질 없었음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만, 다시 욕심을 부려본다. 오늘 안산에서 어머니와 자식의 도리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 보고 싶다.
< 신촌역에서 봉수대 >
전철을 타고 신촌역에 도착하니 9시 25분, 오랜만에
모교가 있는 신촌 땅을 밟는다. 역에서 학교로 향하는 길은 상가들이 좀더 많아지고 화려해지긴 했지만
옛모습이 대부분 남아 있다. 문뜩 지금 내가 수업을 받으려 인문관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오랜만인데도 이상하게도 주변의 모든 것이 엊그제 본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굴다리 앞 도로를 건너 교내로 들어선다. 예전 테니스장과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새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공대를 지나 우측으로 보이는 백주년기념관은 박물관으로 바뀌어
있었고, 학생회관 밑 식당은 ‘cafeteria’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서관 앞 독수리는 여전히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숫처녀가 그 밑에 서질 않았나 보다.’ 대강당을 지나 언더우드
상 앞에 서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22년 전 졸업식 이후 다시 같은 자리에서 추억을 남긴다.
< 독수리상 / 언드우드 동상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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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비가 있는 인문관 가는
길은 눈 길만 주고 본관으로 향한다. 본관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더해 가고 있다. 그 뒤편에 예전에 못 보던 건물이 서 있다. 새로 지은 상대 건물이다. 본관을 본뜬 모습을 하고 있는데 새것의 티가 아직은 흉물스러워 보인다. 아마도
수 십 년이 지나야 주위와 어우러질 듯 하다. 좀더 상세히 주위를 자세히 살피니, 새 상대 건물터가 예전 청송대 시작 지점인 것 같다. 푸른 숲의
초입은 주차장과 도로로 바뀌어 있다. 상대의 ‘경제’ 개념이 숲을 집어 삼켰나 보다. 옛 추억이 날아가 버린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10시, 청송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멋진 소나무가 있는 숲에 진입한다. 본격적인
산 길로 접어든다. 숲이 주는 서늘함이 좋다. 머지 않아
길이 나뉜다. 좌측은 바로 안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우측은
봉원사로 향한다. 우측으로 길을 튼다. 주차장을 지나 봉원사
경내에 도착한다. 예전에 절 집이 평지에 있었다 생각했는데 비스듬한 언덕 위에 커다란 새 건물들이 서
있다. 새 대웅전 우측 오래된 건물이 예전 내가 보았던 건물이고, 좌측
삼천불전이라는 새 절 집은 굉장히 크다. 널찍한 팔작지붕이 인상적이다.
세월이 몇 백 년 흐르면 문화재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내 주관적이고 직관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 청송대 / 봉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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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원사 뒤편 한글학회 창립총회가 열렸다는 비석위로 희미하게 길이 나 있다. 가파른 길을 한
떼의 산악자전거 동호회원들이 흙먼지를 풍기며 내려 오고 있다. 그 가파른 길을 놀라운 속도로 내려 꽂히듯
하강한다. 놀라운 모습이다. 먼지가 남은 길을 오른다. 가파르다. 땀이 난다.
안산천약수터를 지난다. 부근 소공원에 운동을 하는 인파가 넘쳐난다. 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잠시 후 모악정이라는 정자 앞을 지난다. 출발 전 지도상으로 눈 여겨 둔 장소이다. 이제 10분여만 오르면 안산 정상이다.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을 치고 오른다. 낮은 산이지만 구간구간 힘겨운 곳은 어느 산에나 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계단을 치고 오르자 작은 공터가 나타난다. 우측 위에 봉수대라 보인다. 좌측으로는 군 시설물이 보인다. 그곳이 안산 정상인가 보다. 월간 산 별책부록에 게재된 ‘연대 캠퍼스와 안산 산책로 일주’ 산행기에 의하면 원점회귀 안산 종주 산행의 거리는 9.2km, 소요
시간은 4시산 30분으로 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걸었길래 이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난 신촌역 출발 1시간 15분만에 안산 봉수대에 섰다. 오르며 학생회관에도 들렸고 이후로도
여유롭게 걸었는데도 말이다.
<
안산 정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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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실질적인 정상 봉수대, 사방이 트여있다. 북동쪽으로 인왕산이 우뚝 솟아있다. 그 우측으로 남산이 보이고 더 우측으로는 한강 건너 여의도에 63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쪽으로 지나온 연세대 건물이 보인다. 날씨는
맑은 편이나 연무로 인해 시야로 그리 멀리 가지는 못한다. 푸르른 날에는 환상적인 경치가 펼쳐질 듯하다.
< 인왕산 방향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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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수대에서 홍제역 >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중
최고는 역시 인왕산이다. 비록 높이는 안산과 별반 다르지 않은 339미터이나
우뚝 솟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10여분 봉수대에서 서성이다 하산 길로 접어든다. 이정표가 상세하지 않다. 홍제동 방향으로 무작정 내려선다. 이 길로 가면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내려와
보니 그 길은 더 좌측 길이었나 보다.)
전망바위를 지나 안천약수터로
내려온다. 전망대에서도 인왕산은 좋은 경치를 선물해 주었다. 안천약수터는
자연석을 벽돌처럼 쌓아 올린 새 주변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내가 본 약수터 중 가장 정성스럽게
단장한 곳이 아닌가 싶다. 부근 정자에서 참외 한 통을 깎아 먹는다.
상큼한 냄새와 단 맛이 일품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 안천약수터 / 홍제동 하산 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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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약수터 부근에 작은 연못이 있다. 노란 수선화가 물가에 피어 있다. 매혹적이다. 길가에 너와로 지은 집이 보인다. 작은 쉼터다. 누군가 거처를 하는 집인가 본데 주인은 보이지 않고
객들만 정자에서 쉬고 있다. 한가한 휴일 풍경에 내 마음도 푸근해진다.
이어지는 길은 나무데크로 연결되어 있다. 발이 편하니 걷는 것이 거저 먹는 기분이다.
산 길이 끝이 나고 도로고 내려선다. 우측 계단으로 빠진다.
주택가 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초등학교가 나오고 그로부터 머지 않은 곳에 오늘의 날머리 홍제역이 있었다.
< 수선화 / 붓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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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근 5년 만에 모교를 찾았다. 비록 새로 생긴 건물들이 있었지만 졸업 20년이 흘려도 대부분의 모습이 눈에 익다.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낭만적 추억이 서려있는 청송대가 옛 모습을 잃었고, 비록 봉원사
인근에서 청춘의 흔적을 느끼지 못했지만 산 길을 걷는 기분만은 최고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 변화를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산 길을 걷으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비록 집중력은 떨어졌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쾌유를 빌었다. 오후에 찾을 병원에서 어제보다 회복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차주 수요일에는 인왕산을 찾아야겠다. 오늘 눈도장을 찍어 두었으니 발로 직접 찾아 보아야겠다. 그 길에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허락한다면 인왕산 넘어 자하문을 지나 북악산에도 다시 올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