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울어야만 사나이도 운다는데 그까짓 마음변한 여자 때문에~~~"
오늘도 난 한잔의 술을 마시고 빙글 빙글 돌아가는 세상을 안주 삼아 내 지난날의 청춘이 묻어 있는 해병 군가를 컴퓨터에서 꺼내 듣으며 뜨거운 눈물을 머금는다.
필자가 후방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 받던 날 같은 병과 동기끼리 모여 눈물을 흘리며 불렀던 노래가 위에 올려진 소위 "동기가"라는 사가였다. 그런데 이 동기가는 낯설고 물 설은 땅에서 힘들어했던 내게 커다란 빽이 아닐 수 없었다. 외로울 때마다 끄집어 내 부르며 함께 고생한 동기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고달픈 일을 겪을 때마다 담배 하나라도 나눠 피우던 동기들을 떠올리며 위로하곤 했었다. 필자의 초짜 실무시절 부대엔 든든한 빽이 되 줄만한 동기 한명 없었다(나중에 한 명이 왔었다). 혼자 뿐이었고 혼자라는 건 크나큰 짐이 아닐 수 없었다. 선임해병에게 억울하게 얻어 터져도 신세 한탄 할 곳이 없었고 보이지 않는 알력에도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것들이 쌓여가면서 가슴은 점점 병들어 가야했고 그럴 때 부르던 노래가 동기가였다.
해병군가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곤조가가 아닐까 싶다. 전국 어느 노래방에가더라도 그 노래는 빠짐없이 책자속에 자리하고 있는데 "흘러가는 물결 그늘아래 편지를 띄우고..."로 시작하는 이 곤조가는 전반부를 지나 후반부에 들어가면 절정을 이루는 곳이 "오늘은 어디가서 땡깡을 놓고 내일은 어디가서 신세를 지나 우리는 해병대 ROKMC 헤이....때리고 부시고 마시고 조지자 헤이빠빠리빠...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부분은 대부분의 해병들이 아랫배에 힘을 줘가며 악센트를 넣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곤조가는 필자의 아내 앞에서는 금지곡으로 지정된 사연이 있는데 가족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아이들과 함께) "아침에는 식사 당번 저녁에는 불침번에...."으로 시작되는 2절까지 술김에 부르면서 부르지 말아야 할 마지막 부분 "우리 마누라 키가 작아(키가작아) 싹싹하기는 그만인데(그만인데) 부엉이 눈깔 뜰 때면(뜰때면) 자동차 헤트라이트 못 당해 못 당해 yes ok 나는 좋아(~) 가만히 살짝이 오세요 아프지 않게요 언제나 수줍은 긴자꾸 우리 마누라...살 많은 통통 XX......."를 목이 터져라 불러 버린 것이였다. 모니터에 나오는 가사를 본 딸아이가 지 엄마보고 "엄마 긴자꾸"가 뭐야 물어버렸고 아내의 얼굴은 낯빛으로 변하며 곧바로 금지곡으로 지정해 버리는 사고를 친 일이 있었다.
그런데 大 해병대 군가(사가)가 어디 곤조가 뿐이던가. 위에서 거론했던 동기가도 있고 "이제가면 해병대다 니기미 씨팔 포항(김포)땅이다"로 시작되는 말뚝가도 있으며 "저 넓은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해병대라네....해병대가 가는 곳에 묵사발 있고 해병대가 가는곳에 승리뿐이다" 라는 말뚝가도 있지 않던가. 거기에 서울의 왕대포집, 해병대만이 싣는다는 포송포송한 세무워카, 시궁창가, 포항앞바다 아가씨들이 나를 반긴다로 끝나는 제목을 알 수 없는(까먹었음)것 까지 해병 곤조가는 금지곡된다고 해서 멈춰질 성질이 아닌걸 해병 아내들은 새카맣게 모르고 있으리라. 개인적으로 필자가 제일 좋아하던 해병곤조가는 묵사발가이다. 해병대의 강인함을 표현하는 제목부터가 맘에 들었고 노래 음률 또한 다른 곤조가에 비해 부드럽고 매끄러운 편이어서 마음에 들었었다.
그렇다고 해병대 군가가 사가만 있는게 아니다. 정식 군가도 꽤 있는데 해병대 애국가인 "나가자 해병대"를 비롯하여 상륙전가/부라보 해병/도솔산가/해병행진곡/귀신잡은 해병/팔각모사나이/청룡은 간다 등등 여러 노래를 들 수 있겠다. 필자의 경우로 보면 훈련소 때는 부라보 해병을 가장 많이 부는것같고 그 다음이 팔각모 사나이와 상륙전가 그리고 귀신잡은 해병이 부라보 해병을 뒤 따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아직도 이 노래만 부르면 가슴 밑바닥부터 전율같은 것을 느끼곤 하는데 바로 "동해에 솟는 해를 가슴에 안고 저녁바다 밀물이 파도를 타며 가는 곳마다 그 이름 승리의 용사 아아 아느냐 대한 해병대"라는 노래이다. 그런데 위의 모든 노래 가사가 아직까지도 까먹지 않고 기억나는 걸 보면 역시 해병대 군가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해병대 군가(사가)는 전투력을 증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로 뭉치게도 만든다. 사랑할 때 와일드하지 않으면 해병이 아니듯 곤조가를 모르면 해병이 아닐 것이다. 상륙군의 특성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병의 내면을 알고나면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우면서 샤프하다. 그래서 해병은 멋있고 매력덩어리이다. ♬"나 태어나 해병대에 가족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는 어언 3년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팔각모에 실려간 꽃다운 이내 청춘"♪ 오늘도 필자는 매력덩어리인 해병군가를 듣고 따라부르며 지난날을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