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먼저 부족한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 주신 하느님과 주임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사천 곤명에 자리한 ‘생명의 땅’에서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는 오영환 프란치스코입니다.
건강한 삶을 꿈꾸며 귀농한지 이제 겨우 2년차에 접어든 초보 농사꾼입니다.
사천시 용현면 선진의 소농 집안에 태어난 저는 도시에서 안정적인 직업과 생활을 누리고자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여러 직장을 거쳐 귀농하기 전 5년간은 전기공사업체를 직접 운영하였지만 항상 마음이 불편하고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스무 살 입지 때에 세웠든 가치관과 2005년 영세를 받고 신앙인으로서의 삶과 대립되는 일상들이 매일 매일 저의 마음과 정신세계를 좀먹고 황폐화 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로인하여 사업기간 스트레스로 몇 번의 원형탈모를 겪는 아픔을 맛보기도 하면서 저의 삶과 가치관,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건강한 삶을 꿈꾸며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해야하는 농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닭을 키운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은 걱정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여름에는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식혀줘야 한다든지, 겨울에는 바닥에 열선을 깔아 추위를 막아줘야 한다는 등의 말씀 이였습니다.
초보 농사꾼인 저의 귀는 솔깃하였지만 모든 걱정들을 하느님께 의지하는 자연양계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자연양계는 먼저, 일체의 강제 조명과 강제 환기는 물론, 인위적인 냉난방 시설을 하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이 주시는 햇볕과 바람 그리고 하느님이 닭에게 준 본능과 자생능력만을 믿고 닭을 키웁니다.
두 번째로, 닭장 바닥은 산에서 긁어모아 온 부엽토와 왕겨를 충분히 깔고, 유익한 미생물을 배양한 EM을 충분히 뿌려, 계분이 미생물에 의해 자연 발효되도록 했습니다.
그 효과는 닭들이 좋아하는 흙 목욕을 즐기고, 여타의 양계장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기에 저도 닭들도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합니다.
세 번째로, 황토와 목초액을 첨가시키고 항생제나 성장촉진제가 전혀 첨가되지 않은 주문된 사료와 EM을 섞은 깨끗한 물과 신선한 풀을 많이 먹여 키웁니다.
네 번째로, 각종 항생제를 먹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닭들이 마음껏 활동하여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한 충분한 공간과 암컷과 수컷이 적절한 비율로 어울려 살기 때문에 본능에 따라 짝짓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닭 한 마리 한 마리에 땀과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작은 규모로 욕심내지 않고 닭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농민주일입니다.
작게는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같이 고민하는 날이지만 크게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말씀하신 창조질서를 어떻게 지켜 나 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로컬 푸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40km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푸드 마일리지’는 농산물이 생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무게와 수송거리를 곱하여 나온 수치를 말합니다.
‘로컬 푸드’와 ‘푸드 마일리지’라는 말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 이상 기후와 생태계 변화 등으로 인류는 물론 지구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었고, 이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의지와 운동이 확산되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색소비운동과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커지면서 요즘은 언론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온 세상에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로컬 푸드’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소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친환경으로 생산되는 제철의 농산물을 먹으면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상품은 생산되는 곳에서 소비자가 있는 지역으로 각종 운송수단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게 되고, 운반하는 식품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이동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킵니다.
그럼으로 ‘푸드 마일리지’ 수치가 높은 식품은 사람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감사한 양식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본의 아니게 전락하고 맙니다.
그래서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먹는 것이 결과적으로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데 기여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푸드 마일리지’는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1위라고 합니다.
다행이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에서는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우리농’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농산물살리기 운동을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펴 나가고 있습니다.
진주지역에는 상평성당, 하대성당, 망경성당, 가좌성당, 금산성당, 봉곡성당, 진주자활 굿스굿스에서 ‘우리농’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가능하다면 지구 환경도 살리고, 지역경제와 지역민,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살릴 수 있는 ‘친환경 로컬 푸드’를 우선적으로 먹이면 좋겠습니다.
요한복음 15장 1절에서 예수님께서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하느님과 평생 농부로 사시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와 같이 농부라서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끝으로, 생명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구 해 주신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며 다시 한 번 형제자매님의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항상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농민주일강론(수정).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