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덕유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한양덕
대청호 아래 잠들어 있는 마을
신록 사이로 눈부신 햇살에 나는 꿈꾸며 온 들녁을 헤멘다 송홧가루 운무되어 먼 산 자락 자욱하고 물 풀섶 훑어 내려 송사리 새우 잡아 내던 합수머리 아카시아 향내 따라서 이웃처녀 함박웃음이 날리고 있다 뒷 동산 삘기 뽑고 찔레 순 따 배 채우고 배불뚝 개구리 쫓아 미루나무 꺾어 드는데 앞 뒷산 뻐꾸기는 그리 울어 늘골에 새끼 푼 어미 가재는 더듬이 길게 늘여 망을 보고
한 낮 더위 땀으로 범벅이 되고 지친 나는 보뚝새에서 숨을 고른다 처마밑에 조는 암탉 둥구나무 그늘에서 코를 고는 어르신네 뭉게구름 두둥실 수리는 날고 청실홍실 각시잠자리 물장구 쳐 미꾸리를 놀리고 있다 말매미 더위 먹어 숨막히는 고요 섬뜩한 정적 무심코 하늘 향해 한 숨 크게 불어 낸다 아이들은 벙배 바위 아래서
멱을 감고
코스모스 산들바람에 하늘거리고 나는 나는 듯이 징검다리를 건넌다 해거름 이모링이 길은 황금빛 물결 어머니 이고 계신 둥구미가로 고구마 덩굴 출렁출렁 흘러내리고 노을 따라온 잠자리 떼는 머슴애 작대기 끝에 맴돌며 난다 염소 고삐 휘어 잡고 뒤뚱뒤뚱거리는데 어미젖 뗀 망아지는 콩밭 무 밭으로
고함소리 장단에 난장을 치고 있어 윗 마루 영이네 외딴 집에선 저녁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중나선 동네어귀 싸락눈 날리고 나는 방아께 논 두락을 등지고 있다 깨진 얼음판 빈 스케이트에 발 시림이 더한 저녁 멀리 청산날망은 그냥 집으로 가라 하고 향나무거리 덤불 속 달걀귀신은 검은 머리 들썩이며 밤을 재촉하는데 코르덴 바지 솜 저고리 코 묻은 얼굴 검댕이 손 삭정이 찾아 나선 용이 석이가 저문 개울가를 헤매고 있어 그을린 둔덕 밑 불아궁이에는 불씨 이미 사위여 가고 있는데
오리온 카시오페아 맑은 별빛 서러워 내가 선 곳 스무 평 우리 집 마당 하늘 멍석 깔고 도란도란 모깃불에 맴맴 은하수 넘나들며 오작교 그려 내고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별똥 선을 따라가다 듣는다 얘기 잘하는 옆집 아줌마 그리도 신명이 났었는데 지금은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나 시렁 위 스피커가 아직 웅얼거리는 듯 해도 이제 용(龍)의 나라 종때 고샅은 비어 있어 -가고 오지 않는다 -
친구 양덕의 글이 옛프랜즈 카페에 남아 있어 다시 올려봅니다,
옛 그리움이 배어 나오는 글...
덕유리의 모습이 다시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감상하세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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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문의면에서 태어나고 자라신 분들은 글들을 잘 쓰십니다 선생님. 아름다운 대청댐 덕분이 아닐까합니다. 저의 친구들중에도 시인들이 있습니다. 금강을 바라보며 자라서라고 말들 합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선생님.
임미옥님 고마워요~~, 문의를 아껴주시는 마음...
얼마전까지 저도 고향 문의 얘기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사람인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