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못 본, 그렇지만 만나면 제법 많은 시간을 같이 쓰는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젊은이가 있습니다.
하긴 내가 보기에나 젊은이이지,
이미 그도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이긴 합니다.
그와 몇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들었던 이름이 바로
이 책을 쓴 사람, 김범준이었습니다.
둘이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꽤 긴밀한 듯 했고
그렇게 해서 낯익은 이름이 된 이 사람의 책이 눈에 띄어
별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습니다.
사실 ‘관계의 과학’이라고 하여 약간의 기대도 하긴 했습니다.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은 ‘관계’와 아주 밀접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관계의 과학’이라는 글낯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고 딱딱하며,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분야라고 알고 있는
물리학 분야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를 통한 소개 정도로 본다면
이 책은 약간의 성공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읽은 최무영의 『물리학 강의』에 견준다면
무게도 떨어지고, 깊이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차이가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건질 것이 없지는 않았고
특히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은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영역에 대해서도 교회 현실을 좀 더 알아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내용이 좀 더 충실했다면 싶기도 했으나
그래도 물리학자다운 깔끔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었고
그 정도만이라도 나머지는 다른 이들이 하도록 남겨둔 것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비판이었습니다.
해 저물어가는 계절,
새 해가 밝아오기 전에
짭짤한 책 한 권을 읽었으면 하는 약간의 허기(虛飢),
또 하루가 밝아오는 시간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