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5)
2005-12-19 20:35:09
[74차] 속리산 산행기
2005. 12. 20. / 박광용
산행일: 2005. 12. 17. (토), 아래에서는 맑고 산에서는 흐리고 눈
코 스: 법주사-세심정-천황석문-천황봉-천황석문-입석대-신선대-문수봉-문장대-
용바위골-세심정-법주사
참가자: 광용, 문수, 인섭, 상국, 경남 (총 5명)
모두 알고 있겠지만, 74차 송년 산행은 제주도 한라산으로 예정했었다. 이넘의 눈이란 넘이 와 그리 일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내리노 말이다. 호남, 충청의 서해안과 제주 산간에만 열흘이 넘도록 내렸으니 한라산 산신령인들 화가 안 나겠나!!!
잔뜩 기대하고 겨울 산행 준비를 완전히 마친 <하고잡이>들, 한라산을 못 간다 하니 안달이 났다. 한라산 떠나기로 했던 날(12/16, 금), 모든 일정은 총무님의 판단과 폐인 대사님의 조언으로 속리산으로 급하게 변경되고, 한라산에는 가기로 했던 효용 고수와 재봉 선사가 기권하면서 총 인원 5명이 토요일 아침 7시 보정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6시 잠을 깨고 추위에 대비해서 준비한 내의까지 껴입고는 더운물도 준비하여 배낭을 꾸린다. 수서역에서 김밥 준비하고 7시 정각 보정역에 도착하니 아무도 안 보인다. 김총에게 전화, 모두 역사 안에서 기다린단다. 경남이도 미리 와서 자판기 커피 한잔씩 마시고 있다.
7시7분 문수의 랜드로바는 굵직한 쌍라이트를 켜고 출발이다. 수원나들목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옥천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며 아침을 거른 나는 김밥으로 요기한다. 휴게소에 준비해 둔 무료 누룽지+숭늉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경남이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운다. 그러~~케 맛있는 모양이다.
옥천나들목에서 국도로 접어들고 <국립공원 속리산>이라는 교통 표지판을 따라 말티고개를 넘고 수술 받고있는 정이품송을 지나, 9시30분 경 법주사 입구에 당도한다. 입장료가 3,800원이나 된다. 문화재관람료 2,200원을 포함한 거다. 이곳 법주사 문화재는 와 이리 비싸노???
법주사에 들러 출정 기념사진하나 밖아 둔다. 捌相殿(상구가 한자가 맞나? ‘팔’자가 두‘이’변에 쓴 거 같은데, 내 컴 한자사전에는 안 나오네…)이 와 이리 작게 보이노? 그 옛날 들렀을 때에는 좀 큰 것 같았는데 주변에 건축물들이 들어차서 그런지, 색 바랜 단층이 낡아 그런지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경남이가 팔상전, 대웅전 앞에서 합장하기에 나도 한번씩 따라 한다.
법주사를 떠나는 시각이 10시10분, 포장된 완만한 길을 천천히 오른다. 자연히 산행 순서가 정해지는데, 자꾸 문수를 따라가려 애쓰는 경남이에게 ‘문수는 버린 자식이라’ 생각하라고 일러둔다. 목욕소를 지나는데 흐르는 물이 전부 얼어있다. 근데 이 시점에 와 민영이가 자꾸 생각날까? 사람이 없어 우리가 속리산을 통째로 사버렸나 보다.
40분 정도 오르니 세심정 휴게소다. 마당에는 드럼통 난로에 장작을 지펴놓았다. 얼었던 귀가 열기에 스르르 녹아 내린다. 멀~건 동동주와 감자전 한 접시로 안전산행을 신고하고, 신발끈 다시 매고 모자, 장갑, 스틱 등을 단단히 준비하고 출발한다. 김총님의 의견에 따라 내려올 때 문장대에서 편한 길로 오자며 먼저 천황봉으로 오른다.
갈림길에서 경업대로 오르는 왼쪽 길을 버리고 천황봉 방향으로…… 작은 상환석문을 지나니 경사가 조금씩 급해진다. 지도를 보니 천황봉 아래 안부(천황석문 앞)까지 능선을 빙 돌아 사면 길로 가도록 돼있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도 지나며 안부에 도착한 것이 12시10분 경. 잠시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려는데 물통 마개 부근이 살짝 얼어있다. 기온이 매우 낮아 주머니에 싸고 배낭 안쪽 깊이 넣어둔 게 그나마 완전히 어는 것은 막았나 보다.
이제 백두대간 길이다.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천황봉을 향한다. 그제서야 우리 아닌 다른 일행을 만난다. 문장대 방향으로 가는 산님들은 백두대간 산행팀이란다. 안내 산악회를 따라 온 듯하다. 헬기장에서 한 무리의 일행이 점심을 먹고 있고, 우리는 목표를 향해 전진. 12시30분 경 천황봉에 도착한다. 구름이 깔려있고 눈발이 간간히 내리고 있어 주변 조망이 시원찮다.
기념사진 찍어두고는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면서 모두들 경호 생각이 났는지 아이젠을 차기 바쁘다. 눈발이 세찬 바람에 날린다. 백두대간 능선길의 눈밭에 바람을 피할만한 장소를 물색하기가 여의치 않다. 널따란 헬기장 한 귀퉁이에서 컵라면이 최고 인기다. 보온병에 받아온 물이 좀 시원찮다. 라면이 완전히 익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경남이는 컵라면 두 개를 눈바람에 게눈 감춰버렸다. 떡도 김밥도 귤도 오늘은 외면 당하고 만다. 따뜻한 커피로 입가심하고 다시 배낭을 꾸린다.
1시30분, 문장대를 향해 출발이다. 어지간하면 신선대에서 하산하기로 한다는 말을 흘리자 문수의 눈쌀이 날카로워진다. 문수봉에는 꼭 들러야 한단다. 지난 태백산 번개에서도 문수봉에 이르지 못하고 망경사로 하산하고 말았는데 오늘은 꼭 문수봉을 가고야 말겠다는 표현이다. 문수는 좋겠다. 전국의 이름있는 산에는 전부 제 이름을 붙여 놓았다. 전국이 지 땅인 셈이다.
다시 천황석문을 통과하고 비로봉을 향해 간다. 비로봉인 듯한데 표지가 없다. 바위 봉우리가 미끄러워 그런지 오름길을 막아 놓았다. 봉우리 모양만 보고 우회, 문장대로 간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오르락 내리락 입석대다. 문수와 나는 경업대를 찾느라 헤맨다. 지금 와서 지도를 보니 경업대는 주능선 상에 있는 게 아니라 신선대에서 뻗어 내린 지능선 상에 있다. 날씨가 좋았다면 주능선을 지나면서 경업대도 볼 수 있었을 것인데 입석대가 경업대로 알고 올랐다.
상국이가 사진을 찍는데 카메라가 작동이 잘 안 된다. 워낙 기온이 낮은 탓이다. 한참을 몸으로 데워서 사진을 찍곤 했다. 양모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겉장갑을 끼었던 문수가 손이 시리단다. 한마디 해 줬다. 효용 고수가 봤으면 빠따 맞았을 거라고… 누가 고무장갑 끼는 거를 알았겠노…
신선대에 도착, 휴게소가 또 있다. 산행의 개념보다는 관광지 개념이 더 농후한 그런 산인가 보다. 겨울에는 거의 문을 닫고 있나 보다. 물 한 모금, 초콜릿 한 개로 보충하고 내리막 오르막을 간다. 청법대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고 드디어 문수봉이다. 문수가 제일 꼭대기 바위 위에 똑바로 섰다. 멋진 사진이다. 문수야 축하한다!!! 니 땅을 니 발로 밟았자나!!!
증명사진 찍고, 철 계단을 올라 널따란 너럭 바위에 올라 섰다. 그 옛날 한 번 올랐을 때에는 굉장히 넓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왜 이리 좁게만 느껴지는 것은 내만 그런가? 그 넓었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지금은 손바닥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좋기로 유명한 문장대이건만 오늘은 아니올씨다.
이곳 휴게소는 문을 열어 놓았다. 국수와 동동주 한 사발로 몸을 녹이고 오후 3시45분(? 맞나 모르겠다) 본격적인 내리막으로 출발이다. 조금은 늦었다 싶지만 세심정까지 5시에 도착하면 아무 문제 없겠다 싶어 안심한다. 문을 닫은 휴게소를 지나고 용바위골 휴게소를 지나니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제 안심이다. 아이젠을 풀고 기나긴 계곡길을 간다. 문수와 인섭이 축지법을 쓴다. 뛰어가는 나보다도 더 빠르다.
세심정 휴게소, 아침에 들러 누룩청주로 목을 축였던 곳, 이제 문을 굳게 닫았다. 지나치고 목욕소, 법주사를 지나 주차장 옆 따뜻한 식당에 도착하니 6시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8시간을 걷고 또 걸었다. 보통의 날씨였다면 총 6시간이면 될 길을 눈밭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방한 준비는 모두가 잘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추워서 어려움은 없었던 듯하다.
전화가 추운 날씨에 저절로 전원이 꺼져버리기를 몇 번, 여러 군데서 전화와 문자가 날아 들었다. 경호의 북한산 번개 문자는 모두가 받아서 아는 내용이고, 집으로 전화하니 내 곁이 쏟아 붙는 말,
“아니!! 이 추운 날씨에 전화는 와 안 받고 그라노? 응? 전부 얼어 죽었는지 우찌 아노 말이다. 이렇게 늦을 거면 집에 전화는 한 번 줘야지, 와 전화는 안 하는데?”
뭐 변명이고 뭐고 내가 말할 여유가 없다.
“그기 아이고… 전화기를 켜 놔도 기온이 너무 낮아 작동이 안 되는 기라. 이거 뭐 방법이 있나? 그래그래, 내 지금 잘~~ 내려와서 저녁밥 무울라 그란다. 걱정 마래이.”
하니 이젠 좀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진짜로 추운 날씨에 걱정을 많이 했나 보다. 저녁 먹고 올라가면 11시쯤 될 거라고 일러두고 버섯전골과 동동주 맛있게 먹고는 귀가 길로…
7시에 출발하여 10시에 보정역에 도착하고, 경남이와 지하철 타고 집으로…
아니 근데 경호는 회를 얼마나 사 온 기야???
맛 있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