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차 설악산(한계령-오색) 1차 산행기 - 장사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0)
2010-05-23 16:32:53
산행일 : 2010년 5월21일 (4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과 그 다음날 )
산행지 : 설악산(1차 : 한계령-오색, 2차: 장수대-십이산녀탕))
산행코스: 1차(한계령-서북능선삼거리-끝청-중청-대청-오색) 2차(장수대-대승령-안산삼거리-복숭아탕-십이선녀탕입구)
참가자: (1차팀) 박광용, 황문수, 이민영, 그리고 박은수; (2차팀) 양웅식, 신경호, 이학희, 우진운
아침에 깨어보니 문자가 와있다. 산사랑 경호로부터: 장사님, 서울귀환 하셨남, 지금 설악출발하는데, 혹시 갈맘?
봄 앨러지 증상에 멍한 머리를 찬물한잔 마시고 정신을 수습해보니 박은수가 몇 달 기거하는 인제군 팬션이 아닌 서울 집에서 잠을 깼다. 그래 어제밤 늦게 이박삼일의 계획을 당겨 일박이일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 왔었지… 강원도 설악에서 일박 이일의 이야기들을 더듬어 본다. 기분 좋았던 시간이었다.
20일 저녁 회사퇴근 후 문수를 기다린다. 수원서 오는 버스가 많이 밀리는지 몇번 전화를 주고 받으며, 광장동에서 기다릴 광용에게도 연락을 주고 받는다. 오늘 밤을 편하게 맞이해줄 인제군의 한 팬션에 있는 은수에게도 너무 늦지 않게 가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미리 연락을 취해본다. 가능하면 상대방에게 시간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산우들의 아름다운 배려의 시작이다.
회사 앞 빠리바켓에서 저녁대용으로 빵 몇개를 사고 막 도착한 문수를 싣고 광용이 기다리는 광장동으로 간다. 역시 연휴전야라 그런지 차들이 참 많이 나왔다. 이윽고 광용을 만나 차에 기름을 채우고 인제로 향한다. 서울, 강원, 충청, 경북 지방 산 뿐만 아니라 도로에 관해 경험이 많은 그리고 믿음직스런 황선달이 운전대를 잡고 달린다. 편안한 대화가 시작된다. 광용이가 운전하는 문수에게 “니 언제 내하고 한 번 했제?” 하고 묻는다. 으잉? 아니 일마들이 도대체 뭐꼬, 무슨 말하고 있노 하며 깜짝 놀라 귀를 기울인다. 계속되는 이야기가 화랑초등학교 동창 이야기다. 그때 여학생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첫사랑, 짝사랑이 어떻고… 광용과 문수가 초등학교 때 한반했던 모양이다. 한반을 한번으로 잘못 들었다. 참 살아가면서 말조심을 해야한다고 배웠지만 이렇게 아발음 하고 어 발음이 크게 뜻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을까 보다. 앞으로 좀 더 말 (발음) 조심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서울 춘천 고속도로를 지나 홍천을 넘어간다. 문수가 우리가 3년 전에 설악부근이 있는 아침가리골 갈 때 저기 있는 주유소서 기름을 넣었다. 기억나나? 하고 묻는다. 와~ 니는 우째 그것도 기억을 하노? 대단하네. (속으로) 문수 일마 이거 조심해야겠다. 몇 년전 잘 못한 것도 다 기억하고 있겠제…ㅋ 아니나 다를까 아침가리골 허리까지 오는 물살 거슬러 올라갈 때 웅식이가 일부러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는 그 장면을 기억해낸다. 웅식이 일마가 그때 아줌마들을 도와준다카면서 그중 이쁜 아줌마랑 같이 물속으로 빠졌던거 기억나제? ㅎㅎ. 그때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에서 밤새 비가 죽죽 내릴 때 밤늦도록 소주잔 기울이며 음담패설을 즐길 때 바로 옆 창고인줄 알았던 그 방안에 젊은 남녀가 우리 얘기 얼마나 재밌게 들었겠노? ㅋㅋ… 갑자기 은수로부터 전화다. 어디쯤 오고 있노? 너거들 묵을 방과 술묵을 안주꺼리 준비 다해놨다.
드디어 인제에 은수가 묵고 있는 팬션에 도착했다.
몇 개월 이곳에서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은수 덕분에 2~3번 이곳을 들리게 되었다. (은수가 짓고 있는 집)
올 때마다 은수는 많은 준비를 해준다. 맛있는 오리고기, 강원도 버섯, 팬션 주인으로부터 받은 몇 년 묵은 김치 등.. 바베큐를 할 수 있게 간이 비닐 방이 앞마당에 준비되었고 우리는 맛있는 술과 안주, 그리고 많은 얘기들로 강원도 인제군 속 한 팬션 마당에서 밤 늦게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한계령으로 출발 하려니 은수가 밥을 해뒀으니 싸서 가져가란다. 계획상 가져가지 못했으나 이렇게 따뜻한 배려를 받은 우리는 참 행복하제? 은수야 고맙다. 방값도 다 챙겨주고… 아침에 출발을 하면서 우리끼리하는 말, 내일은 우짜고? 음~ 내일은 서울서 오는 웅식 일행과 만나 산을 한번 더 타고 토요일 밤에 서울로 돌아가면 안되겠나… 좋다 오랜만에 몸이 항복할 때까지 산을 한번 즐겨보자.
한계령 휴게소 앞에 주차를 하고 곧바로 산을 오른다. 한계령 첫 지능선에서 바라 본 귀떼기청봉.
한계령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약 3년전에 오른 귓대기청봉을 바로 눈앞에 바라보며 우측 끝청 쪽으로 향한다.
참 날씨가 좋다. 중간 중간 멀리까지 잘 보이는 내, 외, 남설악 주변의 파노라마를 즐긴다.
끝청, 중청을 지나 대청을 향해오른다.몸이 점점 무거워온다. 이전 귓대기청봉 돌아올 때와는 몸상태가 다름을 느낀다.
드디어 대청봉이다.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대청봉표지를 끼고 세명이 부탁하여 증명 사진을 찍었다.
찍고 내려와 확인하니 두번 찍었다던 사진이 하나도 안보인다. ㅎㅎ 글마도 사진찍는 기술이 내캉 비슷하네.. 맞제 상국아?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오색으로 내려가서 온천물에 몸을 담구고 나서 문수가 좋아하는 남설악식당서 푸짐한 정식을 즐겨야지.. 그리고 은수를 만나 간만에 술과 함께 당구도 즐기고, 내일은 서울 2차팀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계획하면서 길을 내려간다. 그런데 양쪽 무릎부근 근육이 아파온다. 내려갈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앞의 두명과 거리가 멀어진다. 그동안 산을 자주 못 간 것이 이렇게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래가지고 내일 산에 또 가겠나? 이래가지고 30공 (앞으로 24년)까지 버티겠나?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드디어 오색에 도착을 하여 예정된 온천, 식사를 마치고 은수가 있는 숙소로 간다. 반대편에 설악으로 오는 차들의 밀려있는 길이가 심상치 않다.. 십여킬로미터 밀려있다. 팬션에 도착하니 도착한 다른 손님은 서울서 오는데 5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묵을 방도 없이 서울로부터 온 손님들이 설악지역을 꽉 채운 것 같다. 그래서 마~ 내일 서울 2차팀은 따로 산행하라 하고 우리는 서울로 돌아가자라고 결정한다. 그리고 은수와 같이 당구장으로 간다. 인제에서 까지 당구를 즐기는 우리는 노는걸 참 좋아하는 끼리끼리 친구다. ㅎㅎ (뱅우기는 참 싫어 하제).
당구장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늦게 서울로 향한다. 다시 한번 많은 배려를 해준 은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같이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 광용, 문수에게도 감사하며 2010년 부처님 오신 날 설악산 산행기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