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54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이상옥 교수의 "시니어 디카시인 최옥희의 신화적 상상력과 대모적 이미저리"를 소개한다.
시니어 디카시인 최옥희의 신화적 상상력과 대모적 이미저리
이상옥(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경남정보대 특임교수)
경남 고성은 디카시의 발원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는 고성 장산마을의 장산숲에 디카시 발원지 표지를 마을 주민이름으로 세웠다. 또한 고성은 공룡엑스포가 표상하듯이 백악기 공룡나라로 이미지 메이킹되고 있다. 태고의 상상이 살아 숨쉬는 고성에서 2004년부터 디카시 지역문예운동이 펼쳐져서 디카시가 문학한류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웬만한 고성 사람들도 다 안다. 전국곳곳의 학교, 문화단체에서 디카시 프로젝트가 거의 매주 개최되고 해외에서도 디카시공모전이 열린다. 디카시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문학용어로 등재되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고, 전국의 주요 시인들이 참여하는 한국디카시인협회도 결성됐다. 디카시는 생활문학이면서 본격문학으로서 그 위의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하이쿠에 버금가는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문학 장르로 발돋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성에는 경남 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 매년 개최되고, 한국디카시인협회와 한국디카시연구소 사무국이 있다. 현재 디카시 운동을 주재하고 있는 한국디카시인협회와 한국디카시연구소 본부가 대한민국의 최남단 작은 도시에 고성에 소재한다는 의미다. 고성 사람들은 공룡 브랜드 못지 않는 자부심을 디카시를 통해서도 가질 만하지 않는가. 고성은 태고의 상상력과 최첨단 디지털 상상력이 어우러지는 멀티플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최옥희 시인은 고성 사람이다. 최옥희 하면 고성문화원 부원장을 지낸 고성 여성계의 존경받는 리더라는 이미지와 함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전통적 부덕을 지닌 품이 넓은 대모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 그가 첫 디카시집을 낸다. 한국디카시연구소가 몇 년간 진행한 고성의 어르신 대상 디카시창작 프로젝트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선정돼 이기영 시인이 중심이 돼 디카시 창작강좌가 매년 열렸는데, 그때 최옥희 시인이 참여해서 디카시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매사 성실한 최옥희 시인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디카시 창작활동을 지속해서 디카시집까지 발간하게 된 것이다.
이번 디카시집은 가족과 고성, 그리고 실존이라는 세 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이 세 개의 테마는 굳이 구분할 이유는 없다. 최옥희는 고성에서 태어나 가족을 이루고 사라져 가는 전통적인 미덕인 부덕을 현대의 대모적 이미지로 구축해낸 고성 사람이다. 달리 말해 고성 사람 최옥희가 보여주는 삶의 양식은 오늘의 과학적 상상력으로서는 해명할 수 없는 대모 신화적 상상력과 결부된다 하겠다.
세월이 수만 년 동안 차린 잔칫상
무너질까 두려워
갈매기도, 파도도, 조심조심
-<시루떡> 전문
이 디카시는 생활문학을 넘은 본격문학으로서의 디카시의 진수를 보인다. 이런 작품이 생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뒤늦게 발현돤 시적 재능에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생의 내공이 뒷받침돼서 가능한 것이다, 수백만, 수만 년의 세월이 누적돼 쌓아온 잔치상이 바로 고성 공룡이라는 브랜드이니, 어찌 무너져 내릴까 조심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족암의 누적된 퇴적층을 시루떡이라고 메타포한 것도 최옥희 시인답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고성 상족암의 퇴적층의 절경이 어찌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겠는가. 이번에 선보이는 최옥희의 디카시집도 어쩌면 디카시 <시루떡>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 왜 드는 것인가. 이 디카시집 출간은 최옥희 시인이 평생을 성실하게 부덕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하늘의 표창이라 해도 좋다.
반음만 올려보자
소리부터 다르지
나 사는 것도
반걸음만 더 올라가 보면
보이는 것부터 다르겠지
-<높은 음자리>
담장 둘러친 내 집을 떠난 적 없어
나는 여기가 제일 좋은 줄만 알았어
태평양 바다도 에베레스트 산도 있다는 걸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하고 알았어
나는 지금 꿈 많은 47년생 일흔 여섯 살 여고생
-<나> 전문
디카시 <높은 음자리>는 최옥희 시인의 삶의 자세를 투영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최옥희 시인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낸다. 고성 여성계에서 존경 받는 인물로 이제 편안하게 살아도 좋을 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건만 끊임없이 일하고 공부하는 정진을 보여주는 것은 대모적 신화 이미저리의 구현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한정된 생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만큼 고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생은 멈추는 것임을 보여준다. 전선줄에 걸린 반달을 보며 시인 자신의 생을 투영한 것이다. 참 아름다운 상상력이다. 반음만 올려도 소리부터 다르다며 시인 스스로 삶의 정진의 필요성을 더욱 다진다. 힘들어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높은 세계로의 지향이 바로 최옥희 삶의 양식에서 구축한 대모적 이미저리 구축의 동인이라 해도 좋다, 웅녀처럼 끈질기게 인고를 세월을 견뎌내는 대모적 이미저리를 오늘의 여성 시인에게서 찾기는 쉽지 않다,
디카시 <나>는 47년생인 최옥희 시인이 지금 방송통신고 학생이 되어 공부하고 있는 실존을 담장 안의 한 식물에 역시 투영했다. 안정된 담장 안에 갇힌 존재로서보다는 험난할지라도 바깥의 더 넓은 세계로 향해야 하는 당위를 보인다. 최옥희 시인의 생의 의지는 관념 속에 머물러 있는 한낱 소녀적 감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친 세상에 대응하는 대모적 이미지를 엿보게 하는바, 가슴 속에 꼭꼭 숨겨왔던 신화적 상상력의 현현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언술이 격렬하고 거대담론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잔잔하고 낮은 목소리로 일관하지만 그 이면에 묻힌 대모 신화적 상상력의 광맥을 이 디카시집에서 충분히 캐어낼 수 있다.
허리 펼 날 없어도
손에 물 마를 날 없어도
말도 안 되게 낮은 자리에 있어도
어머니는,
-<높고 환한> 전문
이게 어찌 최옥희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담론으로 그치는 것인가. 이것이 바로 최옥희의 대모 신화적 이미저리가 아닌가. 허리 펼 날 없어도 손에 물 마를 날 없어도 말도 안 되게 낮은 자리에 있어도 어머니는 높고 환하다는 것이 바로 최옥희의 정체성이고 실존이고 현실에서는 소멸된 신화적 상상력의 발로다.
최옥희 시인의 가족과 고성, 그리고 실존적 테마의 시편들에서 일관되게 운위되는 것은 오늘날 가족 해체 현상 속에서 전통적 부덕과 가족간의 유대가 얼마나 중요하며, 그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가족은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로서 가촉 해체 현상은 국가 사회의 존속을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양상이다. 근자에 이혼이나 배우자의 가출 등으로 한국의 가족 해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이제는 불가피한 당연한 사회 현상으로 모두 받아들이는 일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결손 가정에서 혼란을 겪는 자녀들의 정서적 불안은 청소년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최옥희 시인은 고성사회에서 전통적 부덕이라는 대모적 이미지를 지닌 여성 문화계의 원로이다. 대모적 이미저리는 오늘에 와서는 신화적 상상력으로만 기억 회억되는 부재하는 미덕이지만, 최옥희 시인은 평생 그런 삶을 살아오고 계시고 그것을 보다 높은 세계 지향의 실존으로 포착하여 형상화해 내었다. 이번 디카시집이 바로 그것이다. 느닷없이 시니어 시인으로 등장한 최옥희 시인의 디카시집는 생활문학을 넘어 본격문학의 영역에 단숨에 도달했다, 이번 디카시집 한 권으로 이제까지 나온 많은 주목할 만한 디카시집에 버금 가는 성취를 보이며 고성을 대표하는 대모적 이미저리의 시니어 디카시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 최옥희 시인의 이번 디카시집 출간은 디카시의 발원지 고성의 경사이고 자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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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에서 감성을 치유하는 디지털문학의 귀결점이다. 디카시 매력에 빠지면 세상의 움직임을 디카시 소재로 바라보게 된다. 그만큼 디카시는 흡입력을 가진 멀티언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디카시는 20주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다. 해외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K-디카시 열풍은 뜨겁다. 디카시를 한글로 정확히 표현하는 외국 대학생의 모습을 통해 디카시의 세계화 가능성은 매우 밝다.
디카시는 가장 짧은 한편의 영화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수놓는 은하수이다. 또한 디카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1초 , 또는 3초짜리 기획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물들이는 또 다른 한 편의 감동 무비다.
[금주의 디카시]에는 강승희 시인의 <논산훈련소(치유문학상 최우수)>을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논산훈련소 / 강승희
씨앗은 5주의 훈련을 마치고
이등병의 뿌리를 심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 태풍 건너
가을 들판 성숙한 벼 이삭 되리라
추수의 그날까지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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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씨앗이 발아하여 비로소 건강한 모로 탄생되는 그 기간을 <이등병>으로 은유화한 그 디지털 문학 역량이 탁월하다. 모종이 되는 그 기간을 5주 신병교육을 마친 것으로 간주하여 <이등병의 뿌리>로 진술한 것 자체가 참으로 놀랍다. 또한 뜨거운 여름 햇살과 태풍을 이겨내고 가을 들판의 성숙한 벼를 추수하는 그 순간까지 <충성>을 다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짧은 5행의 시적 언술 속에 강인한 군대의 근간인 신병이 존재감마저 일어난다.
강승희 시인의 <논산훈련소>란 디지털제목 속에 강한 사나이를 만드는 우리나라 군의 자아상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강승희 시인의 <논산훈련소>는 존재적 자각을 통해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시인의 강한 의지를 구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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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착륙한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박동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기 몸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심장을 가진 디카시인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