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장인이 완성한 커피의 끝판왕
요즘 카페에 가면 "원두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특별히 추천할만한 원두가 있느냐고 되물으니 최근에는 '싱글 오리진' 커피가 잘 나간다고 한다. 싱글 오리진이란 단일 원산지의 원두만을 사용해 해당 원산지 커피의 고유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커피를 의미하는데, 원두가 이것저것 섞이지 않아 본연의 고급스러운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싱글 오리진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싱글 오리진보다 맛과 향이 더욱 진화한 '마스터 오리진'이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체 마스터 오리진이란 무엇이길래 오리진을 마스터했다는 이름까지 붙여진 것일까? 소비자들에게 '완벽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마스터 오리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 한 알 한 알은 재배부터 유통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커피로 완성된다. 따라서 원두가 자라는 땅을 어떻게 관리하고, 언제 수확해서 어떤 방식으로 가공되는지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진다. 즉, 같은 산지에서 자라도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농학자들의 실력과 노하우에 따라 모두 다른 맛을 내는 원두가 되는 것이다. 세계 각지의 숙련된 커피 장인들의 손길로 탄생한 최상의 오리진 커피인 마스터 오리진은 원두 수확부터 커피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장인의 손길이 닿기 때문에 기존 싱글 오리진과는 차별화된 특별한 맛과 향을 낸다. 이처럼 땅에서 얻은 영감으로 장인이 완성한 최상의 오리진, '마스터 오리진'의 종류를 살펴보자.
고지대 산기슭의 햇살 아래 과육을 그대로 건조한 '니카라과' 커피
니카라과 커피는 현지 농부들의 독특한 블랙 허니 가공법을 거친 아라비카로 만들어진다. 블랙 허니 가공법은 가공 과정에서 생두에 남은 점액질이 마치 꿀과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가공 방법인 허니 가공법 중에서도 커피체리의 점액질을100% 가까이 남기는 매우 까다로운 기법이다. 커피체리에서 과육을 얼마나 제거하는가에 따라 화이트 허니, 옐로우허니, 레드 허니, 그리고 블랙 허니 가공법으로 나뉘며, 이 중 서부고지대 산기슭에서 자라는 니카라과 아라비카 원두는 과육이 제거된 일반적인 커피 원두와 달리 과육의 대부분을 그대로 남겨두고 건조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과육을 제거하지 않은 채로 건조해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니카라과 커피
수주간 커피체리를 뒤집고 저으며 건조시키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완성되지만, 이 특별한 가공법을 거치고 나면 남아있는 과육이 생두의 단맛에 영향을 주어 매우 균형적이면서도 달콤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니카라과 원두로 만든 커피에는 장인의 정성을 통해 완성된 자연 그대로의 달콤함과 곡물향 그리고 부드러움이 담겨있다.
인도의 몬순 계절풍과 뜨거운 기후가 만들어낸 '인디아' 커피
인디아 로부스타는 조금 생소한 '몬순 가공' 방법을 사용한다. 몬순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부는 계절풍을 의미하는데, 인도의 커피 장인들은 이 습하고 거센 자연 그대로의 바람을 이용해 커피 원두를 건조한다. 습한 바람으로 생두가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강한 햇빛 때문에 수축되는 현상이 생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쉽지 않은 가공법이다.
결점두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인도의 커피 장인
오랜 시간 습한 바람과 뜨거운 기후를 견디고 건조된 원두들은 다시 하나하나 인도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결점두를 골라낸 후에야 유통된다. 이 모든 과정을 무사히 지나면 몬순의 향기를 그대로 담은 강렬하고 진한 풍미의 묵직한 바디감과 우디향, 스파이시향을 지닌 인디아 로부스터 커피 한 잔이 탄생한다. 이처럼 인도의 바람이 선물한 특별한 커피, 마스터 오리진 인디아에는 자연의 손길과 인도 커피 장인들의 노력이 오롯이 담겨있다.
다습한 정글에서 까다로운 재배 기준으로 완성된 '인도네시아' 커피
수 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매우 습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커피 원두를 건조하는 시간 길어지면 원두가 부패하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커 건조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수마트라 북부 지방의 커피 장인들은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환경에 맞춰 ‘습식탈곡 가공법’을 개발했다.
커피를 수확해 젖은 상태에서 탈곡하고, 젖은 채로 태양 아래 건조시키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커피장인
습식탈곡 가공법은 생두를 세척 후 건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곡하여 생두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내피(파치먼트)까지 제거한 후에 건조하여 햇빛이 바로 생두에 닿으면서 건조되는 방식으로 건조시간을 2~3배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이렇게 건조된 생두는 다른 가공법과는 다르게 놀랍도록 이국적인 풍미가 만들어진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만들어진 마스터 오리진 인도네시아 한 잔 이라면 말린 타바코 잎과 싱그러운 열대 우림의 향, 벨벳 같은 부드럽고 풍부한 바디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정성스레 건조한 '에티오피아' 커피
에티오피아 서부의 커피 장인들은 고온 기후인 그들의 환경에 맞춰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피원두를 가공하는 ‘건식 가공법’을 사용한다.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수확하여 과육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건조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 원두는 커피체리의 과육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단맛이 원두에 모두 흡수,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이 원두를 사용한 마스터 오리진 에티오피아 한 잔에는 상큼한 과일 잼과 싱그러운 꽃향기, 따뜻한 아로마를 모두 지니게 된다.
커피체리를 뜨거운 태양 아래 장기간 건조시켜 산미 와 과일향을 풍부하게 만드는 에티오피아의 커피장인
하지만 이런 건식 가공법은 가장 전통적인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건조 중인 커피 원두가 알맞은 수분 상태에 도달, 가장 산뜻한 산미와 과일향을 갖추게 되는 그 완벽한 시점을 파악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일이 손으로 또는 나무 갈퀴로 섞어주면서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부들은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건식 가공법을 지켜오며 최고의 커피를 완성, 우리에게 마스터 오리진 에티오피를 선물한다.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늦수확한 '콜롬비아' 커피
우리가 먹는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인 커피 체리에서 얻어진다. 보통 커피체리가 빨갛게 익었을 때 수확하지만, 콜롬비아의 농부들은 커피 체리가 빨갛게 익어도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 콜롬비아의 농부들이 게으른 탓에 커피 체리를 늦게 수확하는 것일까? 사실 이 가공법은 ‘늦수확 가공법’이라 불리는 이 지역만의 특별한 가공 방식이다.
산뜻한 향미와 풍부한 과일향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커피 체리를 보다 늦게 수확하는 가공법으로, 너무 이르거나 늦지 않은 정확한 때 수확해야 한다. 즉, 나무에서 알맞게 숙성될 때를 맞춰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하는 독특하고 까다로운 이 기법은 콜롬비아의 ‘게으른 농부’가 아닌 인내가 매우 필요한 ‘커피 장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스터 오리진 콜롬비아는 그 기다림만큼 향긋한 와인의 향과 붉은 과일향, 생동감 넘치는 산미를 품고 있다.
두 번의 습식 가공으로 완성된 '버츄오 멕시코' 커피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원두 종은 크게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로 나눌 수 있는데, 멕시코 테팟락스코 산기슭에서 이례적으로 크기가 큰 로부스타종이 발견되었다. 이 커피 체리는 크기도 크고 껍질도 단단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공법으로는 쉽게 숙성되지 않아 특별한 가공이 필요했다. 멕시코 커피 장인들은 이 특별한 로부스타를 ‘두 번’ 씻는 ‘이중 습식 가공’을 사용했는데, 커피 원두가 발효된 후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세척과정을 통하여 커피 생두 주변의 점액질을 제거해 커피체리 지꺼기가 전혀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멕시코 로부스타만의 강렬함과 스파이시한 향을 얻었다. 원두의 특성에 맞는 특별한 가공 방식을 연구, 적용한 멕시코 커피 장인의 노력이 이 독특한 생두의 맛을 완벽하게 끌어냈고, 마스터 오리진 멕시코가 완성된 것이다.
높고 추운 안데스 산맥에서 재배된 '버츄오 콜롬비아' 커피
고지대일수록 더 고품질의 아라비카가 재배되지만, 고도가 높으면 효모나 미생물의 활동이 더디기 때문에 발효 과정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콜롬비아 고지대의 커피 장인들은 생두를 더 효율적으로 발효시킬 수 있는 특별한 습식 가공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커피 체리를 수확하는 시점, 최적의 발효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을 연구, 풍부한 과일향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수확한 커피체리의 껍질과 과육을 제거한 후 발효를 위해 물에 담가두어 잔여물을 깨끗하게 씻어낸 후에야 건조과정에 돌입한다. 무엇보다 농부들이 잘 익은 커피체리를 수확하는 시점과 제대로 발효되었을 때 중단하는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생두의 숙성도에 숨은 비밀을 알아낸 콜롬비아 장인들의 노력 덕분에 버츄오 콜롬비아 아라비카에는 특별한 과일향이 담뿍 담겨있다.
그렇다면 농부들은 어떻게 이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 수확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국제 공정 무역기구와 네스프레소가 함께 하는 '농업인 미래 프로그램(Farmer
future Program)'에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커피 재배 농가의 삶을 보장하면서 커피 수확량을 높이고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데, 혁신적인 사회 복지 수단을 제공해 그 결과로 공정 무역 라벨을 부착한 커피를 탄생시켰다. 이 라벨은 이들이 생산한 마스터 오리진 인도네시아와 버츄오 콜롬비아 커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커피로 세계를 여행하다
이처럼 장인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 만들어진 마스터 오리진은 커피 산지의 땅과 사람의 조화로 태어난 최상의 오리진 커피다. 커피가 완벽한 순간을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할 만큼 중요해진 요즘, 네스프레소 커피는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파인다이닝까지 완성시킨다. 최상급 원두 재배부터 마지막 추출까지 고객들이 완벽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늘 한결 같은 맛과 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집과 같은 편안한 장소에서도 커피를 더 깊이 있고, 고급스럽게 즐기고자 하는 커피 애호가들이 늘어나며 홈카페 문화도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커피와 함께하는 휴식을 즐긴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산지의 원두를 찾아 그곳의 토양만이 지닌 특별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장인들의 정석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인 마스터 오리진 커피의 향과 맛이라면 그야말로 '커피 한 잔으로 즐기는 세계여행'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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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선 press@daily.co.kr